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큐아리움 1
내 인생 드라마 몇 개, 인생 영화 몇 개를 살펴보면 그 각본가에 대해 경의를 표할 수밖에 없게 된다.
예를 들어 내 인생 영화 <멀홀랜드 드라이브>의 경우 등장인물과 스토리라인 각종 요소들을 꿈의 문법에 따라 치밀하게 배치된 것을 살펴볼 수 있다. 거기에 나오미 왓츠의 연기와 미장센까지 더해져 이 뒤죽박죽 꼬인 것 같은 영화는 사실 가장 정교하게 구성된 구조물임을 볼 수 있다.
큰 도시에 가서 최첨단의 마천루를 볼 때, 혹은 세계여행을 하다가 건축가와 미술가의 역량을 갈아내 만들어진 성당이나 성, 조각이나 미술작품을 볼 때 나는 그것을 만들어 낸 사람의 손길과 생각을 확실히 느낄 수 있다.
이게 바로 픽션의 매력이라고 생각한다. 사람의 상상력과 경험 그리고 그것을 비주얼로 만드는 '철저히 계획된 아름다움'말이다.
그 반대편에 다큐멘터리가 있다. 다큐멘터리도 감독과 작가 그리고 등장인물들이 있다. 기획하는데 누구보다도 공을 들였을 거고 편집하는 과정에서의 수고도 픽션 못지않을 거다. 그러나 다큐멘터리의 매력은 픽션과는 상당히 다르다. 곱게 정제되기보다는 거칠고, 그러나 끊임없이 변화하는 살아있는 생물이다. 작가의 머릿속에서 끄집어낸 각본을 비주얼 화 하는 게 아니라 지금 여기, 혹은 특정한 시간에 있었던 일들을 재현하고 정리해서 전달하는 거니까. 그리고 시간에 따라 그 다큐멘터리가 담아낸 일들은 해석이 달라질 수 있다.
끊임없이 숨을 쉬며 변화하는 생물과 같다. 그래서 다큐멘터리에 내가 매혹되었고, 더 많은 다큐멘터리를 찾아보고 있는지도 모른다.
이 글 타래의 제목을 '다큐아리움'이라고 정한 것도 그 때문이다. 사람들 앞에 보이지만 특정한 훈련이나 각본 없이 유유히 그 자리에서 살아있는 다양한 해양생물들이 살고 있는 '아쿠아리움' 그 시간이라는 물속에서 움직이는 현실, 그걸 포착한 순간들.
나는 이 '다큐아리움'이라는 시리즈를 통해 나를 매료시킨 다큐멘터리 아홉 편 , 특히 유튜브나 넷플릭스에서 손쉽게 찾아볼 수 있는 작품들 위주로 소개하려 한다.
완벽하게 정제된 아름다움보다는 거친 매력, 날것 그대로의 시간과 공간을 담은 비주얼과 예측 불가능한 스토리로 이뤄진 다큐멘터리. 나는 이 다큐멘터리라는 틀을 통해서야 더 잘 전해지는 메시지가 있다고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