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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ejin Jeung Aug 13. 2024

대전은요? 성심당 빼도 맛집 많은곳

대전에서 이탈리안, 양고기 즐기기

대전 하면 "성심당 빼고 노잼"이라는 인식이 있지만 나름 자주 가는 곳이다 보니 은근 괜찮은 맛집들을 몇 곳 찾을 수 있었다. 1년에 한번 이상은 아버지가 계신 현충원에 남편과 함께 다녀오고, 오는 길에는 시엄니가 좋아하시는 성심당 튀김소보로를 사가는게 나름 정해진 루틴임. 좀 시간 여유가 있으면 온천여행을 겸해 유성에서 1박을 할 때도 있다. 유성에는 워터파크 같은 시설은 없지만 온천수를 끌어다 쓰는 숙소에서 느긋한 한때를 보내기 좋다. 

대전에서 이름이 꽤 알려진 양고기 전문 체인점이다. 조금 늦은 시간에 방문하게 됐는데 점원이 옆에 붙어서 직접 고기를 굽고 잘라 주는 등 서비스가 매우 만족스러운 점을 감안하면 가격대는 상당히 합리적인 편...몇 년 전 홋카이도 여행 때 먹은 '징기스칸' 스타일로 볼록한 철판에 고기며 야채를 구워 먹는다. 밑반찬으로는 명이나물과 초생강 등이 나온다. 


양고기 지방 부위로 표면을 길들인 후 야채부터 올린다. 그린빈과 단호박, 가지 등의 구성을 보고는 '오 제대로네...'라고 생각. 양념이 과하게 달지 않은 점도 마음에 들었다. 굽는 도중 흘러나온 기름과 육즙에 채소를 익혀 차례대로 먹는다. 쥬시하고 두툼한 양고기를 한점 한점 먹다 보면 푸짐한 양에 어느덧 흐뭇해진다. 남푠님은 여기다 구운 소시지 추가... 


https://place.map.kakao.com/723126307

대전 MBC와 엑스포 과학공원 등이 있는 도룡동은 비교적 최근에 지은 듯한 아파트와 빌딩이 많은 신흥지구 느낌이다. 지하철역은 가까운 곳에 없고 버스나 자차로 이동해야 한다. 이곳에는 세련된 카페와 파스타 전문점 같은 데이트 코스 맛집들이 꽤 있다. 성심당 2호점도 입점해 있는데 대기줄은 뭐 비슷....예전에 만석이라 가보지 못했던 맛집 '랑골로'를 캐치테이블로 예약했다. 오너 셰프가 이탈리아 유학파 출신이라 그런지 현지 느낌이 살아있는 가게였다. 

유럽 느낌의 소품들이 눈길을 끈다. 이탈리아 국민 식전주인 아페롤 스피리츠와 리몬첼로 병 등도 보인다.

식전빵은 토마토 브루스게타와 부드러운 질감의 흰빵, 그리시니 3종세트가 나왔다. 토마토의 감칠맛이 가볍게 식욕을 돋운다. 

마르게리타 피자는 남편님이 먹고 싶다고 해서 주문했다. 사실 큰 기대 안했었는데 한입 맛보고 깜놀! 이탈리아 여행 때 남부지역에서 맛본, 제대로 된 피자와 비교해도 뒤지지 않았다는!! 손으로 뜯으면 푹 꺼지는 도우는 적당히 타서 서 꼬소~하면서도 부드러웠다. 양질의 프레시 모짜렐라와 올리브유를 아끼지 않고 사용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진하고 달콤한 토마토와 바질의 향도 근사하다. 기교를 부리지 않고 이정도 맛을 내는 내공이 감탄스럽다.

화이트 라구 소스를 얹은 리가토니. 보기보다는 라이트해서 느끼하지 않다. 잘게 다진 고기는 감칠맛이 살아있고 위에 올려진 고구마칩이 식감변화를 선사한다. (다만 가니시 치고는 양이 좀 많은듯...)

부라타 치즈 리조또. 큼직한 새우 소테가 두 마리 올라가 있고 발사믹과 피스타치오로 마무리했다. 남푠님 픽이었지만 솔직히 이게 좀 더 맛있었다....(^^;;;;;) 치즈의 풍미가 상당히 농후해서 나처럼 유제품에 환장하는 사람들에게는 딱임. 적절히 들어간 발사믹이 맛의 미묘한 밸런스를 잡아준다. 


손님들 중에는 외국인들도 꽤 많이 보인다. 다음에 오면 직접 만든다는 디저트 젤라또도 맛봐야겠음. 이탈리아 본토 스타일을 선호한다면 권하고 싶은 맛집이다.

https://place.map.kakao.com/m/1438566973

어쨌든 그래도 성심당은 모처럼 왔을 때 빼먹으면 아쉽다. 지난번 갔을 때는 찌는 듯한 날씨 때문에 줄을 설 엄두가 나지 않았는데 가게 밖에 냉풍기를 여러 대 놓아둬서 생각보다 기다리는데 수월했다. (사장님 센스 리스펙~!) 개인적으로 성심당의 진가는 식사빵에 있다고 생각하는 1인, 갓 나온 명란바게트는 거의 매번 사는 메뉴 중 하나다. 부드러운 달걀이 든 부추빵, 각종 파이와 바게트 샌드위치를 정신없이 고르다 보면 어느새 탕진각임.... 최근에 산 메뉴 중에는 일본풍 야끼소바빵과 멜론크림이 든 멜론빵이 인상적이었다.


얼마 전 화제가 된 포장빙수를 사려다가 비교적 저렴하고 빨리 구매할 수 있는 컵빙수를 하나 사먹었다. 우유얼음에 딸기 퓨레, 달콤한 쿠키조각과 생크림의 조합이 빙수보다는 왠지 파르페에 가까워 보인다. 시원한 빙수로 갈증을 달래고 두둑한 빵봉투를 든 채 서울행 KTX에 올라타면 이번 방문도 꽤 만족스러웠다는 충족감이 느껴진다. 

https://place.map.kakao.com/m/17733090


*다만 맛집들을 정리하다 보니 인상적이었던 일식집과 파스타집이 문을 닫은 것을 뒤늦게 알게 됐다. 이런 현상은 도룡동 같은 신흥지구에서 특히 눈에 띄는 듯 하다. 자영업의 부침이야 워낙 흔한 일이지만 맛집 취재를 하다보면 이래저래 씁쓸함이 많이 드는 부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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