닮은 사람끼리 산다는 건
가을이라 아침저녁으로는 날이 쌀쌀합니다.
여름에 사용하던 쿨링 이불 세트를
가을, 겨울 겸용으로 이미 갈아 끼웠습니다.
흰머리 소년 방에 이불을
갈아드려야겠다고 싶었습니다.
더위를 많이 타시는 양반이라
지금까지는 '딱 좋다'하시길래
필요할 때 말씀하시겠지 싶었습니다.
제가 유심히 관찰해 보니
잠들기까지는 괜찮은데,
잠들고 나서는 추워서 새벽에 문을 다 닫으시고
이불을 꽁꽁 싸매고 주무십니다.
그런데 날이 점점 쌀쌀해지니
더 이상 미루면 감기라도 걸릴까 싶어
벼르다가 며칠 전에 여쭤봤습니다.
"아버지, 이불 바꿔야 하는 거 아니에요?"
"시원하게 잘 자고 있으니 괜찮다."
"감기라도 걸리시면 큰일이에요"
"난 감기 같은 거 안 걸린다. 괜찮아."
딱 잡아떼십니다.
분명 감기에 한 번 걸려야 이불을 가실 겁니다.
몇 달 고민한 게,
'안마의자'를 들이느냐였습니다.
지난달, 여러 메이커를 살펴보고
매장에도 들러보고 체험도 해봤습니다.
가성비가 좋다는 건
제 나이 정도에는 괜찮은데
연골이 거의 없는 흰머리 소년께는
의료기기 기능이 있으면 좋겠다 싶어서
가장 부드럽지만 성능이 괜찮은 걸 렌트했습니다.
한 방에 현금을 착~~ 내고 사면 좋지만
그만한 능력이 없다 보니 궁여지책이었습니다.
오늘 안마의자가 집에 설치 됐습니다.
사전에 충분히 설명을 드렸던 거라
흰머리 소년께서 좋아하시면 좋겠다 싶어
내심 기대하는 마음으로 퇴근을 했습니다.
다 설치하고 휴식모드로 틀어드렸지요.
평생 안마의자를 써 본 일 없으신 분이라
조금은 딱딱하고 통증이 있나 봅니다.
"설치기사가 처음이라
조금 아플 수도 있다고 하는데
몇 번 해봐야 될 거 같다."
"그래도 스트레칭 기능도 있고
마사지 기능도 있으니까 제일 약하게 틀어놓고
매일 조금씩 해 보세요."
저녁 식사를 하면서도
"나하 곤 안 맞는 거 같다."라고 하시는데
제 의욕도 쭉 떨어졌습니다.
좋아하실 줄 알았는데,
역시 제 마음대로는 되지 않습니다.
어쩌겠습니까?
그놈의 똥고집을 제가 닮았으니
무슨 원망을 할 수 있겠습니까? 하하하
그런 똥고집을 닮은 저니까
또 쫓아다니면서 저만의 똥고집을 부려야겠습니다.
'아버지, 이거 한 번 더 해보세요'
예상컨대
다음 주쯤이면 안마의자에서
티브이 보겠다고 하실 정도로
만들어 드릴 작정입니다.
그때쯤이면 이불도 갈아 드려야겠습니다.
개봉박두!
똥고집 대 똥고집
불꽃 튀기는 가을 경기 한 판이 시작됩니다. 하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