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은 기본적으로 악의적인 의도를 가지고 있다.
대학에서 공부할 때 도시를 개발할 때 관련된 법을 일부는 한 적이 있다. 그렇지만 전문적으로 그 분야에서 일하지 않았기 때문에 세세히 공부한 적은 없다. 그래도 일반적으로 그 분야와 관련이 없는 사람들보다는 지식이 있을 수 있는데 그중에서 가장 어이가 없는 분야가 지역주택조합이다. 일명 지주택이라고 불리는 그 제도 혹은 분야는 사람들이 기본적으로 너무나 선하다는 가정하에 만들어진 것이기도 하다. 성악설이나 성선설을 말하기 전에 사람들은 기본적으로 제도나 시스템으로 제약받지 않으면 탐욕스러워지려는 마음이 있다. 예수라던가 고타마 싯다르타 같은 성인의 반열에 들지 않는 사람들이라면 거의 대부분 그렇다고 볼 수 있다.
지역주택조합의 출발은 우선은 선한 의도와 선한 사람들과 선한 의지로 가능하다고 보고 시작했다. 무주택이거나 1 주택이라도 작은 주택을 보유한 사람들만 모아서 어딘지에 있을지 모를 땅을 구입해서 참 좋은 주택을 만들자는 의도로 설립되는 조합이다. 땅의 95%를 수용해야 한다는 규정도 있기는 하지만 모집할 때는 그 따위는 아무런 상관이 없다. 기본적으로 지역주택조합이 시행사의 역할을 하기 때문에 저렴하게 주택을 마련할 수 있겠냐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
문제는 조합에 들어가기 위해 낸 돈들이 토지를 수용할 때 쓰이는 것보다 지역주택조합에서 일하는 사람들의 쌈짓돈으로 쓰인다는 것이다. 게다가 땅도 확실하지 않은데 말도 안 되는 설계비용도 상당하다. 여기에 업무추진비를 비롯하여 기타 비용이 너무나 불투명하다. 필자라고 할지라도 그런 조합을 운영하면 탈도 나지 않을 돈을 마음대로 축적하고 문제가 되면 변호사 비용으로 쓸 듯하다. 기본적으로 제도나 법이 미비한 상태에서 지역주택조합자체는 성공하기가 무척 어려울 수밖에 없다.
사람은 제도나 법이 제한하지 않는 이상 돈에 대해서 선하지 않다. 많으면 많을수록 좋다고 생각하는 사람의 기본 속성상 결국 문제는 불거지게 되어 있다. 사람을 자신을 과대평가하고 항상 더 많은 돈을 추구하고 다른 사람의 돈이 바로 보이지 않는 이상 언제든지 기만할 수 있다. 만약 그 의도가 선하다고 할지라도 그것은 자신의 생각에 의해 왜곡되는 것이다. 누구나 좋은 집, 좋은 차, 좋은 음식을 먹고 싶어 한다. 그렇지만 그것이 어디선가 나올 것을 생각해야 한다. 지역주택조합은 유토피아처럼 선의적으로 생각한 가상의 세계에 존재함이 분명하다.
당신에게 일을 제대로 하지 않았는데 무척이나 여유 있는 생활을 할 수 있는 돈이 굴러들어 온다면 마다하겠는가. 마다할 사람이 세상은 많지가 않다. 지역주택조합은 마치 폰지사기와 비슷한 형태다. 취지는 너무나 좋지만 그것은 인간의 본성을 외면한 취지일 뿐이다. 인간의 본성은 자신을 위해 다른 사람을 희생(죽인다는 의미는 아니다)하더라도 자신이 편하면 그만이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 한국에서 살아가면서 다른 사람을 배려하고 공감하고 능력대로 혹은 노력대로 살아가면 얼마나 좋을까. 그렇지만 그런 사람은 너무나 드물다.
제도와 법이 뒷받침되지 않고 비용의 철저한 투명함이 바탕이 되지 않는 선의에만 기대는 지역주택조합은 문제가 너무나 크다. 필자도 도면 좀 그려봤는데 지역주택조합의 설계비용을 보면 왜 저렇게 돈 많이 받는 도면을 그리고 있지 않았을까란 생각도 든다. 만들어지지도 않을 어떤 가상의 집에 더 이상 투자하는 서민들이 없었으면 좋겠다는 마음이다. 물론 성공적으로 만들어진 아파트 단지들도 있지만 그 비율은 상당히 낮다. 그리고 자신이 투자했다고 지인들을 끌어들이는 몰상식한 짓은 하지 말자. 자신이 빠져나오거나 그것이 이루어지기를 원하는 마음일 수도 있지만 결국에는 탐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