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운완 : 코어 강화 무한 홈트 코스
어느 날, 아기가 자기 몸에 ‘손’이라는 게 달려있다는 걸 발견했다. 이게 뭘까 인상 쓰며 고심하다가 일단 쭉쭉쭉 빨아보기 시작했다. 쭉쭉 쭉쭉쭉 손가락에 심취하여 입에 넣은 손 쪽으로 자꾸만 자꾸만 몸이 기울더니, 갑자기 엎드린 자세가 되었다. 뒤집기 성공. 뒤집은 본인도 얼떨떨하고, 지켜보던 나도 얼떨떨했다. 이게 맞나.
생후 130일쯤 처음으로 뒤집은 아기는 이후 한 달이 넘도록 자기 의지로 뒤집지 못했다. 간혹 잠결에 옆으로 누워 쭉쭉쭉쭉쭉 손가락을 빨다 뒤집힐 뿐. 조바심이 났다. 매일 바닥에 등 대고 누워서 놀기만 하다가 언제 뒤집고 기고 서고 걷지? 이러다가 대근육 발달 지연으로 재활센터에 다녀야 할지도 몰라. 특훈이다!
아기가 엎드린 자세로 놀도록 하는 것을 ‘터미타임’이라고 부른다. 터미타임 중에 아기가 힘들어서 징징거려도 헬스장 코치에 빙의하여 “조금만 더 버텨! 할 수 있다! 다 왔어!”하며 근육을 키울 시간을 줘야 한다. 그래야 하는데, 그게 맞는데, 조그만 얼굴을 구기며 울기 시작하면 마음 약한 엄마는 안아줄 수밖에 없어요. 대신 터미타임을 짧게 자주 시키기 시작했다. 고개 드는 게 힘들어 울먹거리면 안아서 눕혀주고, 진정되면 또 뒤집고, 눕히고, 뒤집고. 인터벌 터미타임 훈련을 며칠하고 나니, 깬 상태에서도 옆으로 누워 쭉쭉쭉쭉쭉 손가락을 빨다 뒤집을 수 있게 되었다. 아니, 손가락은 왜 아직도? 쭉쭉쭉 쫍쫍쫍 쭉쭉쭉쭉쭉. 이게 맞나.
엄마가 손가락을 어쩌나 고민하는 동안에도 아기는 분초를 쪼개어 훈련을 거듭했다. 분유를 잔뜩 먹고 뒤집기를 하느라 제 속을 스스로 뒤집어서 끄억끄억 토하면서도 뒤집었다. 자면서도 뒤집고 싶어서 끙끙거리다 끝내 뒤집혀서 잠을 깼다. 단백질 가득한 분유와 모유 식사를 하면서 눈 뜨면 운동, 자면서도 운동. 와우. 판타스틱 베이비. 재활치료 센터 대신 태릉에 가야 하나.
그러다 어느 날, 엎드린 자세에서 손가락을 입에서 빼더니 결연하게 고개를 들었다. 다른 어느 날은 시작부터 손가락을 빨지 않고도 발딱 뒤집었다. 젖을 먹다가도 젖꼭지를 쭉 늘려서 문 채로 뒤집어보려고 파닥거렸다(아야! 하지 마). 먹다가 파다닥, 먹다 생각나면 또 파닥파닥(하지 말라고). 분유 먹던 중에 윗몸 일으키기 연습을 한참 하더니, 허리에 힘이 생겨 ‘되집기 ’도 가능해졌다. 뒤집기와 되집기 연속 콤보로 이동력이 생겼다. 침대 위와 거실 매트 위를 데굴데굴데굴데굴. 방바닥을 뒹굴거리는 게 얼마나 엄청난 대근육 운동인지 처음 알았다.
이제 아기는 배를 바닥에 딱 붙인 채 도마뱀처럼 이동할 수 있다. 두 손 다 바닥을 짚지 않고 흔들흔들 균형을 잡으며 앉을 수도 있다. 앉기 연습이 재미있는데, 앉고 싶은 욕구와 자고 싶은 욕구를 동시에 충족할 수 없는 게 최신 업데이트된 불만이다. 아무리 엄마 젖꼭지를 쭈우욱 늘려서 물어봐도 앉아서 먹을 수가 없는 것도(제발 하지 말아 주세요).
여전히 단백질 가득한 분유와 모유에다 한우 듬뿍 넣은 이유식으로 식사를 하면서 눈 뜨면 운동, 자면서도 운동, 혼자 출발 드림팀 종일반을 매일 찍는 아기를 지켜보며 엄마는 꿈을 꾼다. 곧 아기 손을 잡고 걸을 수 있겠지. 어디든 엄마와 함께 걸어보자. 재미있을 거야, 아기. 그날까지 힘내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