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재감 뿜뿜

19주 차의 기록

by 덕순

태동을 처음 느낀 17주 차 5일 이후, 덕순이의 몸짓은 점점 더 활발해지고, 자주 느껴졌다.


처음엔 긴가민가했던 툭툭 거림이 밤 새 신경이 쓰일 만큼 계속 이어졌다.

나중에는 정말 태동 때문에 잠을 설치겠구나 할 정도였다.


덕분에 걱정 많았던 나는 덕순이의 존재감을 날마다 실감하면서 예전보단 걱정을 덜 하게 되었다.


안정기에 접어든 지는 오래되었지만 혹시나 혹시나 하는 마음에 괜히 걱정을 사서 하곤 했었는데, 이렇게도 자기가 건강하다고 신호를 보내주는 덕순이를 믿지 않을 수 없었다.




그리고 덕순이의 존재감은 태동뿐만이 아니었다.


덕순이를 품은 내 배도 날이면 날마다 부풀어 올랐다.




16주 차까진 그저 배가 아주 살짝 올라온 정도여서

그냥 얼핏 봤을 때에는 임신인지 모르는 정도였다.


그랬던 배가 일주일마다 조금씩 조금씩 부풀었다.


15주 차부터 매주 주말마다 사진을 찍어보았는데, 18주 차에서 19주 차로 넘어가는 주수에 배가 눈에 띄게 커졌다.


사실 이전부터 배가 부풀어 오르는 통증이 있었다.


자궁이 커지는 자연스러운 증상이라 참아왔는데

그 느낌은 마치 위아래, 양 옆에서 내 배를 쭉쭉 늘려서 찢어질 듯 팽팽해지는 불편감이었다.


그 통증에 비해 배는 그다지 부풀지 않아서, 내가 원래 배가 잘 나오지 않는 체질인지 궁금했었는데 19주 차에 확신했다.


'이제 배가 점점 불러오겠구나. 지금부터 시작이겠구나.'

하고 말이다.


그리고 그제야 덕순이가 실감이 났다.


배가 나오기 전에는 덕순이가 있다는 사실을 병원에 가야만 확신할 수 있었는데 이젠 내 느낌만으로도 확신할 수 있게 된 것이다.


내 아기가 나와 연결되어 있다는 이 느낌,

이 기억은 나중에 아이를 낳아도 그리워하는 소중한 추억이 된다고 한다.


시간이 지날수록 배는 더 부풀어올라 허리는 아파오고 덕순이의 발길질은 점점 더 자비가 없어질 것이다.


때론 길을 걷다가 '억'하고 주저앉을지도 모른다.


아직 겪어본 적이 없어 그 고통이 얼마나 클지 무섭기도 한다.


하지만 내 아기를 느낄 수 있는 이 소중한 느낌을 나도 필연 나중에 그리워할 것이기 때문에 이 순간순간을 소중하게 간직하고 싶다.


아직은 눈으로 보이는 작은 움직임이지만, 시간이 지나 부푼 만삭의 배로 덕순이의 손, 발이 보이면 모두 소중하게 기억하고 싶다.


덕순이의 몸짓과 부풀어 오르는 배 덕분에

나는 쓸데없는 걱정을 덜었고,


이렇게 생긴 나의 안도감은 앞으로의 아픔과 불편함을 충분히 감내할 수 있을 것이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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