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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덴부와 셜리 Nov 14. 2023

영구와 맹구가 권투할 것 같은 곳

지나가다 본 권투장 - 미지의 세계로

영구와 맹구가 권투할 것 같은 곳이었다.


영구없다. - 심형래


내가 운명처럼 만난 “공간”을 소개하고지 한다.

여기는 왠지 영구와 맹구 그리고 오재미까지 있을 것 같은 판타지 공간이다.

젊은 분이라면 모르겠지만, 영구와 맹구라는 우스꽝스러운 캐릭터가 있었다.


보통 옛날 코미디 프로그램에 많이 등장하는 코너에는 꼭 권투가 들어가곤 한다. 왜 있잖아.그런 옛날 코미디.. 권투주먹을 상대방이 휘두르면, 먼저 맞고 그다음에 가드를 올리는 그런 코미디가 있는 권투장.


그 공간은 난닝구에 박스팬티만 입고 영구가 권투연습할 것 같은 느낌이었다. 런닝티라고 발음하기에는 너무 고급지다. 느낌으로는 "난닝구"라고 표현하는 게 맞다.


현실은 어떤 곳일까?


지하여서 퀘퀘한 냄새, 낮은 천장, 미니어쳐 작은 권투장, 옛날 학교의 나무 마룻바닥. 샌드백 몇 개 있는 연습실이더.

이 모든게 낯설었다.


그렇다. 내가 다니게 될 권투 체육관, 바로 체육관의 첫 느낌이었다.


그곳은,

우리 집이랑 가까운 곳, 먹거리 골목에 위치한 지하에 아주 낡은 간판이 하나 있었다.


"권투"

최근 zym 또는 다이어트 복싱, 주짓수와 권투 등 다양하고 세련된 이름이지만 그냥 "권투체육관"이라는 스트레이트한 이름은 요새 별로 없기도 하다.

이런 날것 같은 이름이 좋다.


네이버 플레이에 있지만, 인스타나 블로그에도 없는 그곳 (사실 sns 몇 개 있는 데 모두 몇년됐다. 그래서 폐업한 줄 알았다.)

그렇다.

네이버와 구글에 없으면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 것이다

이곳은존재하지 않을 미지의 장소같았다.

정말 이 권투장은 운영하는 걸까?라는 생각도 했었다.



미지의 첫발. 그것은 두려움에서 시작된다.


당신이 두려워 하는 동굴 속에, 당신이 찾는 보물이 있다. – 조셉 캠벨


첫발을 내딛는 것은 늘 두렵다. 별거 아닌 것 같지만 늘 두렵다. 그러나 막상 지나고나면 별거 아닌 그런것.

그러나 그 첫발을 내딪는 것은 쉽지 않다. 그래서 인생 대부분은 주저하느라 보내고, 절반은 후회하느라 보낸다.


또한 첫발의 어색함이 있다.


나는 3월 2일이 그런날이다. 한국 교육시스템의 개학닐이다. 초등학교(국민학교)부터 대학교 1학년때까지 3월2일은 늘 너무 낯설었다. 초중고등학교까지는 늘 친구 없이 다녀야 하는 3월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첫발의 두려움을 이기고, 시작의 어색함을 견디면 새로운 것을 발견하고, 새로운 세상에 진입하게된다. 그 이후에는 "성장"이라는 말이 있다.


출발은 떠밀려 시작하 듯, 의지대로 가듯 또는 우연이던 시작된다. 일단은 뜻밖에 모험이 시작된다.


모든 영웅의 스토리텔링 서사구조가 그렇다. 조셉 캠밸의 ‘영웅 서사’에서 보면 “출발과 입문”이 그 시작이다. 해리포터, 반지의 제왕도 그렇고, 석가모니의 출가와 예수님의 수행도 그렇게 시작된다.


하지만 내가 뭐라고.. 영웅도 아니다. 권투장 앞, 그 주변은 활기 넘치는 식당과 술집들의 거리. 네온사인이 껌뻑거리고 직장인의 거나한 소리가 들리는 회식의 거리. 그냥 혼자 서 있었다. 권투.. 할 수 있을까?


그렇다. 해리포터도 이모집에 얹혀사는 눈치밥 먹는 작은 소년이고, 절대반지를 지니게 될 반지의 제왕 프로, 그는 작은 난장이에 불과하다. 내가 어때서..



나이 50인데, 권투장에서 나를 받아줄까?


學而時習之 不亦說乎 학이시습지 불역열호 - 공자

배우고 때에 맞게 익힌다면 또한 기쁘지 않겠는가


논어에 나오는 구절이다. 고등학교 한문시간에도 있었다. 기억난다.

나의 대학시절 전공과목에 "논어"가 있었지만, 잘 기억이 안난다. (헉!! 전공과목에 없었나?)

어쨌든 열심히 공부하라 뭐 그런것이다.


그런데 이것은 어려운 뜻은 아니다.

바로 학원 원장이 좋아하는 말이다. 배워라. 등록해라.

공자도 사실 관리직을 못 얻어서 아카데미를 운영한 것이니까 ,,

내가 볼땐 공자도 원장입장에서 말한 것 아닌가?

난 그렇게 생각한다.

공부하는 게 뭐가 기쁜가. 노는 게 좋지.

어쨌든 나이든 나도 체육관 관장님은 받아 주겠지. 다 돈이니까...



백수는 과로사를 조심해야한다.


백수는 과로사를 조심해야 한다. - 나


나의 운동 히스토리를 들려주려 한다.


어릴때 태권도장은 3번 시도했지만, 이상하게 안 다녀보았다.

쿵후도 배우도 싶었다.

세계 100위 감독 안에 든 성룡...장국영은 못 갔지만, 성룡이 죽는 날에는 반드시 그날 비행기표를 끊고 국화꽃을 전하러 직접 홍콩에 갈 것이다. 그만큼 그처럼 쿵후를 배워보고 싶었지만 못 배웠다. 어릴때 "쿵후도장"을 갔으나 문이 닫혔다.


늘 건강검진 가면 "마른 비만", "여성평균보다 골다공증이 염려되는 남자"로 평가받았었다. 그래서 운동을 해야지...라는 생각은 했었다.


검도 3개월, 수영 3개월, 헬스3개월은 해보았다. 요가는 괜찮았는 데, 코로나가 닥치면서 그만두었다.


백화점 앞에 다녔던 수영장은, 백화점 여직원이 많이 올까 기대했지만

수영장 레일 안에서 할머니들이 나보고 빨리 가라고 뒤에서 내 발을 툭툭치느라 그만두었다.


검도는 재밌었지만, 회사 생활이 너무 바쁘고 회식가서 술먹느라 지속적이지 못했다. 호구도 샀었는데


요가는 정말 정말 좋았지만, 재미 붙일라 치니까 부서 발령으로 그만두어야 하고

발령지 근처에 다시 요가를 끊었으나 코로나가 닥치면서 그만두었다.


무작정 사표낸 후, 고오급 헬스장을 다녔다. 그러나 퇴직금을 뉴욕여행으로 탕진하면서 헬스장은 그만두어야할 때가 됐다. 게다가 백수는 바쁘다. 과로사로 쓰러지는 거 아닌가 싶었다.


그러다 길을 지나가다 권투장을 보았다.

심호흡을 했다.

새출발..

내 나이에 할 수 있을까

어릴때 맞고만 다녔던 내가...


그렇게..지하 권투장을 가기 위해 계단을 내려갔다.

마치 토끼따라 굴속으로 들어간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같은 심정이었다.

처음은 늘 두렵고, 설레인다.


그렇게 지하로 내려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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