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린 사실, 다 망했어요!
요즘은 뭐든 착하고 올바라야 될 것 같은 반성의 무드가 있지만, 가끔은 그냥 예쁜거에 신나는 일이 있다. 내게 쇼핑은 점점 옛말이 되어가는데 백화점 세이부는 올해 초 영수증 하나의 희망을 얘기했다. '백화점이 팔았던 건 희망이었습니다.'
"자유롭게 여행을 할 수 있는 날을 위해 1314명의 손님이 수트 케이스를 구입하셨다. 마스크를 쓰고서도 화장의 즐거움을 잊지 않기 위해 7만 6175명의 손님이, 립스틱을 구매했다. 여름 마츠리는 중지가 되었지만 유카타는 475착, 경쾌하게 거리를 걸을 날을 기다리면서 고르고 골라서 구매한 하이힐은 1001족. 태어날 생명을, 566 세트의 베이비 키트가 전력으로 축복했다."
그 어떤 바보같은 소비도 나름의 소박한 내일, 희망을 품지않고 시작하는 건 없고, 그렇게 난 종종 어리석은 소비의 날들을 추억한다. 영수증 단 한장이 말하는 건, 이곳을 스쳐간 희망의 흔적이었다. 광고를 기획한 건 지난 해에 이어 세이부의 영업기획부 광고선전 담당 부장 아이하라 히데히사 씨. 발랄하고 재기어린 것들은 언제 어디서든 많지만 이런 뿌리깊은, 단단한 삶 속의 크리에이티브는 아무도 보지 않은 곳을 바라본다.
2021年は制約のない、自由で喜びに満ちた年であったほしいという願いとともに、コロナ禍の厳しい環境であっても私たちは自分たちの仕事を通じて、顧客の希望のリストを叶える手伝いをしていきたい。そうした思いを表現した。
2021년은 제약이 없는, 자유롭고 기쁨으로 가득한 한 해이기 바라는 마음과 코로나라는 힘든 시기를 보내지만 우리는 저희가 하는 일을 통해 고객의 희망 리스트를 이루어드릴 준비를 해가고 싶다. 그런 마음을 표현했습니다.
-아이하라 히데히사 광고선전 담당 부장
벌써 1년이나 지난 시점에, 이미 1년이나 넘게 살았으면서 염치없는 이야기지만, 코로나가 시작되고 내가 오랫동안 앓고있던 감정은 '그래서 뭐?'였는지 모른다. 출퇴근을 하는 사람이라면 당장의 출퇴근길이 걱정되고 회사가 예전같이 편치 않게 느껴졌을지 모르지만, 밖에 나가는 날보다 나가지 않는 나이 더 많은 나에게 1년도 넘게 가는 그 지긋지긋한 고질병의 '현실'은 그저 마스크를 좀 더 꼼꼼히 챙기거나 손소독제를 깜빡하고 나온 날 마음 한 켠에 남은 찜찜함 정도였다. 하고있던 일이 연기가 되거나 없던 일이 되는, 그런 실망과 한탄의 날이 없었던 건 아니지만, 세상 살면서 그만큼의 우여곡절은 사실 다반사이기도 하다.
SOPH.란 회사의 'まいったな'라고 쓴 검정 간판에 하얗게 쓴 글씨 광고를 본 건 그 무렵의 일이었던 것 같다. SOPH.는 SOPH NET을 비롯해 FC Real bristol과 uniform experiment 3개의 브랜드르 운영하는 패션기업이고, 1998년 설립해 벌써 23년째다. 미니멀한 디자인을 기반으로 스포티하고 아우도어 스러움을 모던하게 엮어낸 게 꼼데갸르송 와타나베 쥰의 저렴한 버젼이거나, 아웃오브 브라더스의 일본판같은 느낌이 든다. 어디까지나 나의 감상이지만. 그런데 이 패션 브랜드 기업이 코로나가 한복판이던 지난 7월 이미지 하나 없이, 로고 하나 쓰지않고 시부야 미야시타 파크 중앙에 빌보드 간판을 내걸었다. 그것도 '망했다'라고 큼지막하게 폭로하며. 시기가 시기인만큼 일본에선 위태위태하던 올림픽에 대한 메시지로 읽는 목소리가 많았지만, 애초 옷 팔던 브랜드가 (광고까지 하며) 걱정할 일은 아니다.
근래에, 코로나에 맘이 움츠러든 시대는 반성과 자숙의 무드로 뒤덮이고, 그렇게 모든 건 '그래도 괜찮다'거나, '괜찮아질거야'를 반복하지만, Toxic Postivity, 유해한 긍저에 대해 플로리다 주를 기반으로 하는 세라피스트 그룹 THE PSYCHOLOGY GROUP은 과도한 긍정에 대한 위험을 경고하기도 했다. "어떤 상황에서도 행복하고 낙관적인 상태에 있다고 과도하고 무익하게 일반화하는 것은, 단순한 감정조차 부정하고 축소하며, 그 가치를 축소해버릴 위험이 있다." 불안을 인정하지 않는 일상엔, 돌연 찾아오는 아픔을 버텨낼 힘이 없다. SOPH.의 '망했다'는 나의 '뭐가 뭔지 알 수 없는 일상'에 대한 문장이라 안도가 됐고, 당장 옷을 팔지 못하는 그들 사정의 하소연이라 공감이 된다. 그저 한숨만 내뱉는 이 광고에 '메시지'가 있다면, 그건 아마 '나도 당신들과 똑같아요' 정도가 아니었을까.
그리고 하고싶은 말이 많은 파나소닉. 최근 예기치 않던 선거철로 또 한 번 '퀴어'가 '불씨'가 되어버렸지만, 늘 최선 아닌 '차선의 차선'을 골라야 하는 선거철을 떠올리면, 그건 어느새 내가 사는 이 곳이 얼마나 나에게 등을 돌리고 있는지를 느끼곤 하는 '가늠자?', 바로미터같은 시즌이 되어버렸는지 모른다. 얼마 전 파나소닉이 공개한 #thinkyournormal 프로젝트. '퀴어'라고 하면 꽤나 별난 종족처럼 느껴지지만, 사실 그건 또 하나의 '보통.' 모두 다섯 쌍의 인물을 보여주며 1분 넘게 말만(은 아니지만 말이 주도하는 식의 연출) 하는데, 그만큼 '어떤 보통'은 그곳에 닿기까지 이만큼의 시간이 걸린다. 혼자있고 싶지만, 그건 늘 당신과의 시간이었어요.
"보통의 반대는 이상이 아니야. 또 하나의 '보통'이다.
기쁨이나 즐거움도, 고민이나 괴로움도 한 사람 한사람 다르다.
그것이야 말로'보통이니까.
나는 가슴 속 진동을 믿고싶어. 창피함도 누군가와 함께 나누고 웃고싶어.
그리고 소중한 사람의 '보통'을 받아들이고 싶어. 모든 사람이 가슴을 펴고 자신만의 행복을 가질 수 있도록.
당신의 '보통'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3개월 1회차, 뉴스 레터 발행되었어요. 세워보니 9호가 되더라고요. 아마 다음 호부터는 구성을 달리해 개편호가 될지 모르겠네요. 10호 기념 개편호. 그리고 브런치 dope news는 news zine과 합칠 예정이에요. 이제와 무슨 차이가 있었지 싶더라고요. 별로 달라지진 않겠지만 아마 달라질 거에요. ricewine의 maybe 남겨놓고가요.☺️
https://maily.so/tokyonotable/posts/e3c7bf