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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랑인 Oct 09. 2022

7.1. 변환  시나리오:틈새, 대체

7.1. 변환 시나리오 : 틈새 & 대체


이전 단락에서 변환(變換)이란 무엇이고, 변환적 사고란 무엇인가에 관해 논한 바 있다. 변환은 귀납, 연역, 변증법과 구분되는 사유이다. 이는 하나의  인식적 기능으로서 어떤 대상의 존재의미를 발명적 가치에서 찾는 것이다. 사실 변환이란 말은 물리학에서는 에너지가 다른 것으로 전환되는 과정, 기술 분야에서는 음성신화를 전기신호로 바꾸는 변환기(transducteur) 등 서로 다른 정보 조건을 중개하는 장치를 말한다

자동차 엔진도, 핸드폰, 반도체도 지금의 구조를 갖추기 전까지 오랜 세월 수많은 기술적, 인간적, 지리적 환경 요소들과의 관계 속에서 영향을 주고받으며 발전해 온 것이다. 주목할 것은 어떤 기업이나 기술, 인간에 변화가 일어나기 위해서는 내부의 ‘에너지 조건’과 환경의 ‘정보적 조건’이 필요하다는 점이다. 변화의 핵심은 시스템 자체에 내재하는 요소들의 ‘불일치’와 ‘긴장된 대립’이라는 에너지 조건이다. 가령 엔진은 하나의 다양체이며, 그 내부를 구성하는 부품들은 서로를 알지 못하면서 각자 자기의 역할에만 충실히 일하는 사람들과 비슷하다.  부품들이 오래되면 상호작용에 문제가 생기고 분리된다.


이질적인 것들이 내부에서 상호침투하면서 공존하는 상태는 모순과 차이를 전제하는데, 차이로 인해 긴장을 해소하면서 상태를 변화시킬 수 있는 역량이 변환적 사고이다. 변환에서는 우연적인 사건, 즉 정보적 조건이 개입된다. 이 우연적 특이성의 요소가 첨가되어 내부의 대립자들이 상태를 변화하게 되고 다양하게 재배열되는 과정을 통해 이질성이 통일되는 새로운 구조화가 일어난다.


이를 기업 조직에 적용하여 설명하자면, 삼성의 경우 메모리반도체 및 시스템반도체가 서로 긴장된 관계의 대립자로 존재하는 가운데 '전기차 시장'이라는 외부적인 도전 요소가 새롭게 출현함으로써 이 시장에서 기회를 포착하기 위해 내부의 요소들 즉 설계기술과 생산 자원들을 재구성하는 과정을 통해 문제를 해결하려고 하는 것과 같다.  변환의 단계에는 구체적으로 '틈새', '대체', '변형', '재배치' 등이 있다.


20%의 대체



경쟁자와의 전쟁 : 삼성전자 vs TSMC

     

대만 TSMC가 삼성전자를 제치고 올해 3분기 기준 반도체 기업 중 '매출 세계 1위'에 오른 것으로 조사됐다. 30년 넘게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한 우물만 판 TSMC가 종합반도체기업(IDM)인 삼성전자, 인텔을 제친 것이다. 반면, 삼성전자의 올해 3분기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31.7% 감소했다. 주력 사업인 메모리반도체 업황이 악화한 것이 실적을 끌어내린 것이다.      


TSMC 성공원인 - ① 대만정부의 지원      

TSMC는 대만 정부 차원에서 육성하고 보호하는 국민기업이다. TSMC는 대만 정부의 세제 지원 등을 바탕으로 연 50조원에 이르는 돈을 오로지 파운드리 관련 사업에만 쏟아붓는다. 2021년에 43조원을 메모리반도체, 파운드리, 팹리스(반도체 설계) 등에 나눠 투자한 삼성전자와 차이가 크다.      


