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이 대체 뭐길래!
1년 연애, 1년 반 동거, 신혼 8개월 차
우린 나름 4년 차다.
1년을 넘겨보지 못한 나의 연애 생활을 새로 쓰게 해 준 장본인이자,
드라마 속 남자 주인공을 보는 듯한 감정을 갖게 해주는 사람.
그게 내가 세상에서 제일 사랑하는 남편이다.
1년 동안 장거리 연애를 하며 애틋한 감정을 키워왔고,
양가의 허락 속에 동거생활도 할 수 있었다.
우리의 동거 라이프는 '문제'를 드러냈지만 금방 모습을 감췄다.
결혼식이라는 큰 산을 앞두고 있었기 때문에 집중 조명을 빼앗긴 탓이다.
결혼식에 이어 첫 명절까지 치르고 나니 날것의 일상이 찾아왔다.
남편은 주로 누워있고, 라면을 좋아하며, 고양이나 웹툰을 본다.
나는 주로 친구들을 만나거나 통화하고, 한식을 먹으며, 우주의 에너지 같은 걸 찾아본다.
점점 공통점을 찾기 힘들어진 우리는 자주 부딪혔고
가장 사소한 것에서 극에 치닫게 되었다.
밥이 대체 뭐길래
라면은 내게 먹으면 소화가 안 되는 음식이고,
빵은 밥의 대체재일뿐, 언제든 양보할 수 있는 음식이다.
떡볶이는 내 돈 주고 사 먹어본 게 어렸을 때 컵볶이 정도? 심지어 분식을 먹으면 가끔 머리가 아프다.
남편은 위의 모든 것을 좋아한다. 사랑한다.
배달시킬 때 메뉴는 100% 떡볶이일 정도로.
아마 룸메이트였으면 취향 존중! 하며 윙크를 날리고 쿨하게 내 식사를 했을 것이다.
식성만 다르면 각자 좋아하는 음식을 먹으면 될 텐데
식사 문화에 대한 의견 차이가 좁혀지지 않는 탓에 우리는 꽤 자주 싸운다.
아니 매일 서로가 서로의 눈치를 보며 식탁에 앉곤 한다.
나는 같이 요리를 하고 함께 먹으며 하루의 일과를 나누는 것을 매우 원한다.
남편은 요리와 설거지는 번거롭기만 한 일이며 각자 먹고 싶을 때 먹기를 매우 원한다.
부부간에 함께 밥을 먹고 대화를 나누는걸 1순위로 여기는 아내와
서로가 편한 방식으로 하는 게 가장 좋다고 주장하는 남편의 대립은
좀처럼 좁혀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결혼을 해서 가족이 된다는 건 소중하고 엄청난 경험을 선사하지만 그만큼의 대가도 따르는 것 같다.
살면서 타인과 이렇게 부딪혀보고 맞춰본 경험이 있는가?
형제자매는 치고받고 싸우면 엄마 아빠가 교통정리라도 해주지.
그래서 우리는 모두 서툰 부부이고 서툰 가족이다.
매일 서툴지만 합의점을 찾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우리 부부.
어디에서도 듣지 못한 신혼부부의 갈등 이야기!
불구경보다 재미있는 싸움 구경하실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