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일무 Mar 20. 2024

더 큰 물을 향하여

수영하는 삶 chapter 4


기본기

악기 따위를 다룰 때나 어떤 운동을 할 때 가장 기초가 되는 기술.



유명한 음악인, 세계적인 운동선수 등 이름이 자연스레 떠오르는 몇몇을 생각해 보자. 일반인은 도저히 상상할  수 없을 만큼 시간과 노력을 쌓았기에 가능했을 성공이다. 무언가를 하고 또 하고, 계속 반복하는데도 지겹거나 지치지 않을 수 있을까. 힘들고 하기 싫어 그만두면 딱 그만큼, 거기까지인 것이다.


열 달 남짓 초급반을 지나 중급반으로 넘어왔을 때, 강사 선생님의 지적은 꽤나 충격적이었다.

"발차기를 잘못하고 있으니 안 나가죠. 자유수영 가면 킥판 잡고 발차기만 계속하세요."

그동안 두 명의 강사를 거치며 여기까지 왔는데 가장 기본인 발차기부터 다시 하라니 자존심이 상했다. 지금까지 그럼 내가 한 건 무엇이었나. 상처가 됐을 수도 있지만 오기도 생겼다. 주말에 2~3일 자유수영을 가선 40분 내내 자유형 발차기만 반복했다. 평영이나 접영의 디테일 동작을 설명하던 유튜브 대신 수영 배우며 초기에 봤던 영상들을 다시 찾아보았다.


그때 강습을 그만두었거나 내가 뭘 실수하고 있는지 알려하지 않았다면, 그 정도까지였을 것이다. 어설픈 수영을 하는 둥 마는 둥 하다가 제자리걸음 아니 뒷걸음질 쳤겠지. 하지만 나는 앞으로 쭉쭉 나아갔다. 내 허벅지는 점점 탄탄해지고 발바닥은 물갈퀴처럼 되어 갔다. 기본으로 돌아갔기 때문에 가능했다.


사실 완전 1:1 강습이 아니고, 내가 수영하는 모습을 촬영해 볼 수도 없고 답답할 때는 많다. 선생님이 한 번 자세 잡아줄 때 확실히 익히고 무한 반복하면서 몸으로 느낌을 찾아갈 수밖에. 어쩌다 가끔 칭찬이라도 듣게 되면 '아, 이게 맞는 거구나.' 속으로 뿌듯하고 안도한다.


양손을 머리 위로 쭈욱 뻗고 거기서부터 발가락 끝까지 몸 전체를 스트레칭하듯 길게 늘이는 '유선형' 자세. 물의 저항을 최소화해서 앞으로 잘 나갈 수 있게 가장 기본이 되어야 하는 몸의 모양이다. 의식을 하지 않으면 물살에 몸 구석구석이 흐트러지게 마련이다. 힘을 주거나 빼면서 유선형을 유지하는 것 또한 기본 중에 기본이다. 쉬운 듯 어렵고, 어려운 듯 쉬워지고 있다.


당신이 잊고 있던, 이 정도면 됐다 싶어 재껴 둔 발차기와 유선형은 무엇인가. 다시, 더, 해 보면 어떨까. 분명 당신을 더 큰 물로 나아가게 할 것이다.




매주 수요일&일요일에 헤엄쳐 갑니다!


이전 04화 그대 오늘도 화이팅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