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3월 여고동창들과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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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3월 여고동창들과 <2017년 <2017년 3월 여고동창과 함께>
오늘은 월요일. 모든 국공립관은 문을 닫는 날. 녹우단을 보러 갔으나 문을 안 열어 버스를 돌려 강진으로 향한다. "강진 먼저 보지 모~" 그래서 간 곳이 무위사. "아. 나 여기 정말 오래전에 왔었는데. 그땐 극락전 딱 하나였는데." 명숙이가 옛날을 회상한다. 월출산 중턱에 떡하니 극락전 하나. 등반 중 만난 휑하니 뚫린 허허벌판 같은 곳에 아주 옛날 모습의 소박한 절 하나. 그게 그렇게 인상적일 수가 없었단다. 아무것도 안 할 것 같은 무위사. 그런데 지금은 이것저것 꽤 많이 들어서 있어 명숙이가 그 옛날 느꼈던 한적함의 감동은 작지만 그래도 하나하나 복원되고 있음에 우린 감사하기로 한다.
"무위사는 617년 신라 진평왕 때 원효대사가 창건했어. 죽은 영혼 달래주는 수륙재도 했지. 그래서 극락세계를 관장하는 아미타여래를 모신 이 극락전이 중심이야." 끝없이 이어지는 우리 길쌤의 조곤조곤 자상한 설명.
너무도 소박한 모습. 조선시대 불교 초기 형태. 인위나 조작이 닿지 않는 맨 처음의 진리를 깨달으라는 무위사 無爲寺 그렇구나아아 특히 이 극락전은 조선 세종 12년 1403년 세종의 아들 효령대군이 주관해 만든 목조건물이라고라.
극락전의 이 창호를 주목하란 말이렷다. 오예!!! 빗살 창호와 만 살 창호가 합쳐진 모양. 요런 걸 바로바로 '빗살문'이라 한단 말이지? 아항. 그렇구나아아아. 앗. 삽살개. 무언가 아무것도 안 할 듯한 이름. 무위사와 어울린다. 요 삽살개. 호홋.
에구. 우리 삽살개. 절 지키느라 힘들었쪄? 호홋. 정선이가 다가가 쓰다듬어 주며 말을 건다. 무료해 보이던 이 삽살개. 좋아 어쩔 줄 모른다. 정선이 떠나간 곳을 미련 가득 담아 바라보며 다소곳이 앉아 극락전을 지키는 삽살개.
극락전을 보면서 찬찬히 느껴봐. 단아하면서도 소박한 건축미가 느껴진다. 흠흠 특히 노란 저 벽의 기둥과 보가 만나 이루는 공간 분할. 절제된 아름다움이 팍팍 느껴지지? 옛쏠. 느껴짐돠!!! 길쌤의 조곤조곤 설명 따라 우리는 이리 보고 저리 보고.
(사진촬영 금지구역이라 극락전 내부의 이 두 그림은인터넷 사진이다.)
단정하고 검소한 극락전의 겉모습과 달리 서방 정토 극락세계를 묘사한 화려한 건물 내부. 조선 초기 불교미술의 극치. 길쌤따라 우리는 줄줄이 불상 뒤로 가 벽에 그려져 있는 수월관음도를 본다. 우아. 하얀 가운. 화려한 꽃치장. 너무 아름다워. 어쩌면 손이 저리도 섬세하고 예쁠까? 남자 모습인데 여자처럼 화려하네. 도대체 여자야? 여자야?
중성이야. 여성도 남성도 아닌. 대개 중성으로 그려져. 호호. 우리들 의문에 즉각 날아오는 길쌤의 답변. 우리는 걸어 다니는 박물관을 모시고 다닙니당. 헤헤. (우리 동창 중에 이런 역사적 사실을 아주 잘 아는 친구를 우리는 길쌤이라 부르며 곳곳에서 그녀의 설명에 귀 기울인다.)
아. 그렇구나. 세상 소리 듣는다는 보살. 관음보살, 관세음보살의 준말. 그렇구나. 아아 그렇구나. 천수관음은 손끝에 천 개 눈을 갖고 있고, 석굴암 본 전불 뒤엔 11면 관음이라고 얼굴이 열한 개인 관음이 있다고라. 오홋. 따스한 햇빛 아래 우린 끝없이 이어지는 길쌤의 흥미진진한 이야기에 귀를 기울인다. 행여 한마디라도 놓칠까 집중 집중. 한가한 평일 대낮. '정신여고 동창회' 글자가 번쩍이는 리무진 버스를 타고 우리는 여기 왔다. 사십여 년 전 함께 공부하던 친구들. 종로구 연지동 교실에서 청소시간 줄 서서 사 먹던 따끈따끈 식빵을 그리워하는 친구들. 그 무엇을 한 들 재미가 없을까. 낙엽 구르는 것만 보아도 깔깔 까르르르. 하하. 우리는 여고 동창생. 자. 이제 이동. 저쪽 껄 보러 가자.
"조용하던 연희가 절에 오니 살판났네." 누군가 그렇게 말한다. 맞다. 연희는 여기서 열심히 절을 한다. 그 힘든 자세. 무릎 굽히고 머리 바닥 대고 두 손을 머리 위에서 펴고 다시 일어섰다 굽히고 머리 바닥 대고 두 손을 머리 위에서 펴고 다시 일어서는 그걸 아주 여러 번. "연희 좀 봐봐. 발끝부터 머리끝까지 딸이 엄마 환갑여행 위해 마련해 준거래." 정말 연희는 예쁘다. 모자도 예쁘고 은은한 진달래색 패딩잠바도 예쁘고 바지도 예쁘고 빨강 운동화도 너무나 예쁘다. 따님의 마음이 고스란히 배어있어서이리라. 하하 딸 없는 사람은 어떡하라고.
누가 정신여고 아니랄까 봐 너무나 학구적인 우리 친구들. 특히 매달 모이는 미술사 방에서 공부한 저력들이 있어서 척하면 척이다. 너무도 예쁜 노란 벽면. 그 구도를 멀리서 찍어 본다. 친구들도 길쌤 설명 따라 벽면을 보고 또 본다. 열심히 설명하는 길쌤. 열심히 듣는 우리들. 길쌤따라 우~ 우~ 떼거지로 몰려다니는 우리는 여고 동창생~ 호홋. <계 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