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하필 빵집이었나요?”
“20년 넘게 서류만 만지며 일했습니다. 은행 퇴직 후에는 예쁜 빵집이나 카페를 해야겠다고 늘 마음먹고 있었고요. 퇴직하자마자 빵을 배워 제과제빵 자격증을 땄습니다.
1년에 한두 번 정도 간식으로만 빵을 먹었던 나는 밀가루에 이런저런 재료를 넣어 다양한 모습으로 탄생하는 빵을 볼 때 마냥 신기하고 가슴이 마구 뛰었습니다. 고소한 향에 취하고 빵맛에 놀라며 신비한 빵 세상에 빠져들고 말았습니다.
달콤하고 부드러운 빵은 남녀노소 누구나 좋아하는 음식이고, 누군가에게 선물할 때도 부담스럽지 않고, 배고플 때는 허기를 채워주고, 입이 심심할 때는 간식이 되어주기도 하는 빵을 만들어 팔아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
“오랫동안 빵집을 하셨는데 누군가 빵집을 시작하겠다고 하면 추천해 주실 건가요?”
“글쎄요, 선뜻 권하고 싶지는 않네요. 빵집을 경영한다는 것이 여간 어려운 게 아니기 때문이에요. 워낙 투자금도 많이 들어가는 데다 1년 365일 쉬는 날이 없어요. 게다가 요즘 인건비와 재료비가 많이 올랐기 때문에 수지타산을 맞추기도 어렵고요.
또 요즘 빵집의 추세는 프랜차이즈가 아니면 카페를 겸한 대형 빵공장으로 운영하고 있습니다. 대형 빵집에 가보면 커피 값이나 빵 값에 입이 벌어지고 과대한 시설에 또 눈이 휘둥그레집니다. 과연 빵과 커피를 팔아 시설비와 인건비를 감당할 수 있을까 의심이 갈 정도예요.
일반인이 그런 규모로 빵집을 낸다는 것은 쉽지 않지요. 사실인지는 모르겠지만 일부 사람들은 상속세를 피하기 위해 대형 카페를 만든다고도 하더라고요. 빵집에서 수익을 내는 것이 목적이 아니라 본인의 영업을 자녀들이 대를 이어하면 상속세를 면할 수 있다나요? 글쎄 사실인지는 잘 모르겠어요. 아무튼 고객들은 차 한 잔 마시며 여유를 부릴 수 있게 되었으니 좋지요.
그만한 자본력과 빵을 만드는 기술이 없는 사람은 프랜차이즈 빵집을 해야 하는데 본사에서 모든 빵을 가져다주고 인력관리까지 해주니 경영이 편하기는 합니다. 겨우 돈이 모일만 하면 본사에서 리모델링을 요구하는 것이 문제지요. 물론 제가 빵집을 해보니 3,4 년에 한 번씩 리모델링을 해주는 것이 맞기는 합니다. 하지만 그 비용이 만만치가 않잖아요.
실제로 주변에서 프랜차이즈 빵집을 운영하던 사람 중 장사가 잘 되고 있는데 본사에서 카페까지 겸하라고 해서 울며 겨자 먹기로 넓히다 보니 임대료가 두 배로 들어가는 바람에 결국은 빵집을 닫고 말았습니다. 이렇게 프랜차이즈 일 때는 본사의 지시에 따라야 하는 것이 많아요.
저 같은 일반인이 제빵사들을 두고 운영하던 빵집은 이제 거의 없어졌습니다. 그러다 보니 제빵사들이 직접 빵집을 열다 보니 작은 규모로 빵집을 해서 식빵이나 도넛 등 단일품목으로 영업을 하고 있습니다. 임대료 때문인지 요즘은 지하철 매장에서도 빵집을 많이 볼 수 있는데요. 여타 조건을 깊이 생각해 보고 결정하셨으면 합니다. “
“동네 빵집이 사라지고 있는 이유가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물론 인건비와 재료비 그리고 임대료의 상승 때문에 수익을 내기 어려웠던 사장들이 빵장사를 포기했기 때문이죠. 또 새로운 빵 개발은 하지 않고 기존의 빵만 팔며 프랜차이즈 빵집처럼 유리한 마케팅 전략도 펼 수 없다 보니 차츰 경쟁력이 떨어져 버린 거죠.”
“동네빵집이 왜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시는 거예요?”
“혹시 프랜차이즈 빵집에서 반죽 기계를 보신 적 있나요? 없을 거예요. 프랜차이즈 빵집에서 파는 빵들은 본사에서 냉동 생지를 가져와 굽거나 완제품을 가져옵니다. 이른 아침에 빵집에서 만드는 빵이 더 맛있지 않을까요? 또 유통을 위해 가져오는 빵에 무엇인가 식품첨가제를 넣지는 않았을까 걱정도 됩니다.
조금은 덜 세련되었다 해도 바로 만든 빵이 우리의 건강에 도움이 될 것입니다. 그리고 동네빵집끼리 서로 경쟁을 하다 보면 빵 하나라도 덤으로 받으며 정이 넘치지 않을까요? 프랜차이즈 빵집이 독점하게 되면 소비자들은 가격 등에서 그들에게 휘둘릴 수밖에 없어요. 우리가 건강한 빵을 먹기 위해서라도 동네빵집은 다시 살아나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
“동네빵집을 열려는 사람이 있다면 어떤 이야기를 해주고 싶으신가요?”
“저는 일 년 내내 휴일도 없이 영업을 했습니다. 그것이 사람을 지치게 하고 새로운 아이디어도 떠오르지 않은 채 다람쥐 쳇바퀴 돌 듯 살았습니다. 새로운 제품 개발을 위한 투자도 하며 자기 빵집만의 색깔을 가져야 했었는데 말이죠.
아무리 제빵사들을 둔다 해도 모든 빵을 만들 수 있어야 해요. 그래야 그들에게 휘둘리지 않고 어떤 상황에도 빵이 지속적으로 나올 수 있습니다.
장사를 한다는 것이 평상시 빵을 팔아서는 큰 이익을 내기는 어렵습니다. 언제 장사를 시작해서 어떤 시점에 그만두는 것이 좋을까도 잘 생각해야 합니다. 권리금 문제도 있고 사회적 경제 상태도 고려하면서요.
부정적인 이야기만 늘어놓은 것 같지만 빵을 판다는 것은 깨끗하고 1년 내내 별의별 행사가 많아 재미있기도 합니다. 아이디어만 잘 낸다면 수익도 낼 수 있고요. 어딘가에 갈 때면 빵을 마음껏 선물할 수도 있어요. 기발한 아이디어를 가진 창업자들이 많이 생겨 동네빵집이 다시 살아나기를 누구보다 바라고 있습니다. “
빵을 좋아하는 사람들 그리고 빵 만들기를 좋아하는 사람들 모두 파이팅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