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업인싸들의 성공 법칙 - INSSA
어느 세일즈맨의 이야기를 먼저 들려드릴게요.
세일즈맨이 외부에서 활동 중이었는데 어떤 고객이 조금은 흥분한 목소리로 전화를 주었대요. 내용인즉, 실효예고통지서가 집으로 날아왔는데 자신은 한 번도 보험료를 유예해서 낸 적이 없는데 왜 이런 우편물이 날아왔냐는 거예요. 세일즈맨은 자신을 의심하는 것 같은 고객의 말에 기분이 상했지만, 감정을 누르고 확인해보겠다고 답변을 한 후에 사무실로 와서는 해당 고객의 데이터베이스를 3년 전부터 싹 다 훑어보았습니다. 쭉 보니 7개월 전에 딱 한번 보험료가 자동이체가 되는 않은 내역을 찾게 된 거죠. 이거다 싶어서 당장 고객한테 달려가서는 요목조목 따져가며 본인은 고객관리에서 잘못한 것이 없고 고객 본인이 착각한 것임을 전했다고 합니다. 결국은 고객도 본인의 실수를 인지하고 사과를 했대요.
세일즈맨은 고객상담을 마치고 돌아오는 길에 본인이 이겼다는 생각에 너무 통쾌했대요. 그런데 그 이후로 고객과 서먹서먹한 사이가 되었고, 결국은 그 고객을 다른 세일즈맨에게 빼앗겼다고 합니다.
지금은 그 고객을 잃었지만 그날 이후로 이 세일즈맨은 '고객을 이기면 고객을 잃는다'는 깨달음을 얻었고, 그분에게 진심으로 감사하다고 하더라고요. 왜냐하면, 고객 관리하면서 유사한 일이 생겼을 때 절대 고객을 이기려고 하지 않았고, 그게 본인이 성공할 수 있었던 영업비결 중 하나래요.
정확한 정보를 바탕으로 잘못된 것을 바로잡아 주었을 뿐인데, 고객은 왜 점점 멀어졌던 걸까요. 여기에는 인간의 묘한 심리가 숨어있는데, 19세기 프랑스 극작가 외젠 라비슈의 <페리숑 씨의 여행>에서도 드러납니다.
파리에 살고 있는 부자 페리숑 씨는 아내와 딸과 함께 알프스로 여행을 떠납니다. 그의 딸을 사랑하는 두 청년 '아르망'과 '다니엘'도 딸에게 청혼할 기회를 얻기 위해 페리숑 씨의 가족과 동행을 하게 됩니다.
여행하던 중 승마를 하던 페리숑 씨가 말에서 떨어져 절벽 아래로 굴러 떨어지는데, 이때 '아르망'이 달려와서 페리숑 씨를 구해 주게 되지요. 아르망에 대한 딸과 아내의 고마움은 커져만 가는데, 정작 은혜를 입은 페리숑 씨는 처음과는 달리 시간이 흐를수록 아르망이 도와준 사실을 별거 아닌 것으로 치부하려 애씁니다.
여행은 계속되었고 몽블랑 빙하 주변에서 트래킹을 하던 도중에 발을 헛디딘 '다니엘'이 크레비스crevice로 떨어져 추락할 위기를 맞게 됩니다. 이때 페리숑 씨가 가이드와 함께 '다니엘'을 끌어내어 그를 구해주게 되지요. 산장으로 돌아온 페리숑 씨는 딸과 아내 앞에서 자랑스럽게 그 일을 떠벌리고, 다니엘 역시 페리숑 씨가 도와주지 않았다면 자기는 죽었을 거라면서 아낌없는 찬사로 페리숑 씨를 우쭐하게 만듭니다.
그날 이후 페리숑 씨는 딸에게 '아르망'에 대해서는 폄하하고, '다니엘'에 대한 칭찬과 찬사로 관심을 갖도록 부추기고, 결혼까지 시키려 합니다.
처음에는 도움받은 자가 도와준 사람에게 고마움을 느끼다가 시간이 지날수록 그 고마움은 부담으로 변질되고, 도움의 가치를 조금씩 훼손시키며 상대를 점차 피하고 증오해가는 과정을 폐리숑 콤플렉스라고 하는데, 우리는 살아가면서 이런 현상을 생각보다 자주 경험할 수 있습니다.
페리숑 씨가 다니엘을 선택한 이유는 타인의 인정, 칭찬, 존경을 받고 싶은 인간의 나르시시즘(Narcissism)을 충족시켜주었기 때문이에요. 반대로 존경받고 싶은 욕구를 위배하는 행동을 하게 되면 호감이 반감될 수 있기 때문에 이 점을 유의해야 해요. 상대방과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싶다면, 그 사람이 잘못을 했더라도 절대 그것을 들추어내듯이 타박하거나 주눅 들게 만드는 상황은 만들면 안 됩니다.
자신을 낮추며 상대방을 인정하고 높여줄 줄 아는 겸손한 사람에게 더 호감을 갖는 것이 인간의 기본심리니까요.
만약, 위의 사례처럼 고객의 실수가 발생한 경우에는 고객의 마음을 먼저 어루만져야 합니다. 고객의 행동에서 바람직한 것을 찾아 칭찬하고 존경하는 태도를 보여준다면 더욱 좋겠지요. 예시를 드린다면,
"네 고객님, 실효예고통지서 받고 놀라셨겠어요. 어찌 된 건지 제가 확인해보고 오늘 오후에 연락드려도 될까요?"
"고객님~ 제가 내용을 확인해보니까 7개월 전에 고객님 통장에서 자동이체가 되지 않았더라고요. 내역을 사진으로 찍어서 우선 보내드려 볼게요. 맞는지 살펴봐주시겠어요?"
"제가 미리 확인을 하고 안내해드렸어야 했는데 놓쳤나 봐요. 저도 깜짝 놀랐어요. 고객님께서 꼼꼼하게 살펴주신 덕분에 지금이라도 바로 잡을 수 있게 되어서 다행입니다. 앞으로 제가 더 신경 쓸게요. 전화 주셔서 정말 감사드려요"
위의 화법을 활용해본다면 고객과 세일즈맨 모두가 윈윈 할 수 있겠지요.
단지 순간의 쾌감을 위해, 논리적으로 이기기 위해, 상대보다 낫다는 것을 입증하기 위해 바로잡으려고만 하지 말고 상대의 감정과 욕구부터 어루만져 주세요.
어떤 일이 있더라도 절대 고객과 싸우지 마세요. 우리의 목적은 당장 이기는 것이 아니라 오랜 시간 고객의 사랑을 확보해야 하는 것임을 기억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