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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를 품었던 시간의 기록 1
17화
제일 행복한 순간
21주 차의 기록
by
덕순
Feb 24. 2022
시간은 마치 마법과 같아서
같은 것일지라도 전혀 다른 것으로 바꾸곤 한다.
예를 들어
장독대에 담긴 장은
해가 지날수록 숙성이 되어
짙어지는 색만큼 깊은 맛을 갖게 된다.
비단 눈에 보이고 만질
수 있는 것뿐만이 아니다.
지금 경험하는 모든 것
,
그때의 느낌
,
그 찰나의 순간도
시간이 흐르고 돌이켜보면
그때의 감정과
돌이켜보는 지금의 감정이 뒤섞여
새로운 색깔의 추억이 되곤 한다.
어떤 경험은
처음에는 패기 넘치고
의기양양했지만 나중에 돌이켜보면
부끄러운 치부가 되기도 하고,
또 어떤 경험은
죽도록 힘들고 슬펐지만
나중에 돌이켜보면
가슴 한편이 아련해지지만 아름다웠던
성장 과정이 되어 있다.
시간은 이렇게
지금 이 순간의 경험
도
지금은 알 수 없는 감정으로 바꿔놓을 것이다.
임신 21주 차,
이 순간도
시간이 지나면 아마도
아름다운 추억과 그리움,
행복 등으로 덧칠해져 있을 것이다.
아마 가장 행복했던 순간 중 하나이지 않을까
그런 생각이 든다.
덕순이가 태어나면
매일매일 커가는 덕순이를 보면서
세상 누구보다 행복하겠지만
임신의 큰 고비들을 무사히 넘기고
건강한 덕순이를 뱃속에
품으면서
아직은 멀쩡한 몸뚱이로
자유를 만끽하는 지금이
그때
가선 무척 그립지 않을까.
그런 생각이 든다.
임신 초기에는
마음의 준비가 안 된 상태에서
엄마가 된다는 사실에 혼란스러웠고,
입덧과 자도 자도
풀리지 않는 피곤함 때문에 내 몸뚱이 하나
챙기기도 무척 힘들었고,
유산의 위험이 가장 높은 시기라
매일매일 행여나 아기가 잘못되진 않았을까
걱정과 불안에 항상 휩싸여 있었다.
이때에는
사실 행복보다는 혼란, 힘듦, 걱정, 불안이 가득 차 있었다.
(때문에 가장 예민하기도 했다.)
그리고 어느덧 중기에 안착한 지금은
덕순이를 향한 애정과 믿음이 쌓이고
태동 덕분에 걱정이 줄어들고
다행히도 입덧이 빨리 끝나서
배가 유난히 커지는 것만 빼면
임신 전 컨디션과 크게 다르지 않다.
내 몸도 건강하고
덕순이도 건강하니 그저
하루하루가 행복하다.
후기에는 점점 배가 불러와서
몸 가누기가 불편해질 것이고,
덕순이가 태어나면
아마 우리 둘 모두 서로에게 적응하느라
꽤나 긴
시간 동안을
맞춰가는 과정을 겪을 것이다.
'그때가 좋았어'
나중에 시간을 돌이켰을 때
이런 말을 하게 된다면
아마
'그때'는 바로 '지금'이 아닐까 생각한다.
물론 시간이 지날수록
불행해진다는 말이 절대 아니다.
다만 사람은 간사해서
지금 가진 것들에 감사하지 못한다.
늘 가지지 못한 것에 대해서만
간절해진다.
나 또한 사람인지라
아마 덕순이를 하루 종일 돌보느라
지칠 때면
지금 이 순간을 회상하며
자유롭고 편했던 이 순간을
그리워할 것 같다.
하지만 지금을 그리워할
미래의 그 순간조차도
더 나아간 미래에 돌이켜보면
그리운 추억으로 남을 것이다.
결국엔
덕순이와 함께하는
매
순간순간이 아름다운 추억으로 남을
소중한 순간들이라는 것을
잊지 말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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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W 개발자로 근무하며 결혼을 하고 아이까지 낳은 평범한 엄마입니다. 백일이 갓 지난 아기를 등에 업고 아기가 낮잠을 자는 동안 최선을 다해 글을 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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