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와 나의 연결고리

17주 차의 기록

by 덕순

16주 차가 되도록 매번 병원 검진 날만을 손꼽아 기다려온 이유는 간단했다.


평소에는 볼 수도, 느낄 수도 없는 덕순이의 존재를

다시 한번 확인하고 싶어서였다.


덕순이의 작은 머리

16주 차의 아기는 존재감을 나타내기엔 아직 너무 작았다.

머리 둘레 12.83cm, 허벅지 뼈 2.09cm, 추정 몸무게 150g...

대충 짐작해도 한 손바닥에 폭 잠길만한 크기였다.


너무 작고 소중한 이 아기가 점점 몸집이 커지면서 움직이는 몸짓을 느끼는 것이, 엄마가 느끼는 태동이라고 한다.


임신 중 가장 처음으로 아기의 존재를 느낀다는 게 얼마나 기쁘고 설렐 일인지...


이미 덕순이는 16주까지 많은 퀘스트를 통과했지만, 걱정쟁이 엄마는 또 태동이 혹시라도 안 느껴질까 봐 노심초사하며 매일매일 덕순이가 인사를 해주기를 손꼽아 기다렸다.


그도 그럴 것이 비슷한 시기에 임신을 한 친구는 17주 차 2일째에 태동을 처음 느껴 보았다 해서

나의 기다림의 기준도 어느새 친구의 아이에 맞춰져 있었다.


하지만 덕순이는 17주 차가 지나도록 아무 소식이 없었다.


의사 선생님께선 지난번 검진 때 초산의 산모는 20주 차가 넘도록 태동을 못 느끼는 경우가 흔하다며 안심시켜주셨지만,

그래도 덕순이는 내심 빨리 인사해줬으면 하는 바람이 컸기 때문에 나의 기다림과 걱정은 17주 차부터 이미 시작되었다.




처음에는 태동이라는 것이 마치 하나의 이벤트처럼 확실한 느낌으로 알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예를 들어

'17주 차 5일째 되는 저녁 6시 30분에 처음으로 덕순이가 발길질을 했다.'처럼 말이다.


하지만 덕순이의 태동은 겨울에 내리는 눈이 아주 조금씩 땅에 쌓이는 것처럼

아주 미세하게, 조금씩, 긴가민가하게

나를 애태우며 시작되었다.


17주 차도 어느덧 3~4일이 흘러 절반이 넘어갔을 무렵부터 새벽에 화장실을 가느라 잠깐 깼던 그 잠결에 뱃속이 움직이는 느낌을 받았다.


하지만 그 느낌은 너무 약해서 잠결에 잘못 느낀 건 아닌지, 그냥 배에서 나는 꼬르륵 같은 소리인지 분간이 안되었다.


혼자서 괜히 태동이 아닌데도 태동이라고 설레발을 치는 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하지만 그 확신이 없는 느낌은 계속되었고 3일 정도가 지나서야 그 정체를 알게 되었다.




지난 4월 17일 토요일 저녁


가만히 소파에 누워있을 때, 비슷하지만 좀 더 강한 몸짓을 느꼈다.


배 위에 올려진 손에서도 느껴졌고,

그제야 나는 지난 이삼일 간의 알 수 없는 느낌이 덕순이의 몸짓이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자각하고 확신하는 데에 시간이 좀 더 걸렸지만

이미 덕순이는 내 뱃속에서 무척 활발하게 움직였던 것 같다.


사실 12주 차 초음파 때만 봐도 몸을 이리저리 굴리는 모습을 보고 건강하고 활발한 아이일 거란 생각이 들었는데,

걱정쟁이 엄마를 안심시키려는 건지 초산치 고는 이른 주수에 나에게 몸짓을 보내주어 무척 고마웠다.


이제 나는 의사 선생님 없이, 병원의 알 수 없는 초음파 장치 없이,

처음으로 내 느낌만으로 오롯이 덕순이의 존재를 확인할 수 있다.


덕순이와 나 사이에 첫 연결고리가 생긴 것이다.


이것은 마치 17주 동안의 긴 기다림과 걱정의 연속 끝에 큰 선물을 받은 것 같았다.


신이 있다면 아마도 기다림에 지치는 엄마의 마음을 미리 알고, 태동이라는 축복을 내려서 앞으로의 기다림을 견딜 수 있게 해 준 건 아닐까


그런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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