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10km 마라톤을 나간 지 8년이 지났다. 그렇다고 8년 차 극성 마라토너라고 말하기에는 기록이 좋은 편은 아니지만, (..) 그래도 8년 동안 하프도 2번 나가보고, 10km로 10번 정도 나가서 완주 메달도 따고 그중에는 상도 탔다!
1) 달리게 된 이유
고등학생 때 체력장을 하면, 장거리 달리기는 꽤 열심히 했다. 기록은 평범했지만, 근성은 있었던 것 같다. '인생은 마라톤이다'라는 말을 어디서 계속 들어서, 마라톤을 가면 인생을 알 수 있을까 싶어 항상 마음속에 마라톤 나가면 어떤 기분일지 궁금했다.
그리고 대학생이 돼서 하고 싶은 일을 작성하고 레퍼런스를 찾아보다가 21살의 언니가 마라톤 대회를 나갔다길래 멋지기도 하고 나도 할 수 있을 거 같다는 생각도 들었다. 다이어트도 하면서 운동에 재미도 붙였겠다 여러 이유가 합쳐지니 마라톤을 신청하지 않을 이유가 없었다.
첫 번째 10km 마라톤은 크게 준비도 하지 않고 무작정 달렸다. 첫번째 마라톤에서 느낀 기분 좋은 고양감이 꽤 강렬하게 기억에 남아서 1년에 1번은 꼭 마라톤을 신청하게 되었다.
2) 달리면서 느꼈던 점
가볍게 생각했던 것과 달리 10km 마라톤은 숨이 턱끝까지 차오르고 너무 힘들었다. 하지만, 너무 재밌었다! 평소라면 차가 다닐 법한 도로를 수많은 사람들이 차지하고 달리고 있었다. 거리에는 주민들이 나와서 힘껏 응원해 주고, 각 부스마다 봉사자들은 물을 권하고 힘을 북돋아줬다. 내가 전날에 일을 못해도, 생각대로 요즘 일이 잘 안 되어도, 마라톤 대회에서는 '달리기만 해도' 사람들이 응원해 주고, 목이 터져라 파이팅을 외쳐주었다. 그 열기와 에너지가 정말 감사했다.
그리고 달리기를 하면서 보이는 풍경은 걸을 때와 느낌이 또 다르다. 0.5배속을 1배속으로 보는 느낌이다. 시원한 바람이 볼을 스치고, 나무가 길을 안내해 주고, 또 고개를 돌리면 바닷가가 있다. 내가 이 그림 같은 환경 속에서 달리고 있다는 것 자체가 기분이 좋았다.
그리고 대망의 완주 직전! 저 앞에 내가 페이스 메이커로 삼았던 분이 달리고 있다. 조금만 더! 조금만 더! 힘을 내서 달리면 어느새 페이스메이커보다 먼저 결승선을 통과하게 된다. 20살 되고 나서 메달 받는 일이 많이 없어졌다. 마라톤 대회를 나가면 완주만 해도 메달을 준다. 그렇게 메달과 함께 이온음료, 소보루빵을 받으면 그 성취감으로 1년을 버티게 된다.
3) 왜 평소에는 길게 달리지 못할까?
마라톤은 이제껏 10번 이상 나갔지만, 솔직히 고백하겠다. 평소에는 운동을 좋아하고 잘한다고만 입으로 얘기하지, 마라톤 광인처럼 매일 달리기를 하지는 않았다. 그 이유는 긴 거리를 달리기는 시간이 오래 걸리고 지루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아무것도 하지 않고 1시간 동안 달리기를 하는 것은 굉장히 심심한 일이다. 또 다른 이유는 대회를 위한 달리기 연습을 했기 때문이다. 달리기를 몸에 익숙하게 만들어서 운동을 안 하면 불편한 느낌이 들 정도면, 억지로라도 나가서 달리기를 하게 된다. 왜? 내 기분이 좋으려고. 그런데 이제껏 마라톤 달리기 기록을 좀 더 높이거나, 직전에 벼락치기하듯이 달리기를 해왔다.
4) 달리기 효과
달리기의 효과는 당장 chat gpt에 물어만 봐도 10가지 이상이 나온다. 심폐지구력 향상, 자신감 향상, 체중 감량 등등.. 그 효과를 많은 사람들이 이제 알고 있기에 2024 국민운동이 달리기가 된 것이라고 생각한다. 내가 생각하는 달리기의 효과는 '기분을 관리할 수 있다.' 달리기는 꽤 지루한 활동이고 다리를 빠르게 움직이며 앞으로 치고 나가는 과정의 반복이다. 내가 실내에서 티비를 보면서 런닝머신을 뛰는 게 아니라 밖에서 뛴다면 나는 다른 일을 하지 못하고 거의 달리기에 집중해야 한다. 몸은 달리고 있지만 머리는 계속 생각을 한다. 생각은 때론 망상이 될 수도, 내 목표와 연결될 수도 있다. 하지만 달릴 때의 생각의 흐름은 누워있을 때보다 좀 더 발전적이고 건강한 형태였다. 나는 달리기를 하면서 막혀있는 생각들을 많이 풀어냈다. 가만히 앉아있는 직종의 경우, 달리기가 생각을 환기하는 데 아주 큰 도움이 된다.
5) 달리기 자세
달리기에 정해진 자세는 없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나는 엄청난 전문 선수도 아니기 때문에 감히 달리기 자세에 대해 언급하기는 어려운 위치다. 그럼에도 첨언을 하자면, 달리기로 아픈 곳이 있다면 그건 자세의 문제가 있다는 것이다.
- 허리를 피고
- 팔을 최대한 뒤로 내빼면서 뛴다.
얼마 전에 운동화 추천을 받으면서 평소 걸음걸이의 피드백을 받았는데, 발뒤꿈치가 바닥에 닿을수록 발목이 건강하다고 하셨다. 개인마다 달리기의 차이가 있겠지만, 무작정 달려서 다치지 말고, 자신에게 맞게 멈춰야 한다면 멈추고 준비가 되면 달리는 형식으로 꾸준히 건강하게 달리는 게 최고다.
6) 달리기 호흡
이것 또한 사람마다 정말 다양하다. 내 방법은 나에게만 맞았을 뿐 제가 전문가가 아니기 때문에 다른 레퍼런스도 꼭 참고하길 바란다. 호흡은 끊어서 하는 편이다. 들이쉴 때 두 번씩 나눠서 들이쉬고 (훅-훅) 내쉴 때는 4번씩 나누어서 내쉰다. (후-후-후-후-) 이렇게 하다 보면 숨도 덜 가쁘고 규칙적으로 오래 뛸 수 있다.
7) 8년 간의 야매 마라토너, 이제부터는?
과거의 나에게 감사한 점은 달리기를 일찍부터 시작했다는 것이다. 대회라는 것이 처음엔 두렵지만 참가만 해보면, 그 이후는 탄력을 받고 자연스럽게 이어가게 된다.
목표는 달리기를 습관화하는 것이다. 달리기를 하지 않으면 어색해서 나도 모르게 달리고 있는 것. 주 3회 정도는 달리기를 하면서 내 몸을 관찰하고 건강한 생각을 이어가는 것. 앞으로는 이 루틴을 병행하면서 마라톤도 함께 이어가려고 한다. 11월 풀코스도 파이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