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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성실 Oct 30. 2020

우리 발밑에도 사람이 있구나

아이는 이미 많은 것을 깨달았다

star walk라는 어플이 있다. 

[Star Walk 2 Free:개인 천문관을 설치하고 실시간으로 하늘의 별들을 찾아보세요]


코로나가 무섭도록 확산세를 보이던 늦여름, 아이들은 학교는 커녕 동네 슈퍼조차 맘편히 가지 못했다. 광복절 집회발 코로나 감염 위험으로부터 스스로를 지키기 위해 우리는 거의 온종일을 집안에서 보냈다. 그러다 아빠가 퇴근하는 시간에 맞춰 동네 산책을 나가곤 했다. 그조차도 무척 짧았지만..그 당시 아이들이 좋아했던 어플이 바로 'star walk2'다. 


"엄마 사자자리가 바로 저 쪽에 있는거야."

"아빠, 저 별 이름이 뭐냐면 말이야."로 시작대던 아이들의 밤 마실.


그 당시 나는 작심하고, 들어오는 모든 일을 거절한 채 아이들 돌봄에만 전념하고 있었다. 코로나 19의 여파로 큰 아이가 몹시 높은 수준의 불안감을 토로했고 스트레스 요인을 줄여주는 것 외에는 도울 방도가 없었기에 여러 고민 끝에 당분간 내가 아이들의 돌봄을 다시 전담하기로 결정했던 것이다. 물론, 고강도 방역 조치로 인해 어차피 아이들이 어린이집과 학교에 가지 못하는 날이 많았고 남편과 나, 적어도 둘 중 한사람은 집으로 복귀해야만 하는 상황이기도 했다. 


웬만해선 아직 스마트폰을 직접 조작하도록 허락하지 않는 편이라, 'star walk'에게 고마웠다. 하루 종일 아이들과 같이 있는데, 적어도 별자리를 찾아보는 시간만큼은 아이들과 내가 각자 자유로운 시간을 보낼 수 있었기 때문이다. 


아이들은 스마트폰을 손에 쥔 채 이리 저리 별자리를 찾아보기 시작했고, 나는 구석 벤치에 앉아 앞으로 닥쳐 올 미래를 걱정하고 있었다. 


코로나 상황이 언제까지 지속될까, 우리는 그 전과 같은 삶의 방식으로 되돌아갈 수 있을까, 아이의 증상은 언제쯤 잦아들까, 나는 언제 다시 출근할 수 있을까, 등등


그 뿐 아니었다. 

우리 아이들에게는 깨끗한 마스크가 있고, 안전하게 격리될 가정이 있다. 그렇다면 그렇지 못한 아이들은?

우리 집엔 충분한 전자 기기가 있고, 온라인 수업을 적정하게 지원할 양육 환경이 마련되어 있다. 그렇다면 그렇지 못한 경우는?

재택근무로 전환이 불가능한 이들의 안전은? 더 빠른 속도로 줄어드는 일자리는? 자영업자들의 경영난은? 


아이들이 사람을 두려워하기 시작했고 그에 따른 고민도 많아졌다.

마스크를 굳이 쓰지 않아도 되는 거리에서조차 누군가 인기척이 나면 소스라치게 놀라며 마스크를 코까지 한껏 올려쓰는 아이들. 이들 세대가 갖게 될 시대정신은 과연 무엇으로 점철될까? 유년시절을, 격리와 거리두기 속에 보낸 이들에게 '환대'의 정신은 수용 가능한 것일까?


이런 저런 생각을 하고 있는데, 후야가(여덟살) 큰 소리로 외쳤다. 

"엄마! 이것 좀 봐. 우리 발 밑에도 사람이 있어!"


하늘 높이 스마트폰을 치켜 들었다가, 한 팔 가득 멀리 뻗어 보았다가, 우연히 땅 아래까지 향해 본 아이. 잔뜩 신이 난 아이의 외침이 나의 고민과 맞물려 귓가를 맴돈다. 


맞아. 우리 발 밑에도 사람이 있구나. 우리는 그렇게 연결되어 있구나. 


아이는 아빠와 함께 '과연 저 별자리를 보고 있을 땅밑의 사람이 누구일지'에 관해 이야기를 이어가기 시작했다. 

"아마도 남미 어디쯤일걸. 아르헨티나였던가?" 아빠의 잇다른 설명에 아이들이 흥분했다. 

"정말 신기하다. 지구본에서 볼 때는 생각을 못했는데. 별자리를 보자마자 딱 떠오른거야. 

아. 반대편에도, 발 밑에도 사람이 살고 있구나. 그 사람들이 별인거구나." 기특하게도 아이는 이미 많은 것을 깨달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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