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이 맛있게 만들어지는 시간
정서는 인간이 미래를 느끼는 방식이라고 한다. 그렇지만 사람들은 보통 정서는 현재에 느끼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현재의 정서와 미래에 일어나게 될 가능성을 상상하는 것이 사람이다. 음식은 만들 때 먹을 때를 상상하면서 만들면 모든 것의 조합이 자연스럽게 연상이 된다. 물론 식재료의 특징을 알고 있다는 가정하에서다. 무엇이 나올지도 모르고 만들면 그 맛이 좋아지기가 쉽지가 않다.
식재료를 준비하면서 그것을 먹게 될 미래를 직접 경험할 수는 없다. 글을 쓰는 지금 이 순간에서 3시간 정도 뒤로 돌아갔을 때의 상황이다. 의식적 경험은 분명 뇌에서 생산이 된다. 마른 표고버섯과 삼잎국화 말린 것이 어떤 맛을 낼 것인지에 대해 상상할 수 있다.
적당한 양의 표고버섯과 삼잎국화를 꺼냈다. 삼잎국화의 어린잎은 식용하며 관상식물로도 많이 심고 있는데 어린순은 데쳐서 초고추장에 찍어 먹거나 무쳐 먹기도 하지만 이렇게 국화잎을 말려서 마치 약초밥처럼 먹어볼 수도 있다.
일찍 물에 불려두기 위해 담가 두었다. 어떤 식재료는 말렸다가 다시 불려서 요리를 하면 없었던 성분도 다시 나오고 맛도 더 좋아지기도 한다.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며 원형의 모습을 찾아가기 시작한다. 꽃말은 맑은 이의 심성처럼 '밝고 고상하다'이다. 삼잎국화는 잎 모양이 베를 짜는 삼(대마)의 잎을 닮았다 해서 붙여진 이름이기도 하다. 비타민과 무기질이 풍부해 면역력 향상에 도움을 준다. 골다공증을 예방하고 거담․이뇨 작용이 있다.
불려진 버섯의 물기를 쫙 빼내고 다음 준비를 한다. 집에 있는 밥솥이 오래되기도 했지만 시간이 많이 걸리는 관계로 꼼수를 쓰기로 했다. 햇반을 사용해서 표고버섯밥과 삼잎 나물밥을 만들기로 했다.
햇반을 돌릴 때 같이 넣어서 돌리면 적당한 나물밥이 만들어지지만 아쉬운 것은 원래 나물과 쌀을 씻어서 불려야 나물의 고유한 맛이 잘 배이는데 그것이 조금 빠진다.
이제 양념장을 준비한다. 달래 간장밥의 핵심은 밥맛이 아니라 양념장이다. 양념장이 어떻게 만들어지냐에 따라 밥도둑이 되느냐 외면받게 되느냐가 갈라지게 된다. 적당하게 간이 배이긴 하지만 짜면 안 된다. 감칠맛이 있기는 하되 느끼하지 않아야 하는 것이 달래 간장의 맛이다.
달래 간장을 위해 달래를 사 왔는데 1,920원으로 달래의 반을 사용하였다. 잘 씻어두고 먹기 좋은 크기인 0.7~1cm 정도의 크기로 잘라둔다.
아까와 같은 방식으로 햇반의 네 개 분량을 흰밥과 잡곡밥을 섞어서 만들어서 잘 섞어본다. 지인에게 햇반을 사용했다고 하자 그렇게 하는 요리는 혼자 있을 때 하고 자신하고 먹을 때는 솥밥을 이용해 달라는 주문을 했다. 솥에다가 쌀과 표고버섯 하고 나물을 같이 불려서 만드는 것이 맛이 좋은 것은 사실이다.
솔직히 양념장은 밥의 양을 보고 느낌으로 만들면 된다. 들어간 재료는 달래, 죽염간장, 설탕, 마늘, 참기름, 참치액, 참깨, 표고버섯 가루 등이 들어갔다. 물은 아주 약간 들어갔다.
양념장을 만들어서 냄새를 맡아보니 고소하면서도 짭조름한 냄새가 풍겨 나왔다. 여기에 달래의 향기가 배어나오니 딱 좋은 궁합이었다. 노화를 막고 원기를 회복시켜주는 달래는 비닐하우스에서 재배하면 1년에 서너 차례 수확할 수 있는데, 요즘 나오는 달래의 풍미가 좋다고 한다. 이제 사시사철 달래나 냉이를 먹을 수 있으니 좋은 세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