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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UNJIN Apr 21. 2023

이중섭은 마사코에게
사랑을 말했을까?



이중섭의 마음에는 사랑이 많았다.

일본에서 만난 일본인 야마모토 마사코를 사랑하여

그녀에게 남덕(남쪽에서 온 덕이 있는 여인)이란 이름을 지어주고 그녀와 부부가 되었다.


마사코에게서 시작된 마음은 그의 죽은 첫째 아이에게로 갔다가

둘째, 셋째로 태어난 태현, 태성에게로 퍼져 나갔다.


오랜 연애 끝에 결혼해 어렵게 가정을 이루었지만

그가 가족과 함께 산 것은 겨우 7년 정도였다.

한국전쟁 이후 병약해진 아내와 아이 둘을 일본으로 보내고

이중섭은 한국에 남아 4년 여를 절절한 그리움과 고통으로 보낸다.


그 넘치는 마음을 편지와 그림에 담아 보낸다.

때론 정성스레, 때론 간결하게.

그러나 언제나 사랑은 가득 차게.





이 꽃을 받는다면 나는 반드시 울어버리고 말 텐데.

그 어떤 현실의 꽃 보다 아름답고 절절하지 않은가.

게다가 평생 지지 않는 꽃이라니.


그의 손에 쥐어진 청춘의 붉은 꽃.


그림 상단에 내. 남덕군까지.

하... 이 얼마나 로맨틱한가.





'아고리'는 부인에게 편지를 쓸 때 이중섭 자신을 지칭하는 말이다.

아고는 일본어로 이고 는 이중섭의 성 씨인데,

턱이 긴 이중섭의 별명이 '아고리'였다고 한다.

한국말로 하면 '턱돌이'쯤으로 이해될까.


또 이중섭은 부인 남덕(마사코)을 '아스파라거스 '이라고도 불렀는데

이는, 아내의 발가락이 아스파라거스처럼 길어서 붙여준 별명이었다고 한다.


서로의 별명을 애칭으로 부르는 20세기 최고의 로맨티시스트들 같으니.







이 외에도 이중섭이 아내 남덕에게, 또 아들들에게 보낸 편지에는

진실하고 솔직한 사랑 표현이 굉장히 많이 나온다.

아내와 아이를 나에게 속해 있는 사람이 아니라

한 사람의 동등한 인격이자 개체로 존중하고 사랑하고 찬사를 보내는 것을 볼 수 있는데

가족 안에서, 특히나 남편이 아내에게 하는 표현으로 흔하게 볼 수 있는 방식은 아니다.


그런데 그것이 어색하거나 가공된 인위의 느낌이 아니라 오히려 날 것에 가까운,

자신의 마음과 사랑을 굉장히 잘 꾹꾹 눌러 담되, 아낌없이 얹고 또 얹어 퍼 담은 느낌이다.

맘 좋은 장사꾼이 밑지는 거 재지 않고 마구마구 덤을 주는 모양새라고나 할까.


그의 순애보는 순결하다 못해 순박하기까지 하다.

이렇게 사랑이 많은 사람에게 4년간의 이별은 얼마나 힘이 들었을까...





마사코 여사는 남편 이중섭을 떠나보낸 후 70년, 남은 생을 독신으로 살았다.

2016년에 '이중섭 탄생 100주년' 전시가 열렸는데, 당시 마사코 여사는


'다시 태어나도 당신과 함께할 거예요. 우리는 운명이니까'라고 편지를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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