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안 맛기행...이라기보단 꽃구경

태안 안면도 1박2일 투어

by Sejin Jeung

남편이 지금은 담당을 옮겼지만, 자동차 기자로 6년을 일해왔다. 덕분에 자차도 없는 우리는 비싼 외제차를 포함해 다양한 차를 시승하는 호사를 누릴 수 있었다. 이렇게 둘이 떠난 자동차 여행 중 기억에 남는 곳이 태안이었다. 시승차로 갈 곳을 택하는 게 은근 까다로운 것이, 거리가 적당해야 하고(너무 장거리인 남해안은 그래서 결국 가보지 못했다) 코스가 수월한지, 1박을 해야 할 경우 묵을 곳이 마땅한지 등을 고려해야 한다. 태안은 마침 튤립 축제가 열리는 기간이라서 짧은 여행을 다녀오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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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해안 하면 역시 아름다운 낙조를 빼놓을 수가 없다. 작은 펜션에 짐을 푼 우리는 뷰가 멋지다는 리솜아일랜드 리조트를 산보 겸 저녁식사를 위해 찾았다. 사실 워터파크에서 바다를 보며 물놀이를 하고 싶었으나 일단 가격이 비쌌고...ㅠㅠ 수영복을 안 챙겨온데다 남편도 그닥 내켜하지 않아서 간단히 사우나에서 목욕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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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해안의 노을이 고즈넉하면서도 편안한 느낌을 준다. 대략 4~5월 경이 더워지기 전이어서 여행하기에 적당한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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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조트 내에는 일식당 씨스트로가 있었다. 깔끔한 분위기에 나름 가성비 있는 한끼를 즐길 수 있다. 2인 세트메뉴를 를주문하니 콘샐러드, 과일샐러드에 전복찜이 먼저 서빙된다. 통통한 전복은 육즙이 풍부하게 느껴지면서 연하게 씹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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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드 메뉴로 나온 떡갈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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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치회 몇 종류에 광어, 도미, 연어 등이 모듬으로 나온다. 탱글탱글 전복과 문어숙회, 멍게도 곁들여진다. 회의 퀄리티가 괜찮고 단무지와 묵은지 반찬이 기름진 참치회를 먹고 난 후 입안을 깔끔하게 정리해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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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무리로 빼놓을 수 없는 매운탕! 신선한 생선 서덜이 통째로 들어가서인가 매콤하면서 개운한 국물맛이 일품이다. 국물이 짭짤하게 졸아들 무렵 밥을 말면 한 공기가 뚝딱이다. 가족 단위 손님이 많고 아이들을 데려오기에도 무난한 맛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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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날 아침, 우리는 튤립축제를 구경하기 위해 일찍 일어나 펜션을 나섰다. 봄 서해 바다의 풍경이 아름다워 잠시 넋을 놓게 된다. 작은 섬들이 하늘 위 구름처럼 옹기종기 예쁜 뷰를 선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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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식사를 위해 찾은 곳은 안면도 한성식당이다. 외관은 그리 눈에 띄지 않는 편인데 리뷰를 보니 평점이 은근 높다. 1만원 정도에 제육볶음과 각종 나물반찬, 양념한 연두부 등이 나온다. 특이하다고 할 만한 메뉴는 아니지만 정성이 들어간 반찬에 합리적인 가격으로 든든한 한끼를 맛볼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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튤립축제 기간 동안 태안은 말 그대로 꽃천지다. 튤립이 아무래도 많지만 벚꽃이나 아이리스, 히야신스 등 다양한 종류의 꽃들이 알록달록 아름다운 자태를 뽐내는 모습을 볼 수 있다. 곳곳에 마련된 풍차, 백조, 대형 곰 같은 조형물이 포토존으로 인기가 높다. 입장료는 1인당 만원이며, 느긋하게 한바퀴 돌면 1~2시간 정도가 걸린다. 행사장 입구에는 갖가지 주전부리를 파는 가게들이 있는데 가성비가 썩 좋지는 않으나 잠시 쉬면서 요기를 하기에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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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없음.png 카카오 웹툰 '쌍갑포차' '박속낙지탕' 에서 발췌

사실은..... 태안 하면 떠오르는 꽃게나 낙지는 먹지 못했다. 남편이 별로 좋아하지 않는데다 2인분이 기본이라 나 혼자 먹자고 시키는 것도 애매했던 탓이다. 그리고 이런 '특산물'은 아무래도 가격 거품이 낀 곳이 많다 보니 이런저런 이유로 이번 여행 때는 패스... 가을 낙지는 산삼보다 좋다는 대목이 웹툰에 언급되는데 실제로 낙지에는 타우린이 풍부해 기운을 돋우는 데 좋다고 한다. 예전에는 흔한 식재료였지만 지금은 보기 힘들어진 박은 국물에 시원한 맛을 내주는 채소다. 박과 마찬가지로 이제는 잘 쓰이지 않는 비슷한 재료로 대략 수박 두개 크기만한 커다란 동과가 있다. 중국에서는 동과 속을 파서 수프를 담는가 하면 과육을 설탕에 푹 조려 과자 재료로 쓰는 등 다양하게 활용한다. 요즘은 연포탕 부재료로 무를 많이 쓰는데, 박이나 동과를 넣은 국물 맛은 어떨지 궁금해진다.


낙지가 태안의 가을 별미라면 봄 별미는 (암)꽃게라고 할 수 있다. 살 맛을 즐기려면 가을철 숫게가 좋지만 고소한 알이 들어찬 봄 꽂게는 놓치기 아까운 계절 시식이다. 간장게장 속 진주황색 알을 싹싹 긁어 뜨거운 밥에 비벼 먹으면 그야말로 왕이 된 기분. 괜히 밥도둑이 아니다. 갑각류를 날것으로 먹지 않는 일본에서도 한류를 통해 게장의 존재가 알려지면서 마니아층이 늘고 있다고 한다. 일드 '흰밥 수행승'에는 흰 밥에 반찬 하나씩만 먹을 수 있는 수행승(을 억지로 하고 있는 날라리 주지스님 아들냄)이 어느날 신오오쿠보 한인촌에서 간장게장 맛에 정신줄을 놓는 장면이 눈길을 끈다.


태안의 꽃게 요리 중 게국지도 티비를 통해 널리 알려진 음식이다. 다만 게국지의 이미지는 본래보다 부풀려진 면이 강하다. 원래 이 지역의 서민들이 게장을 담그고 남은 찌꺼기나 상품가치가 없는 자투리 해물을 김치로 담근 것인데 원조 게국지는 비린 맛이 강하다고 한다. 그대로 먹기보다 찌개로 끓여 먹으며 특별할 것이 없는 '가성비' 향토음식이라 할 수 있다. 그런데 어느순간 꽃게 한 마리를 통째로 넣어 끓인 찌개가 게국지라는 이름으로 팔리면서 전혀 다른 호화 메뉴로 재탄생했다. 맛으로만 판단한다면 해물이 실하게 들어간 쪽이 확실히 우위겠지만, 예전의 소박함은 어느순간 사라진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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