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벌 혐오주의자 엄마의 조언

by JS

제목이 다소 선정적이다.

나는 성심껏 정보를 제공하고 조언하려고 했는데, 나를 이 단어로 정의 내렸다. 재벌혐오주의자라니?


이 아들의 도발은 취업 준비를 본격적으로 시작하면서 나타났다. 아들은 가고 싶은 기업 리스트를 작성하였다. 가고 싶은 기업에 관한 이유도 적혀있었다. 나는 리스트를 보고 기업의 장/단점을 설명해주고 싶었다. 기업에 대한 객관적인 정보가 더 많이 필요하지만 비즈니스를 오랫동안 해왔던 내가 줄 수 있는 적절한 정보라고 생각했고 내 의견도 덧붙여 주었다. 기업의 문화, 시장 환경, 성장 잠재력, 근무 환경 등 알고 듣었던 내용들을 정리해주고 싶었다.


이를테면

" OO는 문화가 보수적이고, 유통이 주력인 회사이지만 전망이 그리 밝지 않은데, 그동안 교통이 좋거나 트래픽이 많은 곳에 점포를 장악해 경쟁우위에 있었지만, 이커머스의 압도적인 성장으로 지금은 옛날 같지 않아"


"OO은 구조조정하면서 강제 퇴사에 버티는 차장이상의 직원들을 화장실 앞으로 책상을 배치했데..."


아들은 처음에는 좀 집중해서 듣는 것 같았으나, "엄마 이런저런 이유로 체크해 보면 갈 회사가 없어요." 하고 투털거렸다. 그리고 보수적인 문화 운운하면 본인은 꼰대들이 많은 회사가 익숙하고 보수적인 문화에서도 그러려니 하면서 잘 지낼 수 있다고 한다. 마지막 말은 압권이다. " 전 고기도 잘 구워요. "



나는 좀 더 개방적이고 선진적인 문화를 가진 기업에서 근무했으면 하는 마음인데 이 녀석은 아직도 '정'이 오고 가며 서로 챙겨주는 선배/팀장들이 있는 곳이 더 마음에 든다고 한다. 설사 명령하달식 문화가 아직 존재한다고 해도 (우리 아들이 어느 별에서 온 것인지, 남편과 나 모두 조직에서 말 안 듣고 높은 사람 의견에 반대하는 것이 취미였는데..) 그런 곳이 더 푸근하게 느껴진다고 한다.


이 순진한 녀석이 6개월 넘게 국내 컨설팅 회사에서 인턴생활을 했는데. 그 문화가 보수적인 문화의 샘플이라고 철없게 생각한 것 같다. 컨설턴트들과 일하면서 자유롭게 유연성 있는 문화를 한국 대기업의 전형적인 분위기라고 착각한 것 같다.


완벽한 사람이 없는 것처럼 기업도 마찬가지다. 또한 시장 환경에 따라서 흥망성쇠도 있으니 기업마다 한계, 잠재력, 내부의 문화등이 모두 다른 모습을 가지고 있다. 따라서 전편에서 얘기한 것처럼, 완벽한 기업을 선택하는 것이 아니라 취준생 본인이 어떠한 비전을 가지고 있느냐, 어떤 환경에서 가장 능률이 올라가는지 먼저 생각하고 비전이 맞고 이를 개인적으로도 성취하고 조직에도 공헌하는 그런 궁합을 찾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다.


나 자신을 알기 위해서는 일단 나의 장단점을 비판적/객관점 관점에 면밀하게 검토해야 하는 것처럼, 기업에 대한 정보를 꼼꼼히 수집하고 장점과 향후 성장가능성, 문화 등을 비판적 검토해 보면 좋을 것 같다.


아들아, 너의 기업 취향을 존중한다. 고기 굽는 스킬이 발전하길 빈다(어른이 이런 말투 안 된다).

근데, 엄마는 재벌 혐오주의자가 아니다. 오해입니다. 그리고 단어로 말하는 사람의 생각이 반영된다. '재벌'이라는 단어 자체가 편견이 보일 수 있어, 대기업으로 바꿔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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