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coldred Oct 23. 2019

나의 안부가 궁금한 당신에게

"불안하지 않아?"

"왜 불안해?"

"그냥, 이게 꿈일까 봐."



한동안 그 사람 꿈을 꿨다. 1년 정도는 그럴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지난 사랑에 대한 후회와 스스로에 대한 반성이 나의 모든 시간을 잡아먹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2년, 3년이 지나도 그 사람 꿈을 꿨다.


대부분은 헤어진 줄도 모르고 바보 같이 웃는 내 모습에서 시작됐다. 그리고 표정도, 반응도 없는 그의 얼굴이 다음 컷으로 이어졌다. 가끔은 그에게 연락을 받는 꿈을 꿨다. 예쁜 이별이 어디 있겠냐만은, 서로에게 모진 말을 내뱉어가며 마지막 순간을 엉망진창으로 만든 게 마음이 걸렸던 모양이었다. 꿈에서 만난 그에게 그때 왜 그랬냐고 묻고, 헤어지고 이틀 뒤에 왜 전화를 했었냐고 물었다. 친구는 그렇게라도 풀라고 했지만, 내 꿈이니까 답을 얻을 수 없다는 게 문제였다.


길에서 우연히 그와 닮은 사람을 만나면 놀라곤 했다. 그가 아닌 걸 확인하고 나서도 가슴이 두근거렸다. 살면서 한 번쯤은 만나지 않을까 하는 기대 아닌 기대가 있었다. 아직 미련이 남아있는 것도, 그렇다고 다시 만날 것도 아닌데 말이다. 이상했다.


그러던 어느 날, 카카오톡 추천 친구에 그가 나타났다.


정직하게 쓰여있는 이름 세 글자와 버젓이 떠 있는 사진에 정신이 번쩍 들었다. 스르륵 찾아오던 잠마저 달아나게 만들었다. 뭐지? 왜지? 사실 그와 헤어지고 몇 달 지나지 않아 전화번호를 바꿔버린 상황이었다. 그러니 그가 내 번호를 알 수도 없고, 주변에서 내 번호를 알려줄 사람도 없었다. 그런데 뭐지? 왜지?


아마 아이디를 검색해서 추가했을 거라고들 했다. 십 년이 넘게 모든 곳에 한 아이디를 쓰고는 있었지만, 그가 내 카카오톡 아이디를 지금까지 기억할 수 있나?라고 생각해보면 답은 글쎄였다. 그나마 가능성이 있는 건 인스타그램이었다. 문득 생각나서 인스타그램을 찾았고, 혹시나 하는 마음에 그 아이디로 검색을 해보니 내가 나왔다는 그런 시나리오.


"연락 오면 만날 거야?"


친구 중 하나가 물었다.


"한 번쯤은 만날 것 같아. 어른답게 굴지 못 해서 미안하다고, 나 힘든 것만 생각해서 너에게 너무 기댔던 것 같다고. 그리고 고마웠다고도 할 것 같아. 그냥, 혹시나, 진짜 만나게 되면."


진심이었다. 나는 회사가 힘들다고, 일이 힘들다고 늘 징징대는 철없는 연상의 여자 친구였고, 툭하면 서운해하며 우는 아이였고,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만 하는 독불장군이었다. 미안했다. 내가 그렇게 될 수밖에 없었던 모든 이유는 너무 좋아했기 때문이었다는 걸 나중에서야 알았다. 그래서 처음으로 결혼이라는 걸 생각하게 할 만큼, 꿈일까 봐 두렵고 불안할 만큼 네가 좋아서 그랬다고, 사랑이 뭔지 행복이 뭔지 알게 해 줘서 고마웠다고, 할 수 있다면 그렇게 이야기하고 싶었다.  


그런데 그가 사라졌다.


누군가는 연락할 용기조차 없는 겁쟁이라고 비난했고, 이제 와서 이게 다 무슨 소용이냐고 신경 쓰지 말라고 위로했다.


그저 궁금했던 게 아닐까. 지내는지, 어떻게 사는지, 새로운 남자는 생겼는지. 혹시나 그가 결혼했다는 소식을 보거나 듣게 될까 봐 여기저기 기웃거렸던 나처럼.


어쩌면 시간이 지나 나의 안부가 다시 궁금해질 수도 있을 것 같다. 그래도 오랫동안 함께했던 사람인데 그럴 수 있지. 술 마시다 문득, 길 가다가 문득, 비슷한 사람을 만나 문득, 그렇게 갑자기.


그래서 우연히 그가 이 글을 볼 수 있게 될지도 모르니, 이도우 작가의 소설 속 한 문장을 적어두고 싶다.


네 사랑이 무사하기를

내 사랑은 무사하니까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