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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를 품었던 시간의 기록 1
20화
행운을 끌어당기는 우리들
24주 차의 기록
by
덕순
Mar 2. 2022
덕순이를 만날
날이
어느덧 100일
정도밖에
남
지 않았다.
주수로는 24주 차.
24주 차부터 아이는
설사 일어나지 않아야 할 어떤 일 때문에
일찍 세상에 나오더라도
의료진의 도움을 받아 살 수 있는 확률이 높다.
그리고 매주 지나갈수록
그 확률은 점점 더 높아진다.
매 주가 지날수록
아이뿐 아니라
아이를 만날 수 있는
희망도 함께 크는 셈이다.
처음 덕순이를 알게 됐을 때부터
나와 덕순이는 쉼 없이 달려온 것 같다.
그동안 우리는 서로를 알아갔고
무시무시한 검진을 통과할 때마다
안도감에 젖어 행복해했다.
아직도 넘어야 할 산이 많지만
이렇게만 잘 버틴다면
분명 덕순이는 건강하고 예쁜 모습으로
나에게 안길 것이다.
돌이켜 생각해보면
덕순이와 나 우리 모두
타고난 운이 있는 것 아닐까
, 이런 생각이 들었다.
덕순이는 작년 연말,
언제인지도 모르는 날에 찾아왔다.
아기 천사를 기다려도
쉽게 만날 수 없어 마음 졸이는 사람들도 많은데
덕순이와 나는
정확히는 알 수 없지만
매우 희박한 확률을 뚫고 만날 수 있었다.
첫 번째 행운이었다.
덕순이를 한 달 동안 눈치채지 못했기 때문에
매일매일 임신테스트기를 하며
마음 졸이지도 않았다.
오히려 맘 편하게
먹을 것 다 먹고, 놀 것 다 먹으며
지내왔다.
다만 아이에게 자칫 해로울 수 있는
감기약을 먹었다거나
x-ray를 찍어보았다거나 하진 않았다.
모르고도 정도껏 논 셈이니
이것 또한 행운이었다.
덕순이를 알게 된 후
험난한 레이스가 시작되었다.
임신 초기엔 유산의 위험이 매우 높은데
처음이라
오히려 아무것도 몰라서 그런 건지,
담당 선생님이 워낙에 긍정적이고
편하게 얘기해주시는 분이라 그런 건지,
가끔은 사서 걱정하긴 했지만
덕순이는 어쩐지 무척 건강할 거란
막연한 믿음으로 잘 버텨내었다.
덕순이가 건강하고
내가 건강하고
아무것도 몰라서 오히려 마음이 편안했던 것도
행운이었다.
건강한 덕순이가 다행히
제일 무서웠던 기형아 검사를
무사히 통과했을 때도,
정밀초음파 검사 때
장기
하나하나 정상인 것을 확인했을 때도,
공포의 임당 검사를 비록
처음에 통과 못하고
재검까지 갔지만
우여곡절 끝에 통과했을 때도,
나는 우리가 가진 행운에 감사했다.
나는 덕순이가 건강하길 바라지만
내가 해줄 수
있는 건 그저 믿고 기다리는 것 밖에 없었기에
우리가 이제껏 무탈한 것은
노력이 아니라 행운이라 생각한다.
그리고
세상에는 노력도 중요하지만
그보다
행운을 끌어당기는 무언가,
예를 들자면 긍정적인 믿음,
밝은 에너지 같은 것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나는 사실
부정적이고 어두운 편이다.
내가 여행을 가면
그곳은 언제나 비가 내렸다.
내가 싸한 느낌을 받으면
그 사람과는 언젠가 멀어졌다.
운이 나쁜 내가 어디만 가면
비가 내릴 거라 믿었고,
내가 누군가를 가까이하면
결국 멀어질 거라 믿었다.
부정적인 믿음은 부정적인 결과만 가져다주었다.
그런 내가 지금의 남편을 만나
밝아지고 자신감이 생겼다.
여행을 떠나는 날이면 왠지
그곳은 맑고 화창할 것 같았다
.
설령 비가 와도
비 온 뒤의 청량함, 시원함 같은 좋은 것이 보였다.
아직은 서툴지만
사람들과의 관계도 예전보다
한 걸음씩 나아져서 이젠 조금이나마
내 감정을 표현하고 전달할 수 있게 되었다.
그리고 그런 내가 덕순이를 만나
일련의 고비들을 무사히 넘어가면서
나는 운이 좋다고,
행운을 끌어당긴다고 확신하게 되었다.
그러지 않고서야
이렇게 별
고생 없이 건강한 덕순이를 품고 지내는 게
믿기지 않으니 말이다.
덕순이는 나보다
훨씬 밝고,
긍정적이고,
자신감이 넘치는 아이였음 좋겠다.
덕순이가 태어나면
이 아이에게 첫 세상은
엄마와 아빠가 전부일 것이다.
어두웠던 내가 남편을 의지해서 밝아졌듯이
덕순이도 엄마와 아빠에게
밝은 에너지만 물려받아
세상에 대한 믿음을 싹틔웠으
면 좋겠다.
넘어지더라도 훌훌 털고 일어날 수 있는,
그런 아이가 되어
행운을 끌어당기기를
간절히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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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runch Book
너를 품었던 시간의 기록 1
16
엄마가 된다는 것
17
제일 행복한 순간
18
익숙함과 이별할 때
19
어차피 복불복
20
행운을 끌어당기는 우리들
너를 품었던 시간의 기록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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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W 개발자로 근무하며 결혼을 하고 아이까지 낳은 평범한 엄마입니다. 백일이 갓 지난 아기를 등에 업고 아기가 낮잠을 자는 동안 최선을 다해 글을 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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