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을 한 뒤 서울에서 원주로 이사를 왔다. 강원도에서 큰 도시임에도 대중교통이 서울의 그것과는 달랐다. 장을 보거나 운동이라도 다니려면 차 운전이 필요했다. 그렇게 비슷한 시기에 운전과 수영을 제대로 다시 배워야 했다. 물론 할 수만 있다면 최대한 미루고 싶었다. 낯선 곳에서 강사와 단둘이 어색하게 차로 다니는 것도, 1월의 추위를 견디며 차디찬 수영장에 가는 것도 모두 귀찮은 일이었다. 아니 귀찮음을 가장한 마음속 깊은 곳에는 '두려움'이 숨어들어 있었다. 초보라고 무시할까 봐, 실수하면 혼날까 봐, 물 먹을까 봐, 텃세가 심할까 봐, 그리고... 실은 죽는 게 제일 무섭다.
두 번의 도로 연수를 마치고 옆 자리에 남편도 없이, 오롯이 혼자서 차를 끌고 도로에 나가던 그 순간이 기억난다. 초급반에서 늘 손에 붙잡고 있던 킥판을 떼고 맨손으로 처음 자유형을 했던 그날도. 가슴은 쿵쾅거리고 숨이 가빠 오는 와중에도 정신줄을 꽉 붙잡았다. 최대한 조심하며 액셀을 밟고, 있는 힘껏 팔을 젓고 다리를 찼다. 두려운 나를 이겨내고, 속도를 내며 앞으로 나아간 그때가 바로 나의 용기였다.
몇 년 전부터 그림책을 좋아하기 시작하면서 처음 구입한 것이 <용기>(버나드 와버)라는 책이다. 다이빙대 위에 올라가 있는 아이에게 그 아래쪽 물속에 있는 다른 아이가 응원을 보내는 듯한 표지 그림이 좋다. 살아가며 참 다양하게 용기가 필요한 순간들을 잔잔하게 설명해 준다.
작년에 읽은 단편 소설 <연수>(장류진)는 유난히 새로운 도전을 많이 했던 내게 큰 격려와 위로를 보내주는 것 같았다. 힘겹게 자동차 도로연수를 해나가고 있는 주인공에게 연수 강사가 마지막 장면에 외치는 말은 깊은 울림을 준다. 또 내가 나 자신에게도 매번 해주는 말이 되었다.
"계속 직진. 그렇지." "잘하고 있어. 잘하고 있어."
우리는 거의 매일 교통사고 뉴스를 접하고, 여름이나 홍수 때는 피해자 사망 소식을 듣게 된다. 죽지 않고, 오늘도 살아있어서 도로를 달리고 물속을 헤엄치는 것 자체가 기적이다. 기어이 용기를 낸 스스로에게 토닥이며 이야기해 주자. 참 잘하고 있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