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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캐롤 Aug 12. 2022

14. 어머님, 아기 한 번 보시겠어요?

 가정방문이 끝나고 일주일이 채 지나지 않아, 복지사님께 다시 전화가 왔다.

  "어머님, 4개월 된 딸 아이가 있는데요. 한 번 보시겠어요? 아이가 어머님하고 이미지가 참 비슷해요. 눈은 아버님 닮은 것 같고요."

  아무리 우리가 이 전화를 기다리고 있었다고 하더라도, 갑자기 전화를 받고 이런 말을 들으면 사람이 멍해진다. 너무 혼란스러워서 대답하는 것 조차 잊고 답도 없이 듣고만 있었다.

  "그런데요. 어머님. 아이가 좀 작게 태어났어요. 1.8kg이요. 지금은 정상 범위 안에는 들어왔어요. 그리고, 심장에 구멍이 두 개 있어요. 그런데 이건 대부분의 아기들이 나중에 닫히는거라 크게 걱정은 안하셔도 되는건데, 그래도 말씀은 드려야해서요."

  "......."

  "어머님, 아기 한 번 보시겠어요?"

  전화를 받을 때 벌써 선보기 이야기가 시작될 줄 예상하지 못해서였는지, 갑자기 융단 폭격을 맞는 느낌이었다. 날 닮았다고? 작아? 1.8이면 작은 건가? 심장에 구멍? 

  "음... 잠시만요. 복지사님. 심장에 구멍, 그건 대부분 괜찮잖아요. 친구 애기 중에 구멍있다 막힌 애가 있거든요. 들어서 잘 알아요. 그리고 작게 태어났어도 지금은 괜찮단 말씀이시죠?"

  "네. 어머님. 한 번... 만나보시겠어요?"

  "네."

  "수요일이나 목요일 중 언제가 좋으시겠어요?"

  "목요일에 갈게요."

  전화를 끊고 이 결정을 얼마나 후회했는지 모른다. 수요일 오후에 회의가 있는 게 생각나 목요일이 편하겠다고 생각했는데, 아직 월요일인데 나흘을 어떻게 기다리냐는 말이다. 그냥 수요일에 간다고 할까?, 약속을 다시 바꾸면 방정맞아 보이려나. 오만 생각이 스쳤다. 남편도 아쉬움을 비쳤지만, 이미 위탁 어머님까지 약속이 잡힌 상황이텐데 번복하는 건 좋지 않을 것 같아 꼬박 하루를 더 기다렸다.

  아기가 내 이미지를 닮았다니, 회사에서도 화장대에서도 연신 내 얼굴을 비춰보며 아기를 상상했다. 

  "나를 닮았다니, 코가 낮은 건가? 이목구비가 큰 편인가?"

  "자기 닮았다니 피부가 희진 않나봐, 큭큭."

  "자기 눈을 닮았다는 걸 보니 눈이 나처럼 쳐지진 않았나 보다. 다행이네."

  별별 이야기를 다했다. 외모가 중요한 건 아니지만, 지금 우리가 상상할 수 있는 건 그게 다니까. 우리 마음대로 상상해보았다가, 상상과 달라 실망하면 곤란하니 상상하지 말자 했다가, 또 거울을 보며 "여보, 눈썹이 나처럼 진할까?" 했다.  

  입양 카페를 보면 아이를 만나기 전 사진을 먼저 보여주는 경우도 많은 것 같았는데, 우리 담당 복지사님은 아무 말씀이 없으셨다. 물어볼까 고민도 했었다. 하지만 며칠 후면 어차피 만나게 될 테고, 미리 사진으로 본다고 마음에 드니 안드니 할 일도 아니었다. 괜히 미리 보면 생각만 더 많아질 것 같다는 남편에 말에 잠자코 기다리기로 했다.  

  1.8kg은 내 생각보다 훨씬 적은 몸무게였다. 친정 엄마에게 이야기하니, 인큐베이터에 들어갔겠다고 하셨다. 너도 인큐베이터에 있었는데, 2kg는 더 나갔다고 하셨다. 인큐베이터에 있었어도 지금 키가 170이지 않냐며, 그런 건 걱정할 필요도 없다고 하셨다. 육아중인 가장 친한 회사 동료에게도 슬쩍 물으니, 옆 부서 누구누구 딸도, 내 앞자리 누구누구 아들도 저체중이었는데 지금은 살이 쪄서 통통하다며 잘 먹이면 아무 문제도 아니라고 걱정을 하덜덜 말라고 했다. 물론 저체중아였다고 입양을 포기할 정도는 아니지만, 막상 내 아이라고 생각하니 신경이 쓰였다. 보통 백일이면 선보기(입양부모와 첫만남)를 한다는데, 한 달이나 늦었네. 역시 저체중아라 선보기가 늦었던 걸까?, 혹시 아이가 허약한 체질인 건 아닐까?, 내가 잘먹이려고 해도 안먹으면 어쩌나 별별 걱정이 다 되었다. 계속 맘카페에 들어가 '저체중', '인큐베이터'를 검색했다. 끝내는 아기를 선보는 날, 저체중아들에게 먹이는 해외분유를 사가서 그동안 이걸로 먹여달라고 해볼까?, 하는 생각까지 하기도 했다. 물론 '너무 오버'라는 남편의 말을 듣고 포기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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