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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블루벨 Oct 11. 2021

내 마음을 모르겠어요.

당연하지, 사춘기 인걸

투덜투덜, 분명 심술이 났다. 무슨 일인지 말하지는 않지만 심술을 뿌리고 다닌다. 뭐냐고 물어도 절대 알려주지 않는다. 꽁꽁 숨길 일이면 끝까지 잘 숨겼으면 좋겠다는 생각마저 들었다. 심술을 너무 티 낸다. 알아달라는 것인데. ‘말할 수 없는 심술이라..’ 탐문이 들어간다.


우린 분명 끝난 이야기였다. 내 입장에서는 그랬다. 동생의 정리를 도와주기로 결론이 났었다. 분명 도와주지 않아도 될 명분이 있었지만. 도의적인 책임으로 도와주자는 결론이 났다. 그래서 기분 좋게 도와주는 줄 알았다. 하지만 알겠다는 말과는 전혀 다르게 심술을 부렸다. 대체 무엇 때문인지 물어보았다. 나의 이야기가 아이 입장에선 일방적이었다고 했다. 아이는 자신의 억울함을 묻어 둔 채 엄마가 시키는 일만 하면 된다고 생각했지만 답답함과 짜증이 투덜거리는 마음으로 새어 나왔다. 앞으로는 서로 오해가 생기지 않도록 너의 입장을 충분히 설명해주길 바란다고 말하며 마음을 달래주었다.



심술이 그렇게 가시기도 전에, 아이는 또 다른 일로 콧김을 뿜었다.

“이렇게 해도 된다는 거야? 네 마음이 불편한 건 없고?”

“불편해요…”

“그럼 말해줘, 뭐가 불편한지.”

“그게 잘…”

그래, 어떻게 말해야 할지 정리가 안될 수도 있어. 정리해서 천천히 말해줘. 기다릴 테니까 말이야.”


어른들도 종종, 화가 나고 답답하지만 정확히 어떤 부분에서 화가 난 건지 알 수가 없을 때가 있다. 더구나 주체할 수 없는 감정에 휩싸였다면 감정을 정리하는 것이 어렵다. 사춘기의 아이에겐 더없이 어려운 부분일 수도 있었다. 자신의 감정을 덜어내고 토닥이는 것은 시간이 필요했다.



“생각났어요… 그게요…”

아이는 한참 동안 그 자리에 앉아있더니 천천히 자신이 불편하게 여기는 것들을 설명해 주었다. 그리곤 타협을 거쳐 아이가 불편하지 않는 방향에서 일을 결정하기로 했다.


“마음이 후련하니?”

. 설명하고 나니 기분이 너무 좋아졌어요!

아이는 자신이 억울하다는 생각에 사로 잡혀 콧김을 뿜어대던 모습과는 다르게 밝은 표정이었다. 복잡한 마음을 하나하나 정리해서 꺼내놓는 것이 어렵지만 해내고 나니 더욱 뿌듯해했다. 사춘기가 사소한 감정들까지 복잡하게 얽혀 놓은 듯했다. 하나하나 꺼내기가 어려워서 쉽게 포기하게끔 말이다. 자주 해보지 않아서 일뿐이지 연습을 거친다면 서툰 마음도 자연스레 나오게 되지 않을까 싶다. 


하지만 서툴고 복잡해서 시작도 전에 마음을 닫아버릴 때도 있다.

“됐어요.”

“괜찮아요.”

꽉꽉 막힌 아이 앞에 부모의 마음도 한없이 너그러워지긴 버겁다. 시간이 필요한 문제도 더러 있고, 말하고 싶지 않은 일도 있지만. 간혹 ‘내 마음을 알아주세요’라는 마음이 들리면, 아이의 마음과 내 마음까지 토닥여야 하기에 힘들고 지친다. 나의 경우엔 자신이 하고 싶은 일에 부모가 보내는 거절의 눈빛을 알아차리고 먼저 마음을 닫아버리며 하는 말들이 대부분 었다. 타협의 과정이 귀찮고, 어쨌든 안 되는 일이면 타협조차 불필요하단 생각에 자신의 마음을 미리 방어하는 태도로 ‘됐어요’를 많이 사용하였다.


안 그래도 복잡한 일들 투성인데 복잡한 마음을 말로 설명하는 것은 굉장히 어려웠다. 복잡하게 얽혀 있는 실타래를 풀 때는 시간이 필요하다. 당장의 분노로 표출돼서 해결이 필요한 일들은 앉은자리에서 천천히 얽혀 있는 문제들을 풀어야 했고, 아무리 생각해도 모르겠는 일들은 스스로에게 시간이 필요한 경우일 수도 있었다. 


서툰 마음을 표현하지 않아도 차츰 알아갈 수 있도록 스스로의 마음을 돌볼 수 있는 시간을 주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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