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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oldred Oct 02. 2019

무시당했는데 왜 울고 있어

"지난 4년이 짓밟혔잖아. 그런데 화가 안 나?"



4년의 연애. 동갑내기라 자주 투닥거리긴 했지만 그래도 나름대로 잘 만나고 있다고 여자는 생각했다. 어쩌면 남자와 결혼을 할 수도 있겠다고 말이다.


오랜만에 만나는 주말, 여자는 그 날따라 이상했다고 한다. 소위 말하는 '촉'이 발동했던 것이다. 추궁 끝에 남자는 입을 열었다. 좋아하는 사람이 생겼노라고. 차라리 술에 취해서 잤다는 극적인 이야기라도 있었다면 확실하게 그만둘 수 있었을까. 그저 밥 한번 먹은 게 전부 일뿐이고 그녀도 너의 존재에 대해 알고 있다고 남자는 털어놨다. 여자는 참담했다.


니가 나와의 관계를 거부해서, 너무 자주 다퉈서, 내 친구와 부모님을 만나주지 않아서... 남자는 모든 것이 여자 때문이라고 몰아세웠다. 너의 잘못된 말과 행동이 그동안 나를 너무 힘들게 했고, 그로 인해 평소에 자주 이야기를 나누던 회사 동료에게 마음이 갔다고 했다. 정말 자연스럽게 그리고 아무렇지 않게 남자는 자신의 행동을 합리화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자는 아직 남자가 좋다고 했다. 울면서 어쩔 줄 모르겠다고 했다. 정말 자기 때문에 이렇게 된 것 같은 마음이 든다고 했다.


설령 여자에게 문제가 있었다고 해도, 그래서 상처를 받았다고 해도 이렇게 극단적인 행동이 선택지가 될 수는 없었다. 지난 4년 간 곁에서 함께 해온 사람에 대한 예의, 연애에 대한 예의가 없어도 이렇게 없을 수가 있을까. 잘못된 행동을 해놓고 오히려 상대방에게 뒤집어 씌우는 꼴이라니. 준비하지도 못한 채 끌어안게 된 상처와 보상받지도 못할 마음과 시간들은 모두 어떡하나.


위선을 행한다는 것은 적어도 선한 게 뭔지 알고 있는 거라고 했다. 아마도 남자는 여자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누군가에게 마음을 준다는 것에 대해 일종의 죄책감 같은 걸 갖고 있었을 거다. 때문에 여자의 잘못을 끄집어내서라도 자신의 행동에 타당성을 부여하고 싶었을 거다. 원래 사람은 이기적이다.


이 이야기를 전하며 똑바로 상황을 보라고 했다. 슬퍼하지 말고, 울지 말고 정신 차리라고.


하지만 알고 있다. 사랑에 빠지는 것이 내 마음처럼 되지 않듯이 사랑을 져버리는 것 또한 마찬가지임을.


앞으로 여자는 어떻게 될까. 이 엄청난 사건을 덮어두고 다시 만난다고 해서 과연 행복할까. 남자가 다시는 이런 짓을 하지 않는다고 장담할 수 있을까. 여전히 남자를 사랑할 수 있을까.


그날 밤, TV 속 모 연예인이 했던 말을 그대로 여자에게 들려주고 싶다.


"왜 이런 말을 할까. 왜 이런 행동을 할까. 나라면 이렇게 할까. 입장을 바꿔보면 답이 나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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