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구철이다.
‘너랑 살구 싶다. 살구 6,800원’
얼마 전 지하철역 근처 청과에서 본 문구다.
온라인에서 센스 있다고 화제가 되었던 문구를 실제로 볼 줄이야.
어이가 없게도 피식했다.
그래서 살구를 샀다.
살구 플러팅을 어떻게 지나칠 수 있겠습니까.
그리고 난 원래 살구를 좋아한다.
대학교 앞에서 자취할 때, 처음으로 살구를 먹었다.
그때 놀랐던 느낌은
매실처럼 아삭할 줄 알았는데, 푹신(?)했다는 것이다.
뭔데? 이 마시멜로우 식감은?
은은하게 달달한 맛이 꽤 매력적이어서.
그 뒤로 6월이 되면 살구를 찾았다.
아니 근데 예전에 4,000원에서 5,000원 정도 했는데
요즘 살구는 무슨 7,000원이 기본이 된 것 같다. 왜죠?
어찌 됐든 그렇게 살구를 사 와서, 하나 먹었다.
냠냠. 맛있군.
근데 가끔 살구 중에서 네 맛도, 내 맛도 아닌 것이 있다.
거의 10개 중에서 3개 정도는 그런 맛.
살구… 녀석 복불복이 있는 녀석이었어?
그런 살구를 처리하는 법.
아이비에 살구를 쪼개서 올리고 꿀을 뿌려 먹는다.
달콤함이 터지는 맛이라서, 꽤 와인에 잘 어울린다.
갑자기 와인이 나온 이유는 묻지 마시라…
이번에도 그렇게 먹으려다가, 냉장고에서 크림치즈를 발견했다.
어?
혹시? 설마?
한 번 꼬아서 생각하는 특성답게, 레시피를 꼬아서 생각했다.
살구를 반으로 잘라서 씨를 빼고 그 공간을 크림치즈로 채워준다.
맛이 있을까?
네. 맛있습니다.
달달한 살구와의 진짜 단짠단짠 조합을 보여준다.
여름 한낮의 이탈리아 어디 시골 같은 맛이다.
순식간에 살구 5개를 집어삼켰다.
뭔데?
그러므로 살구철이 끝나기 전에 부지런히 먹도록 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