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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 새벽 5시, 북한산을 오르는 남자

스몰 스텝 단톡방을 찾는 사람은 모두가 안다. 매일 새벽 5시경이면 산을 오르는 남자가 있다는 사실을. 친구나 지인 집에 가면 그곳에 있는 산을 오른다. 그것도 책을 읽으며 오른다. 낭독을 녹음하며 오른다. 직접 찍은 동영상과 사진을 편집해 유투브에 올린다. 그 영상은 항상 이렇게 시작한다.


"안녕하세요. 임세환입니다."


그에 대해서는 시간을 두고 쓰고 싶었다. 히든 카드와도 비슷했다. 하지만 눈치를 챈? 그가 틈을 주지 않는다. 그는 수줍은 사람이다. 단톡방의 그를 기대하고 만난 사람은 그의 수줍음에 다시 놀란다. 금요일 저녁과 토요일은 온전히 가정에 헌신한다. 직접 만나면 그닥 말도 없다. 그래서 스몰 스테퍼들 사이에 '임세환 로봇설'이 돈 것인지도 모르겠다. 때로는 열 개 이상의 단톡방을 동분서주하는 그를 의심의 눈길로 바라본 적도 있었다. 그래서 그에 대해 이런 질문을 던지곤 했다.


"생계는 해결하고 활동하시는 거지요?"



진심을 반쯤 담은 농담이었지만 내가 틀렸다. 그는 유능한 감정평가사다. 한 회사의 이사이다. 하지만 제주에 출장을 가서도 아침 일찍 영상을 올리는 모습에 두 손 두 발을 다 든 적이 있다. 그는 태생이 부지런한 사람이고, 열정적인 사람이고, 뜨거운 사람이다. 평소의 수줍은 듯한 모습은 어쩌면 가면인지도 모른다. 요란한 빈 수레보다는 조용한 사륜 구동이 낫지 않은가.


'사람책'이란 독특한 모임에서 그의 이야기를 들었다. 평범한 사람들의 살아가는 이야기를 듣는 강연 프로그램이다. 나같이 평범한 사람들이 연사로 나와 15분을 이야기한다. 거기서 그의 강연을 들었다. 강연 제목은 '나만의 프레임, 싸가지 말고 세 가지'였다. 그는 자신의 2019년 키워드를 세 가지로 정했다고 했다. 금주, 완주, 주책이라고 했다. 평소의 그를 아는 사람은 기대할 것이다. 그가 또 어떤 주책맞은 40대의 삶을 살아낼지 말이다.


그는 자신에게 꽂히는 세 가지만 기억한다고 했다. 그렇게 자신의 세 가지 꼭지점을 찍고 연결하다보면 세 변 속에 담을 수 있을 정도의 진보를 이룰 수 있다고 했다. 그래서 그는 늘 다음과 같은 세 가지의 질문을 품고 다닌다고 했다.


"재미, 의미, 감동이 있었떤 이야기는 무엇일까?"

"언제, 어디서, 누구와 이야기를 나누었을까?"

"내가 제일 기억에 남는 키워드 3개는 무엇인가?"



삼각형은 이런 그에 정말로 어울리는 키워드이다. 다리가 세 개 달린 테이블이 네 개 달린 테이블도 훨씬 안정적이다. 실천에 기반하는 그의 삶은 곤고하다. 쉽게 흔들리지 않는다. 매일 새벽을 깨우는 그의 실천은 그런 그의 삶의 단단함을 보여주는 아주 작은 부분일 뿐이다. '빙산의 일각'이라는 말이 있는 것처럼 그의 삶은 보통의 사람들보다 훨씬 더 밀도 있다. 그의 수줍음은 그야말로 빙산의 '일각'일 뿐이다.


"세상 사람들이 어느 곳으로 간다고 해서 그걸 쫓아가면 안된다. 그건 그 사람들의 길이고 네 길은 따로 있을 것이다. 세상 사람들이 가는 길이 네 길이라면 따라가면 된다. 허나 그 길이 네 길인지 아닌지는 알고 가라."


그의 아버님이 그에게 한 말이라고 했다. 내가 그토록 오랫동안 찾아헤맨 고민의 답을 그는 알고 있었다. 그렇게 살고 있었다. 내가 그렇게 찾아헤맨 답은 '나다운' 삶이었다. 그리고 그 방법 중의 하나로 '스몰 스텝'을 실천했다. 그러나 그와 닮은 사람들을 만나면서 한없이 겸손해졌다. 이미 그렇게 사는 사람들이 내 주변에 즐비했다. 그들은 유명하지 않다. 대단해보이지 않는다. 그러나 그 삶은 모래처럼 무너지는 '대단해 보이는' 사람들의 삶보다 훨씨 더 단단했다. 자기다웠다. 그런 그를 자주 만난다. 매번 배운다. 내 삶이 어제보다 오늘 조금 더 나아졌다면 그들 덕분이다. 그들 중에 빼놓을 수 없는 이름 중 하나가 바로, '임세환'이란 이름이다.




* 임세환님의 '사람책' 강연 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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