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남의 3대 정원 백운동 별서 정원

by 꽃뜰


<2017년 3월 여고동창들과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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흰 구름 두둥실 떠다니다 잠깐 머무는 동네 백운동. 오홋. 이름이 너무 예쁘지 않아? 백운동 별서 정원이다. 학구적인 우리들은 시작 부분에 세워져 있는 안내판을 그냥 지나치는 경우가 없다. 꼼꼼히 읽고 거기에 길쌤의

보충 설명까지 들어 아는 만큼 보인다고 지식으로 단단히 무장하고 씩씩하게 목표지로 향한다. 보길도의 부용정과 담양의 소쇄원과 더불어 호남의 3대 정원인 강진 백운동 별서정원.


조선 후기 이담로라는 이름 없는 시골선비가 조용히 지내려고 조성한 곳. 귀양살이 중이던 정약용이 이 곳을 너무도 사랑하여 세상에 알려지게 된다. 어떻게? 다산이라는 호를 야생차가 흔한 바로 이 곳 강진에서 지었다는 정약용. 1812년 제자들과 함께 월출산 유람에 나선다. 여기서 하룻밤 묵고 다산초당으로 돌아갔는데 이를 어째. 계속 이 곳의 풍경이 눈에 아른아른.

제자 초의 스님에게 이 곳을 그리게 하고 자신은 12곳 명소를 뽑아 각 장소마다 시를 지어 남긴다. 백운동의 아름다운 열두 개의 풍경이 시와 함께 남겨지니, 이것이 바로 그 유명한 '백운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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①옥판봉 - 월출산 구정봉의 서남쪽 봉우리②산 다경 - 별서 정원에 들어가는 동백나무 숲의 작은 길③백매오 - 바위 언덕 위에 심어둔 백 그루의 홍매④홍옥 폭 - 단풍나무 빛이 비친 옥의 홍옥 같은 폭포의 물방울⑤유상곡수 - 잔을 띄워 보낼 수 있는 아홉 굽이의 작은 물길⑥창하벽 - 붉은색의 글자가 있는 푸른빛 절벽⑦정유강 - 용 비늘처럼 생긴 붉은 소나무⑧모란체 - 모란이 심어져 있는 돌계단의 화단⑨취미 선방 - 꾸밈없고 고즈넉한 작은 방⑩풍단 - 창하벽 위에 붉게 물든 단풍나무가 심어진 단⑪ 정선대 - 신선이 머물렀다는 옥판 봉이 보이는 창하벽 위쪽 정자⑫ 운당원 - 별서 뒤편의 늠름하게 하늘로 솟은 나무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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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번 홍옥 폭을 건너 6번 창하 벽을 지나니 눈에 들어오는 우아~ 별서정원의 돌담. 세상과 멀리 떨어져 있지 않지만 단절된 세계를 느끼게 하는 풍경들. 두둥실 흰 구름도 잠시 머물다 갔다는 숨겨진 아름다운 동네. 속세와 멀리 떨어지지 않은 곳에 완벽한 은둔처를 마련한 정원 주인의 안목. 돌담의 운치를 한 껏 느끼려 천천히 걷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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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오래된 나무들 모습 하며, 커다란 사진기를 들고 다니는 전문가 미애가 요렇게 멋진 문을 놓칠 리 없다.

정선이도 찰칵. 난 그 모습을 찰칵. ㅎㅎ 월출산의 뾰족뾰족한 바위 아래에 자리 잡고 있는 마을에서 가까우면서도 심산에 든 것처럼 호젓한 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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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에서 백운동으로 들어가려면 동백나무와 비자나무가 우거진 숲길을 지나 개울을 건너고 다시 암괴를 지나야 한다. 이 곳의 가장 빼어난 점은 경주의 포석정처럼 개울물을 끌어다 유상곡수(流觴曲水)를 즐겼다는 것이다. 즉 흐르는 물에 술잔을 띄워 마시는 놀이를 즐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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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울에서 집으로 흘러들어온 물은 아홉 굽이를 돌아 다시 집 바깥으로 흘러나가도록 설계되어 있다. 못 뒤에 이렇게 대청마루를 단 조그만 초막이 하나 있다. 손님이 찾아오면 이 곳에 앉아 함께 술잔을 기울였던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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곳곳에 이렇게 정약용이 지은 시와 함께 아름다운 12 경이 표시되어 있다. 모란체를 읽어보고 모란꽃을 찍는다. 책이라도 한 권 들고 와 마냥 게으르게 읽다 쉬다 읽다 쉬다 뒹굴뒹굴하고픈 곳. 집 마당을 건너 작은 동산. '정선대'로 간다.


停 머무를 정

仙 신선 선

垈 터 대


즉 '신선이 머무는 곳' 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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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선대에 올라서니 앗. 앞으로 훤히 월출봉의 뾰족뾰족 산들이 쫘악 펼쳐진다. 눈에 확 들어온다. 와우~ 우리가 지나온 집들도 한눈에 내려다 보인다.


제11경 정 선대


집에 푸른 대숲이 뉘였도 한데

담장에 담쟁이 붉은 가을이로다.


시험 삼아 샛문의 밖을 따라서

바위 난간 머리까지 쉬엄 걸었지.


비에 씻겨 고운 뫼 모습 나오고

해묵은 관목들도 그윽하여라.


경영함을 기록 남겨 보인다 하면

장취원이 한가로운 근심 품을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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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약용의 시를 읊으니 우리가 지금 그때 그 시절 함께 하는 듯. ㅎㅎ 두 칸짜리 작은 별당 앞으로 방형의 연못과 거기에서 흘러나온 물이 빠져나오는 유상곡수 연. 삼짇날 정원에서 술잔을 띄우고 그 잔이 자기 앞으로 떠내려 올 때까지 시를 읊던 연회. 동양의 선비나 귀족들이 즐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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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경 유상곡수


담장 뚫고 여섯 굽이

흐르는 물이


고개 돌려 담장 밖을

다시 나간다.


어쩌다 온 두세 분

손님이 있어


편히 앉아 술잔을

함께 띄우네.


제5경 유상곡수에 지어진 정약용의 시를 읊으며

우리는 백운동 별서정원을 떠난다.


<계 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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