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이 지친 날이었다.
덩그러니 내팽개쳐진 비상식들 사이로
일말의 합리와 상식을 찾느라
아주 진을 다 뺐다
잠깐 들른 병원에서
살갑게 던지는 농담이나 가벼운 근황 물음이
그저 귀찮았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
높게 뜬 달이나
집 가는 길이 아쉬워 둥그렇게 모인
얼큰하게 취한 사람들이나
갑자기 추워진 날씨
시시콜콜한 그런 것들 중 어느 것도
보이고 들리고 느껴지지 않는
그런 이상한 기분이 들었다
아무런 생각도 감흥도 없는 채
아
이러다가 정말
톱니바퀴처럼 한껏 굴려지다가
나도 모르는 새
어느 비상식의 장소에 내팽개쳐지는 게 아닐까 하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