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기 인생 열 달. 천사를 찾아봐 샤바샤바샤바

아기 천사 강림하사 찍지 않을 길 없도다

by 시애

‘만삭 사진’은 만삭일 때 찍지 않는다. 돌 사진도 마찬가지다. 스튜디오에서 권장하는 돌 사진 촬영 시기는 10개월 아기일 때다. 물건을 잡고 일어설 수는 있고, 아직 걷지는 못하는 때. 걷기 시작하면 타타타타 도망가서 사진을 찍기 힘들어진단다. 당연하겠지. 지금도 기저귀를 갈아주려고 눕히면 잽싸게 뒤집은 후에 조그만 엉덩이를 씰룩거리며 달아나니까.



바야흐로 10개월. 돌 사진을 찍어야 한다. 50일, 100일 사진에 이어 다시 고민했다. 이번에야말로 전문가의 손길이 들어간 사진을 남겨줘야 할까. 인터넷에서 다른 아기들의 돌 사진을 잔뜩 찾아보았다. 근사하구나.



곧 마음을 접었다. 멋들어진 배경과 옷과 조명 속에서 묘한 표정을 짓고 있는 아기들이 보였다. 어색하고 무서웠나 보네. 우리 아기도 생소한 곳에 가면 울음도 멈추고 웃음도 멈추고 긴장 상태에 돌입하지. 생경한 스튜디오에서 처음 보는 사진작가님을 앞에 두고 낯가림 심한 우리 아기가 방긋방긋 웃어줄까. 아기를 울리는 데 100만 원 넘게 지불하고 싶지는 않았다. 촬영 예약 시간에 컨디션이 괜찮을지, 멀리까지 가는 차 안에서 아기 기분이 어떻게 급변할지도 장담할 수 없었다. 집으로 출장 와서 촬영해 주시는 상품도 고려해 봤으나 아기와 서먹한 작가님인 건 마찬가지인걸. 내 품에 찰싹 붙어서 비죽비죽 울지 않으면 다행이지. 어설프게 찍더라도 환하게 웃는 돌 사진을 찍어 주고 싶다.






이번에도 엄마는 화려한 조명이 너를 감싸는 스튜디오 사진 대신 이야기를 남겨줄게. 우선 배경으로 쓸 커다란 흰색 천을 샀다. 스튜디오에서 증명사진 찍을 때 뒤에 있는 그거. 거치대 대신 책장 맨 위 칸을 비워 천을 고정했다. 색 고운 당의와 돌띠와 개다리소반을 대여하고, 커다란 헬륨 풍선도 샀다. 시도는 좋았다. 시도만.



현실은 이랬다. 혼자 둥둥 떠서 움직이는 22인치 헬륨 풍선이 무서워서 울고, 까슬한 한복이 싫어서 옷을 쥐어뜯다 저고리가 벗겨지고, 머리 위에서 걸리적거리는 조바위도 집어던지고, 갑자기 졸려서 오열하고. 아이구, 태어나서 처음으로 혼자 옷을 벗었네. 울면서도 할머니가 가르쳐 준 ‘구리구리 구리구리’까지 연습하고 있구나. 장하다, 우리 아기.



다 접고 아기를 달래서 재웠다. 드렁드렁 자고 일어나 헬륨 풍선을 한참 치면서 낯가림을 극복하고, 돌잡이 용품을 하나씩 다 만져보고, 아빠의 바보짓을 잔뜩 구경한 후에야 꺄륵꺄륵 웃는 장면을 찍을 수 있었다. 칵칵 웃으며 넘어가는 사진 세 장을 위해 엄마는 사진을 오백 장쯤 찍고 지웠다. 모든 사진이 나름의 이유로 귀여워서 입술을 쥐어뜯으며 베스트 컷을 골랐다. 아아, 부족한 엄마는 드레스와 한복을 입은 우리 아기가 화알짝 웃는 모습을 제대로 형용할 어휘가 없어. 굳이 찾자면 아빠가 말하던 대로 '아기 천사' 정도일까.



천사의 축복을 받아 또 다른 시도가 이어졌다. 나만이 줄 수 있는 선물을 하고 싶어 직접 아기 캐릭터를 그려 케이크 토퍼를 만들었다. 나중에 아기도 먹을 수 있는 재료로 돌 케이크를 만들어서 예쁘게 꽂아줄게. 지금 쓰고 있는 글 또한 아기에게 생일 선물로 줄 책의 일부. A컷과 B컷을 모아 열 장이 세트인 ‘포토카드’도 만들었다. 원래 연예인 사진을 넣어 만드는 거지만, 뭐, 나는 우리 아기 팬이니까요. 떠들썩한 돌잔치는 안 하는 대신 식구들과 집에서 식사하기로 약속했다. 가족 답례품으로 벚꽃과 아기 이름 자수가 들어간 수건을 주문했다. 그날 입힐 원피스와 머리띠도 벌써 준비했다. 상상만 해도 귀여워.






고르고 고른 아기 사진을 가족 단체채팅방에 보냈더니, 돌잡이로 무엇을 잡았는지 궁금해하셨다. 돌잡이라면 의사, 판사, 교수 같은 미래의 직업과 관련된 아기의 소질을 점쳐본다는 그것 말인가요. 청진기며 비행기며 마패에다 나무로 예쁘게 만든 건물까지 있는 그것들.



안 하면 어른들이 아쉬워하실지도 모르니까 해볼까. 돌잡이 용품이 놓인 개다리소반 앞에 아기를 앉히고 동영상 촬영을 시작했다. 아기가 명주실 뭉치를 잡았다. 우리 아기가 명주실을 잡았네, 우리 아기는 건강하게 오래 살겠네, 하고는 촬영을 끝냈다. 네, 제가 슬쩍 명주실을 아기랑 제일 가까운 쪽에 두긴 했어요. 가장 바라는 능력이 몸과 마음의 건강이거든요. 건강도 재능입니다. 어느 정도 타고나야 하고, 노력하면 개선할 수 있고.



진짜 생일날의 진짜 돌잡이를 위해서는 파스텔 빛깔의 네임택을 주문했다. ‘건강’, ‘행복’, ‘다정’, ‘긍정’, ‘성실’이라고 쓰인 네임택 중 무엇을 집으려나. 우리 아기는 그런 어른이 되었으면 좋겠다. 아니, 사실은 어떤 너라도 사랑해. 아기, 미리 생일 축하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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