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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케빈 Jul 22. 2024

스스로를 알아차리기 시작했고 조금씩 현실성을 되찾았네요

<19화-여기서부터 시작하면 되겠구나>

4년간 3곳의 정신과를 다닌 끝에 조울병(양극성 정동 장애) 판정을 받았습니다. 꾸준한 치료로 현재는 많이 회복되었고 스스로를 탐구하고 싶어 심리학도의 길을 걷고 있습니다. 그 과정에서 듣고, 느끼고, 생각한 걸 기록하고자 합니다.



49. 마흔아홉 번째 진료 (23.11.24)


“선생님 안녕하세요. 이번에 좀 여러 가지 생각이 들었어요. 특히나 지난번 “독일에 갈 수 있나요?”라고 하셨을 때 “가긴 어딜 가요. 환자가!”라고 하셨는데 굉장히 좌절했어요. 대학을 간 것도 독일에 가기 위한 것인데 ‘나는 왜 안 되는 건가?’라는 의구심이 들었어요”


“00 씨. 글에서 ‘밧줄이 잘렸다’는 표현을 사용했는데 또 외부에서 원인을 찾는 것 같네요. 남 탓을 하는 거죠. 이전에는 아버지 탓, 사회 탓. 이제는 앞에 있는 저한테 탓하는 것이고요. 독일에 가고 싶으면 가야죠. 독일에 가지 말라고 하는 것이 아니에요. 제가 해줄 수 있는 것은 00 씨의 선택에 있어서 다각도로 바라볼 수 있도록 해주는 것이에요. 개인적인 의견으로는 ‘과연 독일에 가려는 이유가 무엇일까?’라는 의문이 들었어요. 외국으로 떠나고 싶어 했는데 왜 조리고등학교를 갔는지, 왜 한국에서 의대를 나오고 싶어 하는지 궁금했습니다. 이처럼 선택 과정에서 사고는 어떻게 흘러갔는지, 이걸로 초래될 수 있는 결과는 무엇인지, 과대한 이상은 아닌 것인지 이런 것들을 확인하고 함께 이야기해 보는 것이지 결국 최종 선택은 00 씨 스스로가 내려야 합니다. 이렇게 여러 가지 측면에서 고민해 보고 생각해 보고도 진짜 독일에 가야겠다 생각하면 독일에 가는 것이죠. 결국 00 씨의 인생이니 스스로 선택하고 책임질 수밖에 없어요.”


“네 알겠습니다. 아 그리고 선생님. 최근에 굉장히 부끄럽고 수치스럽다는 생각이 들어요. 스스로 많은 경험을 하고, 잘 성장해 왔다고 믿었는데 이것들이 겨우 허상의 것에 불과했구나라는 죄책감에요. 내가 정말 현실과 동떨어진 사고방식을 가졌었구나. 마치 나방이 전구의 인공적인 빛을 태양의 강렬한 햇살로 착각하고 다가가 부타 죽는 것처럼, 지금껏 제가 믿고 의지했던 믿음의 근원이 산산조각 난 느낌이에요. 또 최근에 친구들을 만나면서 그런 생각이 들었어요. ‘중학교 친구들이나 고등학교 친구들 모두 각자 자리에서 열심히 일하거나, 학교를 잘 다니는데 나는 왜 가치도 없는 사회에 쓸모없는 존재일까?’라는 생각요. 그러면 ‘내가 계속 살아갈 의미가 있는가?’라는 질문도 들더라고요”


“보통의 사람들은 그렇게 생각할 것입니다. ‘아 내가 지금 이런 부분에서 약점을 발견했고 고쳐야 할 점을 찾았으니깐 앞으로 이것을 보완해 나가야겠다.’ 이 부분은 부모님이나 저나, 상담선생님도 주변에서 끊임없이 이야기했는데 이제 00 씨 스스로 지각해 낸 것이죠. 그런데 지금 00 씨는 이 부분에 대해 엄청난 분노를 품고 있어요. 그렇다 보니 내면의 분노를 폭발시키는 형태인 ‘더 이상 살 필요 없어. 죽어버릴 거야’라는 생각으로 도출되고요. 제가 생각하기에는 오히려 축하해야 할 일이 아닌가요? 긍정적으로 생각해 볼 필요가 있는 것이죠. 이제 스스로를 알아차리기 시작했고, 조금씩 현실성을 되찾았으니깐요. ‘여기서부터 시작하면 되겠구나! 진짜 예전에 나는 스스로를 알아차리지도 못했는데 정말 큰 변화이구나!’라는 생각으로 접근해 보는 게 지금 필요해 보입니다. 좋은 변화예요. 마지막 시험 잘 치고 다음 주에 만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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