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신 22주 차. 날카로운 양수검사의 추억

검진은 뜻밖의 일이 되고, 놀란 가슴은 새로운 검사에 터집니다

by 시애

인터넷에서 산모의 연령에 따른 염색체 이상 발생빈도표를 본 적이 있다. 서른다섯 산모는 155명 중 한 명, 서른일곱 산모는 111명 중 한 명, 서른아홉 산모는 무려 65명 중 한 명. 무섭다. 임신 초기부터 다니던 동네 여성병원에서도 니프티검사를 거듭 권했다. 내가 그 ‘한 명’이 아니라는 확신이 모두에게 필요했다.

“혈액검사 결과가 안 좋으면 니프티검사 할게요.”

계속되는 권유를 매번 같은 대답으로 거절했다. 확인하고 싶지 않았다. 그냥 믿고 싶었다.






여성병원에서 대학병원으로 전원했다. 대학병원에서는 니프티검사 희망 여부가 아니라 니프티검사와 양수검사 중 무엇을 선택할지를 물었다. 니프티검사 결과가 좋지 않으면 양수검사를 다시 받아야 한다는 설명도 덧붙였다. 둘 중 하나를 해야 한다면 양수검사로 할게요. 호기롭게 대답했다.



시술받을 침대에 눕는 순간, 재빨리 과거의 기백을 후회했다. 아차. 양수를 검사한다는 건 뱃살을 뚫고 자궁도 뚫는 주삿바늘로 양수를 채취해 가겠다는 거구나. 내장기관까지 들어갈 거대바늘을 왜 미리 생각하지 못했을까. 니프티검사라면 팔에서 혈액을 조금 뽑아가는 걸로 귀엽게 끝났을 텐데. 얼굴 위로 천이 덮였다. 혼자 반성을 반복하며 누워있는 나를 둘러싼 의료진들이 저마다 말했다.


“배에 힘주거나 아프다고 움직이면 주삿바늘 다시 찔러야 하니까 좀 참으세요.”

“아파도 배로 손 내리면 안 됩니다.”

“배에 힘 빼세요. 다시 들어갑니다.”


아차. 아차. 아차. 뾰족한 것이 배꼽 아래 피부를 푹 찔렀다. 예상보다 아프지는 않았다. 한의원에서 큰 침을 꽂는 느낌이었다. 다음 대사가 바늘보다 더 공포스러웠다.


“선생님, 이거 잘 안 돼요”


아아. 안되지 마세요. 곧이어 알 수 없는 단어들이 오가더니, 주삿바늘이 내 배에서 빠져나갔다. 배 위로 액체가 주룩주룩 흘렀다. 피인 것 같다. 알코올솜이 배를 문질러 닦았다. 거즈도 올라왔다.


“선생님, 반창고가 없어요.”


네? 우리 집 구급상자에도 있는 반창고가요? 아, 이 방은 외과가 아니라 산부인과지. 마지막까지 거푸 뉘우쳤다. 성급하게 양수검사를 택하는 게 아니었어. 결국 배꼽 아래에 거즈 대신 일회용 밴드를 붙인 채 진료실을 나왔다.






결과가 나오기까지 수시로 절망했다. 아무도 모르게. 나는 어쩌자고 양수검사를 해야 하도록 나이를 먹었나. 어째서 누가 봐도 튼튼하게 아기를 키우지 못하고 대학병원까지 다니나. 그동안 태동은 방울이 뽀글뽀글 피어오르는 느낌에서, 햄스터가 뒤돌려 차는 느낌을 넘어 새끼 고양이가 앞발로 툭툭 건드리는 느낌으로 변했다. 아기의 존재가 점점 확실해져서 더 자주 낙담했다. 이 아이의 염색체에 이상이 있으면 어떡하나.



수만 가지 걱정들로 멀티버스를 몇 개나 구축한 끝에 두 주 후에야 아이가 정상이라는 진단을 들을 수 있었다. 그 ‘한 명’에 속하지 않는다는 게 이렇게나 어렵다. 그래도 참아야지. 참아야 할 게 한두 개가 아니지. 낙망과 희망을 오가는 병원 진료와 시기별 검사와 기다림도 그중 하나일 테고. 아직도 참아내야 할 게 많이도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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