십여년 전, <이타적 인간의 출현>이라는 책이 세상에 나왔다. 처음 나온 시기는 호황이 세상을 지배하던 시절이라 남을 돌아볼 여유와 호혜적 관점에 대한 논의가 활발하던 시기였다. 그러나 재판이 빚어진 시기는 이미 금융위기로 세상이 이전보다 더욱 각박해질 수 밖에 없던 때다.
인간의 본질은 이타성보다 이기성에 근거하고 있다고 경제학자들은 말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남을 위하는 행동을 하는 사람은 분명히 존재하며, 이 사람들을 이론을 통해 설명하기 위해 무수한 심리적, 경제학적, 통계적 연구가 진행되었다. 이 논의의 중심에 위치한 것은 ‘게임이론’이지만 동시에 호혜성을 통해 사회와 대집단을 이룬 인간의 본질이기도 하다.
한갓 짐승에 불과했던 인간은 아프리카의 고원에서 내려와 작은 집단을 처음 만들었다. 이 집단이 커져 대집단이 되고, 부족으로 변모하며 도시가 세워지고, 마침내 우리가 흔히 ‘제국’이라고 부르는 대규모 문명으로 변모했다. 한 번 문명이 만들어진 뒤로는 문명을 부흥시키거나 혹은 다른 문명에 대항하기 위해 대집단을 이루는 일이 빈번히 반복되었고, 마침내 전세계를 하나의 문명권으로 공유하는 오늘날에 이르렀다.
이 모든 과정의 핵심에 있는 것이 바로 ‘이타성’이다. 인간의 본질에 어긋나며 단순히 보기에 진화의 법칙에도 맞지 않고, 생존에도 결코 유리하지 않을 것처럼 보이는 특성이다. 그러나 시원의 고원을 내려선 인간이 소집단을 만든 시작점에는 누군가의 손을 서로 맞잡은 순간이 있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