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산 윤선도
<2017년 3월 여고동창들과 함께>
헉헉 밧줄을 타고 조심조심 동천석실에서 내려와 다음 코스로 전진. 험한 산 중턱에 있는 동천석실을 다녀왔다는 자신감에 우린 모두 넉넉하다. 방~ 긋 모두에게서 절로 웃음꽃이 피어난다. 윤선도가 많은 책을 쌓아두고 독서하며 자제들을 가르쳤던 곳. 바로 낙서재가 우리의 다음 목표지다.
윤선도의 시나 한 수 읊어볼까나?
樂書齋偶吟
낙서재우음
낙서재에서 우연이 읊다.
眼在靑山耳在琴
안재청산이재금
눈은 청산에 있고 귀는 거문고에 있으니
世間何事到吾心
세간하사도오심
세상의 무슨 일이 내 마음에 이르랴
滿腔浩氣無人識
만강호기무인지
가슴속 가득한 호연지기를 아는 사람 없어
一曲狂歌獨自吟
일곡광가독자음
한 곡의 미친 노래를 홀로 읊노라
윤선도는 주로 이 곳에서 살았다. 일상생활을 하고 책을 읽고 그리고 고달팠던 삶의 끈도 이 곳에서
놓았다. 아, 우리 모두는 지금 동천석실 그 가파른 곳에서 내려와 기진맥진이다.
낙서재에서 정면으로 보이는 바위산 중턱의 동천석실에서 곡예하듯 밧줄 타고 내려오자마자 또 한참
땡볕 속을 걸었으니... 하하. 우리 극기 훈련 중?
본래 부용동 유적은 손님을 접대하던 세연정과 고산 본인이 살던 낙서재, 차와 시를 즐겼던 동천석실과 고산의 아들 학관이 휴식을 위해지었다는 곡수당으로 구성되어 있다.
樂 즐거울 낙
書 글 서
齋 재계할 재
재계하다? 종교적 의식 따위를 치르기 위하여 몸과 마음을 깨끗이 하고 부정한 일을 멀리함.
낙서재 앞뜰에 있었다는 2.8m의 거북바위 귀암이다. 윤선도는 이 바위를 '고산 유고' 귀암 시편에 나오는 4령(봉황, 기린, 용, 거북) 중의 하나로 꼽으면서 저녁이면 이 바위 위에 앉아 보름달을 즐겼다고 한다. 고뤠? 우리도 벌러덩 누워 하염없이 하늘을 바라본다. 파란 하늘에 흰구름 두둥실~ 아. 좋다. 사방이 캄캄할 한 밤중에 둥근 보름달을 이렇게 누워 감상한다면 그 맛은 정말 기가 막히겠다. 마구 그 아름다울 밤을 상상하면서.
우리의 다음 목표는 곡수당
曲 굽을 곡
水 물 수
堂 집 당
세연정에 버금가는 조선시대 대표적인 민간정원이다. 곡수당을 둘러싼 이중 돌담을 보라. 격자봉 계곡 따라 흘러 내려온 물은 상연지에 모인다. 바닥을 깊이 파고 돌을 깔아 물이 모자라지도 넘치지도 않게 일정한 양이 담기면 흐르도록 설계된 곳. 그 옛날에 기막히지 아니한가.
마냥 눌러앉아 있고픈 풍경. 한적~ 하고 조용~하고 평화~롭고 그러나 이제는 우리가 떠나가야 할 시간~ 곡수당을 뒤로하고 하연지를 지나 우리들 버스 있는 곳으로 간다.
아. 그런데 이 곳의 매화. 너무 예쁘다. 한창 매화가 피어나고 있다. 정선이와 나는 너무도 예쁜 매화밭을 그냥
지나치기 아쉬워 매화나무 가득한 하연지 바닥으로 껑충 뛰어내린다. 그리고 그곳의 매화를 열심히 카메라에 담는다. 아. 너무 예쁘다. 저 푸른 하늘엔 두둥실 흰구름 새싹이 돋아나는 3월의 땅엔 하얀 매화.
잠깐. 이쪽에서 찍으면 곡수당이 나오겠는걸. 찰칵. 저 멀리 곡수당의 지붕이 살짝 보인다. 하하 봄의 전령 매화도 제대로 필락 말락이던 이른 봄. 활짝 핀 매화 모습에 좋아 어쩔 줄 모르며 이리 찍고 저리 찍고.... 호홋. 결국. 너희들 빨리 안 와? 고함을 듣고 네~네~갑니다~ 서둘러 하연지 바닥에서 어영차 올라와 달려라 달려~ 잽싸게 친구들 있는 곳에 합류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