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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일무 Mar 18. 2024

그대 오늘도 화이팅

수영하는 삶 chapter 3


주인공

1. 연극, 영화, 소설 따위에서 사건의 중심이 되는 인물.

2. 어떤 일에서 중심이 되거나 주도적인 역할을 하는 사람.



수영 때문에 딱 한 번 울어 본 적이 있다. 오죽했으면 이게 뭐라고 눈물이 났을까. 집 근처 새로 오픈한 센터에 수강 신청을 하면서 호기롭게 '중급' 반을 택했다. 초급으로 열 달 정도 물속 시간을 보낸 뒤였다.

'해보고 다시 초급 가라면 가지 뭐.'

 

1~2주 정도 지났을까. 출근하는 남편을 회사 앞에 내려주고 바로 수영장에 가야 하는 동선이었는데, 차 안에서 푸념을 늘어놓다 울음이 터져버린 것이다.

"그렇게까지 힘든 거면 그만두는 게 어때요?"

남편은 짐짓 놀랐던 것 같다. 하지만 그날도 나는 마음을 다잡고 결국 수영장으로 갔다.

'견딜 수 있을 때까지는 해보자.'

 

중급 레일의 십여 명 중 맨 끝자리. 다들 훨훨 치고 나가느라 앞사람과 나의 간극은 좁혀지지 않았다. 마지막으로  내가 돌아올 때면 이미 강사 선생님은 수강생들에게 다음 동작을 설명하고 있었다. 뒤처지고 소외되는 기분에 주눅이 들었다. 자괴감 같은 게 들어서 괴로웠다. 이 나이 먹고 이렇게까지 마음 상해가며 할 일인가 싶었다. 너무 부족해서 초급으로 돌아가야 하지 않겠냐 말씀드렸지만, 발차기 인원이 가득한 옆 레일을 보며 중급에서 열심히 하면 된다고 하셨다.


그래서 나는 절대, 대충 할 수 없었다. 그 뒤로 3개월간 추운 겨울 아침 9시 수업을 한 번도 빠지지 않고 나갔다. 결석을 안 하는 기록이 늘어날수록 그걸 깨고 싶지 않아서 가기 싫은 마음은 쑥 들어갔다. 선생님은 강습 시간이 끝나고도 안되거나 고쳐야 하는 동작을 추가로 봐주셨다. 꾸준히 열심히만 하면 뭐라도 된다는 드라마를 내가 매일 쓰고 있었다.


수영장 안에는 자기와의 싸움을 연거푸 이어가는 사람들이 가득하다. 숨이 가빠 힘겨워도 입속 콧속으로 물이  들어가도 어떻게든 레일 끝까지 마지막 한 번의 팔동작과 발차기를 해내고 만다. 좀 더 자자 좀 더 쉬자 달콤한 유혹을 걷어차고 오늘도 승리한 자가 물속을 가로지른다.


엄청난 접영을 선보인 남성분이 물 밖으로 올라와 한쪽 다리에 의족을 끼우고 나가는 것을 본 적이 있다. 샤워를 서서 하는 것조차 힘드셔서 바닥에 철퍼덕 주저앉아 수영복을 입던 할머니도 생각난다. 초등학교 선수들이 훈련하는 레일에서 그 작은 몸으로 물고기처럼 헤엄치는 게 신기하고 멋졌다. 락커룸으로 나와서는 누군가의 바쁜 엄마여도, 물속에서는 부드러운 돌핀킥을 뽐내는 인어공주들까지. 수영하는 삶에서 그들은 자신만의 놀라운 서사를 써나가는 주인공이다.




매주 수요일&일요일에 헤엄쳐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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