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산에서 상다리 부러지는 한끼
작년 가을, 도서관 특강을 하러 남원을 방문했다. (짧게 찍은 강연영상은 다음회차에...) 무사히 강연을 마치고 운전하느라 고생한 남푠님과 함께 군산에서 근사한 저녁을 먹기로 했다. 폭풍검색 끝에 찾아낸 가게는 무려 시에서 지정했다는 노포 횟집 '희락'이다. 외관은 다소 수수해 보이지만 음식의 퀄리티만큼은 확실함.
자리를 잡고 맥주를 주문했다. 하나둘씩 밑반찬이 입장하는데 그릇 수부터 심상치가 않다. 맑으면서 진한 미역국을 따끈하게 마셔주고 전채를 맛봤다. 싱싱한 멍게에 작은 호박전, 구운 은행 등이 나왔다. 이자카야에 단골로 나오는 에다마메가 없는 것을 보면 유행을 따라가지 않는 뚝심이 느껴지는 곳이다. 흰살생선으로 가볍게 스타트~
차가운 굴냉채도 플러스. 김, 오이, 무채, 레몬 등을 곁들였다. 간장 베이스 소스인데 오이만 뺐더라면...
가을 군산에는 병어가 제철이라고 한다. 병어는 영어 이름이 butterfish일 정도로 부드러운 감칠맛이 일품이다. 회 먹을때는 와사비간장을 고수하는데, 병어만큼은 구수한 된장이 더 어울리는 것 같다.
빠지면 서운한 스키다시가 바로 생선구이! 가을 고등어는 기름이 바짝 올랐고 군산 특산물인 박대는 비린맛 한점 없이 고소하게 씹힌다. 꼬들꼬들 반건조 생선구이는 술안주로 딱~ 비린맛을 싫어하는 사람에게도 강추하는 메뉴다.
병어는 무조림으로도 즐길 수 있다. 칼칼한 양념은 주방장의 노하우가 담긴 듯, 완벽한 밸런스를 자랑한다. 달달한 가을 무가 담백한 병어살과 조화를 이룬다. 사진에는 없지만 마무리 매운탕도 생선의 감칠맛이 응축돼 배가 부른데도 자꾸 들어간다. 단품 메뉴로 전복죽을 추가해도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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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산은 과거 일본인들이 많이 살던 곳이라 제빵기술이 발달했다. 일본인이 두고 간 가게를 인수해 영업을 시작한 이성당은 단팥빵이 맛있기로 이름난 곳이다. 보다시피 오픈런 줄이 엄청난데, 먼저 빵을 사고 저녁을 먹으러 희락에 갔더니 점원분이 "빵 많이 사셨어요?"라고 한다. 아쉽게도 빵 사진을 찾을수가 없었는데 이곳은 간식빵보다 달달한 빵 종류가 메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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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산은 적산가옥과 일제강점기 관공서 등이 잘 보존된 곳이라 근대사 투어를 하기에 좋다. '타짜'의 평경장 집, '8월의 크리스마스' 속 초원사진관 등 포토존도 무궁무진~ 자차로 왔다면 새만금을 둘러보는 코스도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