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올린 이야기 #5
프랑스의 스트라디바리우스로 꼽히는 제작자는 Nicolas Lupot(루포)다. 루포가 처음 악기를 제작했던 지역은 독일의 미텐발트, Markneukirchen와 같이 목재 수급이 원할한 프랑스의 Mirecourt(미흐뚜흐)다. 미흐뚜흐는 독일 미텐발트 인근이기도 하고, 루포의 아버지가 독일 지역에서 바이올린 제작활동을 하면서 루포 역시 자연스럽게 독일 제작기법의 영향을 받은 것으로 추정된다.
이후 루포는 파리로 자리를 옮겨 스트라디바리우스 패턴을 연구해 제작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가 프랑스의 스트라디바리우스로 유명해진 것은 스트라디 패턴을 열심히 따른 결과인 점도 있다. 루포의 제자 중 가장 유명한 제작자는 August Sébastien Philippe Bernardel(베르나델)과 Charles François Gand(강드)를 꼽을 수 있다. 베르나델은 강드와 함께 작업을 하며 각광을 받았고 그들이 만든 악기 역시 인정을 받았으나, 아래에 서술할 Jean Baptiste Vuillaume(뷔욤) 때문에 2인자에 머무른 감이 있다.
프랑스의 바이올린은 Jean Baptiste Vuillaume(J.B. 뷔욤)이 제작한 악기가 가장 유명하다. 뷔욤에 대해 더 이야기하면 뷔욤은 19세기에 주로 활동한 프랑스 제작자로 Mirecourt(미흐뚜흐)에서 태어나 주로 파리에서 제작활동을 했다.
뷔욤은 François Chanot(프랑수와 샤노)의 공방에서 일하면서 유명악기를 잘 모방하는 ‘카피스트’로 유명해졌다. 뷔욤은 처음에는 프랑스 명장인 Nicolas Lupot(루포)의 악기를 모방하다가 나중에는 과르네리 델제수 악기를 잘 흉내내는 제작자로 유명해졌다. 특히 뷔욤은 유명한 제작자의 패턴은 물론 바니쉬까지 흉내내면서 카피에 두각을 나타냈다. 과르네리 델제수 이외에도 아마티와 스트라디바리우스도 카피하기도 했다.
뷔욤이 만든 바이올린 오늘날에도 인기있다. 오늘날 가장 실력이 뛰어난 바이올리니스트이자 바흐 음악을 가장 잘 해석한다고 꼽히는 힐러리한이 주로 사용하는 악기가 뷔욤 악기다.
뷔욤 가문의 제자로는 Paul Bailly(베일리)가 있다. 베일리는 평생 다작 하기로 유명했고, 무려 3000개가 넘는 악기를 만들었다고 알려졌다. 물론 현악 제작자가 아무리 손이 빨라도 일년에 10개를 만들지 못하는 점을 감안하면 베일리가 만든 상당수의 악기는 공방(워크샵) 악기일 가능성이 높다. 베일리는 주로 스트라디바리우스 패턴을 흉내냈고, 첼로의 경우 일반적인 첼로 사이즈보다 꽤나 큰 형태가 특징이다.
아울러 프랑스 바이올린으로 유명한 제작자를 꼽자면 Collin-Mézin Family(꼴랑메장 가문)다. 메장 가문이 만든 악기 역시 공방을 통해 삼대에 걸쳐 다작했기 때문에 국내에서도 쉽게 볼 수 있는 프렌치 악기다.
메장 가문의 악기 중 가장 인정받는 제작자는 메장 제작가문의 시초인 Charles Jean-Baptiste Collin-Mézin père(메장1세)가 꼽힌다. 메장1세는 연주자 Joseph Joachim(요제프 요아힘)이 그가 만든 악기를 사용하면서 유명해졌고 메장 가문을 일으킬수 있었다.
메장 악기의 뒷이야기를 하자면 한 때 바이올린 제작 정보가 부족했던 1980~1990년대 국내에서 명품악기(?)의 대명사로 알려졌고, 당시에 바이올린을 전공했던 수많은 학생들이 메장악기를 쓰면서 지금도 국내에서 쉽게 메장악기를 만날 수 있다. 그만큼 가품도 많다. 가품 중에는 라벨은 물론 악기 내부의 불도장까지 흉내낸 것도 어렵지 않게 발견할 수 있다. 설령 메장 악기를 만나서 구입까지 고민한다면 반드시 감정서가 있는 악기를 고르는 게 좋다.
게다가 메장이 직접 제작한 악기가 아닌 공방에서 만들어진 악기는 직접 깎아서 만드는 공법(Carved)이 아닌 찍어서(Pressed) 만든 악기도 있다고 한다. 보통 프레스 공법으로 만들어진 악기는 카브드 공법 악기보다 품질이 낮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