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전문적이고도 본격적으로 한 번 쉬어보겠습니다
동요 <섬집 아기>를 부르다 보면 매번 외치고 싶다. 님아, 그 굴을 따러 가지 마오. 아기 혼자 집 보게 하지 말아요. 부모 급여 100만 원에 아동수당 10만 원만 합쳐도 한 달에 110만 원인데, 많이 부족해요? 혹시 돌이 지났으면 부모 급여가 절반이긴 하지만, 분윳값이 안 들잖아요. 다른 수입이 없으면 생계급여도 받을 수 있고, 한부모 가정이면 다른 혜택도 많아요. 제발 신청 좀 해요.
하긴 아기 혼자 두고 굴 따러 가고 싶은 엄마가 어디 있겠어. 결국 굴 바구니 다 채우지도 못하고 급하게 돌아올 거면서. 그날의 일을 통째로 쉴 수 없는 사정이 있었을 게다.
“... 이번에는 살려보려고요.”
임신이 맞다는 진단을 받은 당일, 직장에 전화해서 당분간 일을 쉬고 싶다고 말씀드렸다. 사유는 ‘습관성 유산자의 임신 유지’. 나의 직업은 교사이고, 다행히 방학 기간이었다. 개학 전까지는 다음 학기에 나의 자리를 대신할 선생님을 구할 수 있을 터다.
공립학교의 교사 역할로 돈을 번다. 그 말은 나의 직장을 내가 결정할 수 없다는 뜻이다. 학교를 옮기기 전에 '희망' 학교명을 열 개 넘게 써서 교육청에 제출하긴 하지만, 결국 희망하는 곳이 아니라 교육청이 발령을 내는 곳으로 가야 한다. 무언가를 희망하려면 점수가 필요하다. ‘이번’에 외지고 작은 학교에서 몇 년 고생하면서 점수를 쌓아야 ‘다음’에 희망하는 지역의 학교에 발령받을 수 있는 시스템이다. 버스로 편도 두 시간 가까운 거리를 출퇴근하면서 두 아이를 유산했다.
반복할 수 없었다. 학교로 갔다. 산전 육아휴직을 하겠다는 서류를 작성했다. 서명을 하다가 얼빠진 표정으로 교감 선생님께 여쭸다.
“만약에 육아휴직을 미리 신청했는데, 아이가 중간에 없어지면 어떻게 돼요?”
교감 선생님이 그런 말 하지 말라며 손사래를 치셨다.
단박에 휴직 허락이 나는 걸 보니 사정이 나아졌구나. 감사한 일이다. 난임을 이유로 휴직을 신청한 선생님이 교육청 장학사님을 전화로 직접 설득해서 휴직 허가를 받던 시절이 있었는데.
얼마 전, 직장에서의 육아휴직이 의무가 될 거라는 기사를 봤다. 정부의 저출생 대책 중 하나다. 기사 밑에 이제 기업에서 여성을 고용하지 않을 것이라거나 눈치 보여서 임신을 못 할 것이라는 댓글이 줄줄이 달렸다. 부부가 둘 다 육아휴직을 신청하면 유급 휴직 기간을 18개월로 늘려준다는 기사에도, 출산 후에 받는 ‘부모 급여’를 늘려준다는 기사에도 그만한 돈으로 육아를 하라니 어림도 없다는 댓글들이 달렸다.
조금씩 제도가 개선되고 혜택이 늘어나고 있지만, 아직 대한민국은 아이를 낳고 키우기에 난도가 높은 곳인가 보다. 일하고 싶은 사람에게는 일할 자유를, 아기와 있고 싶은 사람에게는 그럴 자유를 주는 매력적인 제도가 하루빨리 만들어져야지. 필요한 모든 사람이 원하는 만큼 자기 권리를 누리는 날이 얼른 왔으면 좋겠다. 섬집 아기가 더는 혼자 잠들지 않아도 된다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