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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가야 Sep 27. 2020

좋은 악기 구하기

바이올린 이야기 #6

◆악기 구하기     


    좋은 악기는 금전적인 여유만 있으면 충분히 구할 수 있다. 하지만 내 마음에 드는 악기는 주관적인 견해 차이가 커 쉽게 구하기 어렵다. 좋으면서도 내 마음에 드는 악기를 구하는 것은 금전 문제는 둘째 치더라도 하늘의 별따기에 가깝다.

 

Giuseppe Guarneri “DEL GESU” 1732 “Kaston”


    합리적인 악기 선택을 위해서 가장 먼저 정해야 할 것은 ‘예산’이다. 구매자가 엄청난 재력이 있어서 스트라디바리우스나 과르네리 델제수를 구하지 않는 이상은 필연적으로 예산 문제에 봉착한다. 자신이 쓸 수 있는 최소한의 액수부터 최대한의 액수를 정해놓고 악기를 찾는 것이 합리적인 소비의 첫 걸음이다.

 

    두 번째는 악기의 타입이다. 제작된 지 100년 이상된 올드악기를 구할지, 20~90년된 모던악기를 구할지, 주문제작을 포함한 컨템포러리(현대) 악기를 구할지 먼저 정하는 것이 좋다. 각각의 특징이 너무나 달라 막연하게 생각하다간 불합리한 선택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첫 번째와 두 번째가 충족됐으면 그때부터 악기를 시연하면서 자신의 마음에 드는지 여부를 확인해야 한다. 악기 소리가 마음에 들었다? 이게 끝은 아니다. 행여 모를 ‘리스크’와 추후 ‘리셀(Resell)’ 가능성도 고려해야한다. 리스크는 일종의 관리 비용이며, 리셀은 악기의 잠재가치에 가깝다. 구체적인 것은 후술하겠다.

 

    첫 번째로 돌아와서 예산 파트를 이야기해보자. 아마추어 수준이라면 보통 10만~200만원선이 가장 많을 것이다. 아마추어가 조금 욕심을 내는 경우 500만원까지 가는 경우도 많고, 욕심이 지나치면 1000만원, 1000만~2000만원까지 쓰는 경우도 봤다. 보통 전문직 취미자에게 많이 볼수 있는 광경이다. 가끔씩 오늘날 최고 제작자로 꼽히는 Gregg Alf나 Martin Schleske 등의 제작악기를 4000만원 이상 지불하고 주문하는 경우도 있었다. 

 

    전공을 준비하는 학생의 경우 악기 구매를 위한 예산 범위기 기하급수로 커지는 경우가 많다. 1000만~2000만원 짜리 악기는 가장 기본이며, 이른바 ‘강남학부모’들을 중심으로 1억원 이상 하는 이탈리아 올드 악기를 사는 경우도 비일비재하다. 당장 예원학교 학생들이 쓰는 악기를 보면 Scarampella나 Gagliano는 눈에 채일 정도다.

 

    취미생이야 자신의 능력껏 악기를 선택하기 때문에 큰 문제로 이어지지 않지만, 전공을 준비하는 자녀가 쓰는 악기를 구입하기 위해 많은 걱정을 하는 학부모들이 많다. 좋지 않은 악기를 쓰게 하자니 전공을 하면서 다른 학우들에게 뒤처질 것 같고, 그렇다고 비싼 악기를 마련하자니 어지간한 집값과 같다.

 

    게다가 학부모가 악기에 대해 잘 모르는 점도 큰 리스크로 작용한다. 악기상이나 선생님이 보증서나 감정서가 없지만 너무나 좋은 악기라고 강력하게 추천하고, 아이도 마음에 든다고 말하면 덥석 구매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다. 그렇게 산 악기가 정말 족보가 있고 훌륭한 악기면 본전인데, 알고보니 족보 없거나, 심지어 ‘짝퉁’으로 드러나 크게 상심하기도 한다. 


    특히 악기에 대한 정보가 불투명했던 1990~2000년대 전공을 했었던 사람들 보면 선생님 말만 믿고 정체 불명의 악기를 애지중지 사용하는 경우가 흔하다. 그런 악기를 4000만원 이상 주고 구매했지만 최근 다시 팔려고 내놓고 보니 가품에 보증서도 없어 400만원도 받지 못하는 일도 있었다. 구매한 악기를 평생 쓸 거 아니면 선생이나 악기상 말만 믿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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