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범하길 바래

16주 차의 기록

by 덕순

엄마는 내가 나중에 커서 훌륭한 사람이 되길 바랬다.


막연했지만 분명한 목표였다.


어릴 적 가난 때문에 꿈을 꿀 수 없었던 본인보다

훨씬 날개를 크게 펼치고 부와 명예를 가지길 바랬다.


그 꿈은 나에겐 부담이었다.


남들만큼의 능력을 갖고,

남들만큼의 끈기를 가진

평범한 아이였기 때문에 늘 엄마의 기대에 못 미쳤었다.


'평범한 나'는 엄마가 바라는 내가 아니었다.


평범한 사람은 곧 훌륭한 사람이 되기 위해 더 나아가야 하는 불완전한 사람이었다.




엄마에게 반감이 생겨서일까,

아니면 삶에 있어서 어떤 교훈을 얻은 걸까,


나는 나이가 들수록 평범한 삶에 만족하고 행복을 느꼈다.


어느 날씨 좋은 날 연차를 쓰고 산책을 하면 세상 누구보다 행복했다.


맛있는 음식을 사랑하는 사람들과 먹으면 이 또한 세상에서 제일 행복했다.


남들보다 특출 나게 잘나지 않아도 소소한 일상을 지내다 보면 내 삶이 행복하다고 느껴졌었다.




사실 평범하다는 것은 쉬운 일처럼 보이지만 쉽지 않다.


덕순이를 보면 더더욱 그랬다.


덕순이는 딱 남들만큼 주수에 맞춰 크고 있었다.

덜 자라거나, 더 자라서 괜한 걱정하지 않게 언제나 주수에 해당하는 평균치에 머물렀다.


제일 나를 걱정하게 만든 1차, 2차 기형아 검사도 대부분이 아기들이 그렇듯이 평범하게 통과했다.


모든 검사들에서 덕순이는 정규분포로 치자면 가장 몰려있는 가운데 뿔 어딘가에 있을 것이다.


지금 덕순이에게는 이보다 더 바랄 게 없었다.


그저 건강하기만을 바랄 뿐이지, 엄청난 재능을 갖고 태어나길 바라지 않는다.


남들만큼 평범하게 건강하게 태어나 남들만큼 평범하게 행복하게 살아갔으면...




나중에 덕순이가 태어나 나와 친구가 될 만큼 말이 통하면 꼭 이 말을 해주고 싶다.


'남들보다 잘나지 않아도 돼.

평범해도 돼.

평범하다는 것도 엄청난 행운이야.'




나중에 내가 욕심이 생겨 지금의 마음을 잊어버리고 덕순이에게 바라는 것이 점점 많아지면


지금 이 순간을 기억해야겠다.


남들만큼 건강하다는 문자 하나에 세상을 다 가진 것처럼 기뻤던 지금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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