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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브랜딩인가HR인가 Aug 14. 2019

해와 바람, 그리고 조직문화

<그래서, 인터널브랜딩 : 브랜딩스러운 조직문화 이야기>

조직문화를 고민하다

종종 해와 바람 이야기를 생각합니다.



해와 바람이 누가 더 센지 겨루기 위해

지나가는 나그네의 외투를 벗기는 시합을 한, 그 이야기 말이죠.



해와 바람은 서로 자기 힘이 세다며 옥신각신하다가 누가 더 힘이 센지 내기하기로 했어요.길을 가고 있는 나그네의 외투를 먼저 벗기는 쪽이 힘이 센 걸로… 먼저 바람이 나그네를 향해 힘껏 바람을 불었습니다.그러자 나그네는 외투를 더욱 꼭 잡았습니다. 바람은 이번엔 더욱…



누구나 알다시피

그 시합의 승자는 해였습니다.

따사로운 햇볕을 계속해서 비추자

더워진 나그네가 외투를 벗게 되었죠.



나그네가 외투를 벗은 것을

조직에서 기대하는 구성원의 행동이나 실천이라고 본다면

‘해와 바람’ 동화 이야기에서는

바람보다는 해가 구성원의 자발적인 행동을

더 효과적으로 유도했다고 볼 수 있겠죠.



조직 안에서

해는 언제나 유효할까요?

해가 원하는 결과(행동)를 이끌어낼 수 있었던 다른 요인은 없었을까요?

바람은 늘 이 승부에서 질 수밖에 없는 걸까요?




조직 안에서 해는 언제나 유효할까



장마철에 간혹 따사로운 해가 비추더라도

사람들은 손에 우산을 들고 다닙니다.

언제 비가 올지 모르기 때문이죠.



따사로운 날씨가 당분간(적어도 외출하고 있는 시간 동안은)

계속될 거라는 믿음이 있을 때,

사람들은 조금 불편하더라도 입고 있던 외투를 벗고 손에 들고 다닙니다.



사람들이 약간의 불편함을 감수하는 이유는

그렇게 하지 않았을 때 오는 불편함이 더 크기 때문이지요.

즉, 조직 차원으로 본다면



조직의 가이드에 따라 행동하지 않았을 때 오는 불편함(가이드를 무시했을 때)

조직의 가이드에 따라 행동했을 때 오는 불편함(가이드를 지켰을 때)  



그런데,

또 다른 차원으로 사람들이 불편함을 감수할 때가 있습니다.



자신은 비록 불편하지만

그 불편함으로 누군가가 조금 더 편안한 상태가 될 수 있다면

사람들은 불편함을 감수합니다.



노약자나 장애인에게 기꺼이 지하철의 자리를 양보할 때,

나는 비록 작은 집에서 살지만 부모님만큼은 큰 집에 모시고자 할 때,

나는 어제 저녁에 먹고 남은 밥을 먹더라도 아이 만큼은 새로운 밥과 반찬을 먹이려고 할 때,



자신의 선택으로 누군가가 조금 더 편안한 상태가 될 수 있다면

사람들은 일상에서 각자의 방식대로 희생을 선택합니다.

그리고 그 누군가가 내가 더욱 아끼는 사람일수록

그 희생은 더욱 커지게 되죠.



만일 나그네 옆에

함께 동행하는 다른 누군가가 있었다면,

어땠을까요?

그리고 그 누군가가

나그네가 매우 아끼는 사람이라면요?



세찬 바람이 불어왔을 때,

나그네는 자신의 외투를 얼른 벗어

함께 동행하는 누군가에게 걸쳐주었을 지도 모릅니다.

자신은 괜찮다며

이 정도 추위쯤은 아무것도 아니라며

짐짓 센 척을 했을지도 모르죠.



‘해와 바람’이야기에 등장하는

나그네는 한 명입니다.



우리는 조직 안에서 혼자 존재하지 않고

여러 명의 동료와 함께 일하고 있습니다.

공동의 목표를 향해

나와 지금 함께 같은 길을 걷고 있는 동료가

적어도 한 명 이상, 많게는 몇백 명 몇천 명까지도 있죠.



‘우리는 해와 같이 따사로운 사람이 돼야 해’

라는 것이 지금까지의 이 이야기의 교훈이었다면

앞으로는

나그네의 관점에서 한 번 생각해보면 어떨까요?



‘내가 만일 이야기에 등장하고 있는 나그네라면?

나 혼자 걷고 있는 것이 아니라 내 옆에

다른 동행자가 있다면 나는 어떻게 할 것인가?’

바람 앞에서 나는 기꺼이 내 외투를 벗어 줄 수 있을 것인가?




이런 질문도 재미있겠네요.



‘내가 기꺼이 외투를 벗어줄 수 있는 사람은 누구인가?

아무리 그래도 내가 외투를 벗어주기 어려운 사람은 누구인가?

그 이유는 무엇인가?’



우리가 걷는 길은

해도 있지만

바람도 있고 소나기도 있고 폭풍도 있습니다.

그리고 그 길엔 대부분 누군가와 함께 있죠.




+

바람이 조금만 더 머리를 써서

바람을 불었다면 어땠을까요?


기분 좋은 어느 봄날 오후 같은 바람을 불었다면

그 바람을 마음껏 맞기 위해

지나가는 나그네는 외투를 벗고

두 팔 벌려 바람을 느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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