TSMC 성공요인 - ② 초미세공정+레거시공정      

TSMC는 초미세공정과 레거시공정 모두에 강점이 있다. 2022년 1분기 기준 TSMC의 7nm 미만 초미세공정 매출과 레거시 공정 매출 비중은 50:50으로 비슷하고, 5nm, 3nm 등 초미세공정에선 삼성전자와 치열하게 경쟁하며 '세계 최초'를 다투고 있다. 하지만 삼성전자는 7nm 이하 초미세공정 중심이다.  코로나19 이후 자동차용 반도체를 중심으로 '레거시칩 공급 부족'이 심화했을 때 가장 큰 수혜를 본 게 TSMC다. TSMC는 레거시 공정과 관련해서도 공장을 확장하며 생산량 증대에 힘썼다.     



TSMC 성공요인 - ③ 고객 관리     

고객사 관리도 뛰어나다는 게 반도체 업계의 평가다. TSMC의 고객사는 전 세계 8000~9000개에 이른다. 영세한 고객사들을 위해서 일정 생산능력을 남겨둘 정도로 고객 관리에 신경을 쓴다. "작은 팹리스 업체나 학교 연구실에서 소량의 90nm 제품 등에 대해 맡겨도 TSMC는 최선을 다한다"는 평가가 나온다.     


TSMC 성공요인 - ④ 생태계 구축      

파운드리 산업의 전 공정에는 파운드리 업체에 칩 생산을 맡기는 팹리스(반도체 설계)가 있고, 후 공정에는 파운드리가 만든 칩을 가공하는 패키징 업체가 있다. TSMC의 낙수효과로 대만엔 팹리스와 패키징에서도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춘 업체들이 많다. 대만 팹리스 경쟁력은 미국에 이어 세계 2위다. 미디어텍, 노바텍 등이 대만 팹리스 업체으로서 TSMC의 주요 고객사다. 글로벌 패키징 시장 세계 1위는 대만 ASE다. SPIL을 포함해 PTI, KYEC, 칩모스, 칩본드 등도 세계 10위 안에 들어가는 대만업체다. 한국 기업은 10위 권에 한 곳도 없다.     




기업 변환 시나리오 : (1) 틈새     


반도체 관련하여 설계부터 생산까지 모든 것을 다 하는 '종합반도체기업' 삼성전자, 인텔은 TSMC 와 비교하여 파운드리 경쟁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따라서 삼성은 파운드리 사업 전략을 다르게 구사해야 한다. 최근 삼성이 레거시(전통)칩 공정을 새롭게 늘린다는 방안이 발표되었다.

     

레거시칩은 삼성 파운드리의 주변부에 속하였는데, 급성장하고 있는 전기차 시장에 필요한 고성능반도체 시장이 새롭게 주목받게 된 것이다. 이에 따라 반도체 설계가 가능한 삼성이 차량용 반도체 설계에서 생산까지 원스탑으로 추진하기로 한 것이다. 이는 외부의 정보적 조건, 틈새 시장이  나타남에 따라 내부의 요소들을 일부 대체하고 재배열한 것이라 할 수 있다.         


르네사스가 개발한 차량용 반도체 MCU


기업 변환 시나리오 : (2) 대체    


삼성전자는 최근 다양한 고객을 확보해 현재 파운드리 매출의 3분의 2를 차지하는 모바일 칩 비중을 2027년까지 50% 이하로 줄이기로 했다. 차량용 반도체 등 고성능 저전력 반도체 시장을 적극적으로 공략해 2027년에는 2019년 대비 고객사를 5배 이상 확보할 예정이다.(아이뉴스,10월 9일자)


이 방안은 전기차 수요 확대로 인한 고성능 차량용 반도체의 성장성을 보고 전략을 새롭게 짠 것이다. 즉 모바일 중심의 반도체군에서 차량용 반도체군, 고성능컴퓨팅군으로 제품군을 교체한 경우로서 기술의 ‘대체(Substitution)’ 전략이라 할 수 있다. 이에 따라 삼성전자는 고성능컴퓨팅(HPC), 차량용 반도체(오토모티브), 5G, 사물인터넷(oT) 등 고성능 저전력 반도체를 개발하여 2027년까지 모바일을 제외한 제품군의 매출 비중을 50% 이상으로 키워 갈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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