휘파람새와 바다직박구리 그리고 노루
제주 여행을 많이 하지 않았지만, 그래도 제주에 올 때면, 오감이 바짝 곤두선다. 특히 시각과 청각에서 많은 에너지가 소진되는데, 그래도 힘들지 않고 즐겁다. 귀를 활짝 열어두면 새소리가 많이 들렸다. 눈을 뜨면, 가는 곳마다 신비스러운 나무와 야생화가 보였고, 노루와 빠르게 지나가는 꿩들도 심심하지 않게 보였다. 나의 경우, 숙소를 대부분 자연휴양림에서 머물렀던 터라, 오롯이 자연 속 소리를 더 느낄 수 있었다. 아침이면 새소리가 알람 소리처럼 들렸고, 장난기 가득한 수다쟁이처럼 들렸다. 만화 속 한 장면처럼, ‘다다다다. 다. 닥-' 나무를 쪼고 있는 딱따구리 소리도 들려서 신기했다. 발걸음이 크게 날 때면, 소리가 쏙 들어가서 내가 방해꾼이 된 느낌이었다.
산책로를 걷는데, ‘휘~로로로로힛 ’ ‘롤로로 힛’ 휘파람 소리처럼 높고 맑은 소리가 들렸다. 소리가 모두 똑같지 않았다. 노래하듯 리듬도 높낮이도 달랐다. 숲 속을 걸을 때마다 소리가 들려서, 고개를 위로 들어 나뭇가지 사이사이 구석을 살펴봤다.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찾을만하면 소리가 멈추었고 움직이면 소리가 들려서 숨바꼭질 놀이 하는 것만 같았다.
*휘파람소리처럼 울던 새는 휘파람새였습니다. 거문오름 트래킹 중, 해설자 선생님이 말씀해 주셔서 알게 되었어요 :)
숨바꼭질하듯 얼굴을 비춰주지 않는 새가 있었더라면, 흥이 많은 듯 사람의 주목을 즐기는 새도 있었다. 선돌바위를 지나 섭지코지 산책로에서 벤치에 앉아 쉬고 있는데, 파란색과 붉은 갈색을 띤 주황색이 섞여 있는 새가 벤치 앞 울타리에 앉았다.
‘어?.. 사람 많은 여기에? 왜지..?’
유명 관광지인 만큼, 사람 수가 어마어마했었는데, 새는 도망가지 않고 그대로 서있었다. 간식을 달라는 걸까? 사람이 주는 먹이에 익숙해진 걸까? 사람 손을 탄 걸까? 사교성 좋은 새인 걸까? 시간이 꽤 흘러서 바다 위로 멀리 날아갈 것만 같은데, 자리를 그대로 지키고 있었다. 차마 손을 내밀지는 못하겠고 눈으로만 고요히 담는데, 정말 신기로웠다. 새를 코앞에서 가까이 보다니! 지나가는 관광객도 신기한지 우리처럼 구경했다.
주목을 즐기는 건가? 오히려 시선을 즐기는 듯, 매력을 뽐내는 듯, 몇몇 카메라 소리에도 움직이지 않고, 방향을 바꾸며 포즈를 취하는 것만 같았다. 궁금해서 찾아보니, 아무래도 이 아이, 바다직박구리 같았다.
섭지코지에는 유명한 명물이 있지만, 개인적으로는 여행에서 만났던 바다직박구리 친구에게 섭지코지 대표 인사로 대표로 불러주고 싶었다.
그리고 제주에는 노루가 정말 많았다. 오름에서도 보였고, 숲길과 휴양림 안 산책로, 마당에서도 보였다. 특히 사람이 적은 시간대-조용한 이른 아침에 노루가 많이 보였었는데, 한가롭게 풀을 뜯고 있는 모습을 보면 내 마음도 덩달아 차분해졌다. 예민하고 겁이 많은 동물답게, 사람 소리가 들리면 풀을 뜯다가도 얼굴과 목을 번쩍 들고 예의주시하다가 후다닥 어디론가 사라져 버렸다.
일러스트레이터 미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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