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일 <Life 레시피>
딸의 생일날을 맞아 아침부터 미역국을 끓이기 시작했다. 마치 거대한 의식을 치르는 마음으로 딸이 집에 돌아올 오후가 되어 미역국을 다 끓였다. 뭔 미역국을 아침부터 오후까지 만드느냐고 물을 수도 있지만, 좀 유난스러울 정도로 미역국을 끓이기 때문에 아침부터 슬슬 준비하는 것이 여유로워 좋다. 분주하게 음식을 만들다 보면 마치 고된 노동을 하는 듯한 생각에 음식 만드는 일이 짐으로 다가온다. 그래서 음식을 만들 때 즐겁게 요리를 하기 위해 최대한 시간을 많이 갖고 여유롭게 하는 것을 좋아한다. 거기에 내가 좋아하는 음악이 함께한다면 더할 나위 없이 행복하다. 오늘은 브런치 스토리 에리카 작가님의 <아침을 깨우는 향, 커피>에서 소개해 주신 <바흐의 “커피 칸타타”>를 들으며 미역국을 끓였다. 마치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미역국이라는 작품을 만들어내듯이 ㅎ.
생일날 미역국을 먹는 이유는 본인을 낳아 주신 엄마를 생각하며 고마운 마음을 잊지 말라는, 옛 풍습 중에 하나라고 한다. 그러면 생일을 맞은 딸이 본인을 낳아준 엄마에게 고마운 마음으로 미역국을 끓여주는 게 맞지 않을까?라는 다소 엉뚱한(?) 생각을 하며 행복하게 미역국을 끓였다.
조금은 유난스러운
그러나 만드는 내내 행복한
미역국 끓이는 방법에 대해 이야기하고자 한다.
유난스러운 미역국을 끓이는 데 필요한 재료
마른미역 50g, 국거리용 소고기(양지나 사태) 약 200g, 육수(멸치, 다시마, 양파), 마늘 5쪽(작은 거), 국간장, 소금
유난스러운 미역국을 끓이기 위해서는 가장 먼저 육수를 내야 한다.
사실 육수를 내는 과정이 오래 걸리기 때문에 미역국을 끓이는 시간이 길~~~ 다.
1. 육수를 내기 전에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소고기를 키친타월에 약 30분 정도 감싸 고기의 핏물을 제거해야 한다. 이 과정을 거쳐야 고기의 누린내를 제거할 수 있기 때문에 반드시 거치는 것이 좋다.
2. 국물용 멸치 50g을 준비하여 내장을 제거한 뒤 마른 팬에 덖는다.
3. 1에 자른 다시마 10장 정도를 넣고 생수를 붓고 끓인다.
4. 2의 물이 끓으면 먼저 다시마를 건져낸다.
5. 3을 20분 정도 더 끓인 뒤 멸치도 건져낸다.
6. 찬물에 소고기를 넣고 끓인다. 소고기는 반드시 찬물에서 끓이기 시작해야 고기의 육수가 국물에 잘 우러난다. 만약에 끓는 물에 고기를 넣어 끓인다면 순간 단백질인 소고기가 응축되어 고기의 육수가 물에 잘 우러나지 않는다. 따라서 국물을 만들 때는 찬물에, 장조림 같은 것을 만들 때는 끓는 물에 고기를 넣고 요리를 해야 한다.
7. 6을 끓이다 부유물이 뜨면 채로 걸러낸다.
8. 7에 양파 1개를 적당한 크기로 잘라 넣고 양파가 다 익을 때까지 끓인다. 엥, 미역국에 양파를?이라고 의아해 할 수 있지만, 나만의 노하우라 할 수 있다. 어느 날 갑자기 양파를 육수 내는데 넣으면 왠지 모르게 맛있을 것 같아서 넣어 보았는데 국물이 달큼한 것이 여간 맛있는 게 아니었다(믿을 만한 이야기 ㅋ).
9. 8의 양파가 뭉그러질 정도로 익으면 체로 걸러낸다.
마른미역 물에 불리기
1. 마른미역이 푹 잠길 정도로 약 30분 찬물에 담가 불린다.
2. 다 불은 미역을 물기를 꼭 짠 뒤, 먹기 좋은 길이로 썰어둔다.
소고기 결 따라 찢기
나의 미역국 중에 또 하나의 자랑거리, 아님 귀찮음 주의보 ㅋ. 개중에는 뭐 그렇게까지 유난스럽게 고기를 찢기까지 하느냐, 대충 썬 소고기를 사용하는 것이 편하지 않냐고 말할 수 있다. 그러나 조각난 소고기를 사용하는 것보다는 덩어리 째 삶아 고기의 결대로 결결이 찢어 사용하면 고기의 기름기를 거의 제거할 수가 있어 더 담백한 국을 만들어낼 수 있다.
본격적으로 미역국 끓이기
1. 불은 미역을 참기름에 살짝 볶아낸다. 이때 약불에서 살짝만 볶아내야 한다. 참기름이 불에 약하기 때문에 너무 오래 볶으면 안 좋은 물질이 나오기 때문이다.
2. 멸치, 다시마 육수와 고기 삶은 육수를 합친다.
3. 2에 곱게 빻은 마늘, 1과 함께 결 대로 찢은 고기를 넣고 끓인다.
4. 이미 거의 다 익은 상태라 3이 끓기 시작한 뒤, 약 5분 정도만 끓이면 유난스러운 미역국이 완성된다.
조금은 유난스럽고
조금은 유별나지만
나만의 노하우로 끓인 미역국은 멋진 요리로 탄생하여 가족들의 입을 즐겁게 해 준다.
“당신이 끓인 미역국이 제일 최고야!”
“엄마가 끓인 미역국이 제일 맛있어!”
행복한 미소가 입가에서 떠나질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