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시도들의 중요성
꽤 오랜 기간 탕후루가 유행이었고 그에 발을 맞춰 탕후루를 판매하는 매장 또한 많이 늘어났었다. 길거리를 걷다보면 저마다 과일이 차곡차곡 쌓여 있는 과일 꼬치를 쥐고 있었다. 종류도 다양했던 것 같은데, 그 중 손에 어느 것 하나도 들고 있지 않은 사람, 나였다. 이미 달콤한 과일에 설탕물을 굳힌 상태로 입혀서 인위적인 단맛을 첨가하다니, 정반합을 신봉하는 사람으로써 이 조합에 대한 신뢰가 없었다. 고차원적인 맛은 단짠에서 온다.
사실 이렇게 흐름에 비껴가 있다 보니, 탕후루의 유행도 늦게 알았고 마찬가지로 탕후루 유행이 지난 것도 탕후루 매장들이 많이 없어지고 나서야 알았다. 입맛에 꼭 맞는 짬뽕을 판매하는 중국집이 있는데 그 곳까지 가는 길엔 족히 서너개의 탕후루 매장이 있는 것을 봤었다. 그런데 어느새 그 매장들은 사라지고 파스타, 프린트 카페 등이 영업을 하고 있었다.
그리고 최근 무감한 나의 레이더에는 많은 과일가게가 생겨났음을 포착했다. 프렌차이즈가 아니고 개인의 소자본 창업의 형태 같다. 판매품은 모두 과일인 것만 빼고는 매장 디자인, 영업 방식 등 모두 달랐다. 과일을 가공하는 탕후루가 가고 과일 그 자체를 취급하는 매장이 생겼다. 이 단선적인 변화, 낭만주의에서 해갈되지 못한 혹은 낭만주의로 충족하지 못한 그 틈에서 리얼리즘이 탄생한 것과 거칠게 보면 닮아 있다. 중독성이 있는 몇번의 폭발, 그것은 달콤함을 주지만 내 몸에는 하등 도움이 되지 않는다. 그래서 탕후루를 버리고 과일을 택한 것이라고 볼 수 있지 않을까.
그보다 퇴사자의 눈에는 과일가게가 하나의 직업으로 보였다. 직업으로 적절한가. 여러 요소에서 확인이 필요하겠지만 많은 사람들이 도전하고 있다는 점으로 미루어볼 때 어느 정도 규명이 되었고 여기에 시간에 따른 검증만 남았다고 보여진다. 검증 단계에서 판단이 달라질 수 있겠지만 과일가게를 해보겠다는 시도, 그리고 일정한 흐름이 됐다는 점이 중요하다. 그 흐름에 기여한 사람들 역시 대단해보인다.
검색을 해보니, 소자본으로 창업할 수 있다는 점이 과일가게가 많아진 이유로 제시되었다. 누구나 할 수 있다고 여겨질 수 있다. 그리고 진입 장벽이 낮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나아가 금방 포화상태가 되고 치킨게임이 될 거라 속단할 수도 있다. 여기까지 공통점. ' - 수 있다'는 예측과 가정이다. 해보기 전까지는 모른다. 사업성은 물론 자신의 적성에 맞는지 안 맞는지도 시작하지 않으면 알 수가 없다. 아직까지 명맥을 유지하는 탕후루를 위시한 디저트 가게들이 있다.
창업 뿐만 아니라 직장인이 자신의 업무를 수행할 때에도 적용되는 일하는 방식은 '작은 시도'이다. 큰 시도는 시작하기 어렵고 시작하지 않으면 내가 생각하는 방식이 유효타를 칠 수 있는지 확인할 수가 없다. 그래서 작은 시도가 중요하다. 시도를 작게하면 시작하기 쉽고 그러면 실패 혹은 성공, 성과 달성이 눈에 보인다. 가시적인 결과를 가지고 내가 하는 업무에 유효한 방법론을 만들어가는 과정이 중요하다. 회사를 다니면서 익힌 이 방식은 회사를 다니지 않는 지금도 활용하고 있다.
퇴사를 하면서 많은 생각이 있었다. 시간을 가지게 되니 막연히 하고 싶은 게 많았고 동시에 마음이 조급해지는 지점들도 분명히 있었다. 그런 와중에 하나씩 내게 지금 필요한 것을 떠올리고 하나씩 해보았다. 진척도와 성과가 뚜렷하게 잡히지 않던 회사의 일과는 정반대에 있는 목공수업을 다니면서 나는 어떤 성향이 맞는지 곰곰히 생각해보았다. 그리고 원래 읽고 쓰는 행위를 좋아하는 사람이기 때문에 산문을 쓰기로 마음 먹었다. 자연스레 내게 꼭 맞는 글 쓰는 환경은 무엇인지 찾아다녔다. 평일 한낮에 취향에 꼭 맞는 카페를 가는 건 직장인들의 오랜 숙원이다. 지도앱에 즐겨찾기 해놓은 카페들을 매일 찾았다. 의자와 소음, 주차, 집에서부터의 거리 등 꼼꼼히 챙겨봤다. 그리고 생활에도 박자와 리듬이 있어서 오전에 가보고, 점심을 먹고 가보면서 내가 편하게 느끼는 시간대를 찾았다.
이직 후 새로운 회사에 적응하듯이 다방면에서 꽤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지금은 산문보다는 시에 집중하고 있다. 글을 완성한 이후 만족감의 규모가 크게 차이가 났다. 좋아해야 지속할 수 있고 잘할 수 있는 확률이 높다. 그래서 과감하게 종목을 전환했다. 그리고 더 잘하고 싶어서 교육센터에서 수업을 듣고 나아가 대학원에 진학해서 다니고 있다. 글 쓰는 공간은 동네의 공립 도서관으로 정해서 꼬박꼬박 출근하고 있다. 오전에 가서 점심을 먹고 저녁 6시쯤 집에 돌아오는 일과를 짜맞췄다. 독서, 글쓰기 등 매일 해야 할 과제들을 스스로 정했고, 또 스스로 정한 시간 내에 완료해내고 있다. 하나씩 줄을 그을 때마다 효능감도 함께 온다.
작거나 중간 크기의 시도를 통해서 나의 자원인 자유로이 운영할 수 있는 시간을 어떻게 활용할지를 정할 수 있었다. 퇴사한지 4개월만에 정착한 루틴. 늦었는지 빨랐는지는 중요하지 않다. 어쨌든 해냈다는 사실이 남았다. 앞으로 지금과 다르게 많이 변할 '수도 있다'. 아직 해보지 않았으니 알 수 없다. 알 수 있는 건 나는 계속 시도할 거라는 사실 뿐이다. 이 사실을 인정하게 되면 앞날이 많이 기대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