꽁꿀이가 다니는 어린이집은 특별한 날이 아니면 치마나 원피스를 가급적 입고 오지 말라는 불문율이 있다. 이유는 그 곳은 생태육아 어린이집이라 매일같이 산과 계곡에 나들이를 가고, 어린이집 바깥놀이터 흙산에서도 흙 미끄럼틀을 만들어 노는 게 아이들의 일상이다보니 어떤 색의 옷을 사든 한 달이 지나면 모든 옷의 색깔이 다~ 황토색이 되어버린다. 그렇다 보니 비싼 옷을 사줄 형편도 안 되지만 가끔 선물받은 비싼 옷이 있더라도 그걸 입혀 보냈다간 어떤 꼴이 될지 너무나 예측이 가능하기에 어린이집에는 늘 티셔츠에 트레이닝 바지, 생활한복, 아이들이 꼭 치마가 입고싶다할 땐 치마레깅스를 입혀서 보냈다.
점순이는 그렇게 5년을 다니면서도 옷에 큰 불만이 없었는데 패션에 민감한 꽁꿀이는 매번 바지만 입는 게 속상했는지 '이 바지 입기싫어, 치마 입을거야' 라는 동요를 부르며 옷투정을 했었다. 그러다가 좀 크고나니 별다른 불만없이 어린이집에 맞는 옷을 알아서 잘 찾아서 입고 다니는데 꽁꿀이의 눈이 휘둥그레지는 일이 발생했다. 초등학교에 입학한 언니 점순이가 매일같이 얌전한 원피스에 트렌치코트를 입고 등교를 하는 것이다. 옷이라면 그저 좋아하는 아이인데 언니는 초등학교 입학한다고 엄마도 할머니도 옷을 사주고 더군다나 어린이집에 잘 못 입고가는 치마와 원피스라니... 자기 눈에는 그게 너무나 신기하고 부러워 보였나보다.
킥보드를 타면서도 흰 드레스와 미니 엘사백을 메는 패션소녀
시댁 과수원에 가서도 구두신고 궤짝에 앉아서 쉬는 꽁꿀이
꽁꿀 : 나 학교 가고 싶어.
엄마 : 왜?
꽁꿀 : 학교는 치마 입고 가도 되지? 어린이집은 바지만 입어야 돼.
점순 : 야! 너는 한글도 못 읽으면서 학교에 어떻게 가냐? 언니는 다섯 살 때부터 한글 읽었거든.
그리고 넌 공부하는 것도 싫어하고 옷이랑 색종이만 좋아하잖아.
꽁꿀 : 아니야... 나도 학교 갈거야! 힝!!!
그래 뭐.... 학교는 공부하러 가는 곳이긴 하지만 뭐라도 하나만 좋으면 안 되겠나 싶다. 급식이 맛있어서, 친구가 좋아서, 선생님이 예뻐서, 학교에 염소를 키우고 있어서 (실제로 점순이 입학한 초등학교에는 염소 키우는 곳이 있다고 한다 ㅋ) 등등 모든 아이들이 한 가지 이유만 있어도 학교를 잘 다닐테니 꽁꿀이의 이유도 썩 그럴듯해 보인다.
오늘 점순이가 작년 11월부터 하던 하루 한 장 한자의 마지막 장을 하는 날이었다. 그 책을 끝내면 원하는 선물을 사주겠다고 약속을 해서 오늘 나들이도 하고 아주 피곤한 상태인데도 꼭!!! 오늘 하고 자겠다며 아빠를 붙잡고 (한자공부는 제일 늙은 아빠 담당 ㅋㅋ 한자는 옛날 말이니까... 라고 점순이가 말함) 온갖 징징거림을 시전하며 한자공부를 했다.
아빠 : 점순아, 아빠가 너 피곤해보인다고 내일 하자하니까 너 선물받고 싶어서 짜증내면서 그렇게 하면 어떡하냐?
점순 : 아니... 꽁꿀이 쟤도 치마 입고 싶어서 학교 간다잖아. 그거랑 이거랑 똑같지 뭐. 나 엄마한테 얼른 선물받고 싶다고!
아빠 : 그러면 짜증은 좀 그만내고 공부에 집중해야지.
점순 : 알았다고!
아... 학교 입학했다고 어찌나 어른인 척 벌써부터 잔소리를 싫어하고 조금만 제 뜻대로 안 되면 어찌나 투정을 부리는지... 학교 선생님 말로는 엄청 모범적이고 순수한 학생이라는데 흠... 밖에서 잘하고 집에서 짜증부리는 게 그 반대인 것보다 나은건가? 그나저나 꽁꿀이 이야기와 자기 이야기를 비교하는 거 보니 진짜 우리 딸이 좀 똑똑한듯? 결국 결론은 우리 점순이는 학교에서 모범적이고 집에서는 총명하다... 는 걸로 아이에게 눈먼 엄마는 스스로 결론내고 오늘도 정신승리를 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