찹쌀 섞은 현미밥, 늙은호박과 건두부 토마토 졸임. 배추김치, 김채소퓌레, 생 파프리카.
수험생 우리 딸이 오늘 먹은 점심 도시락 구성이다. 점심시간에 가족톡에 땔롱~ 사진에 이어 올라온 한마디. "학교 중앙도서관에서 먹는 마지막 점심"이란다.
그랬다. 우리 딸은 지난 한 해 학교 도서관에서 지내는 수험생이었다. 매일 아침 일찍 일어나 스스로 밥을 해 도시락 2개씩 싸서, 무거운 책가방과 함께 이고지고 버스를 타고 다니는 수험생이었다. 이제 다음주 시험을 앞둔 오늘, 그 생활 마지막 점심 도시락 인증을 남겨둔 셈이었다. 부디 수험생 마지막이길 바란다.
수험생이 힘들게 매일 도시락을 2개씩 싸다녀? 돈 없는 학생이니까. 직장생활 3년 번 돈으로 딸은 대학원 3년과 수험생활 1년을 자린고비로 살아냈다. 이 고물가 서울에서 거처는 아빠 교회에 딸린 방에서, 등록금은 국가장학금으로. 돈없는 청년의 생존법은 집밥 먹기 집밥 도시락 싸다니기. 밥 먹을 부모집, 이게 있다는 게 어디냐. 게다가 딸은 비건지향청년. 자연식채식을 가장 좋아하는 비건에겐 맘편히 먹고 살자면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아차, 수험생 딸이 도시락을 혼자 다 준비한 건 아님을 밝힌다. 내가 아무리 날라리 엄마지만, 주말마다 서울에 오면 딸 도시락 용 음식을 만들어 주는 편이었다. 그러니까 서울에도 안산에도 비건 도시락 싸는 청년 자식 하나씩 있는 엄마인 거다. 도시락 통마다 나눠 담아뒀다가 그날그날 밥과 함께 생채소와 김치 정도 더 챙겨 가면 끝! 더러 내가 바빠 못 챙기면 딸 스스로 또는 아빠 덕이 뭔가 만들어주었다.
이제 학교 중앙도서관에서 먹는 도시락 생활을 끝냈으니 그 다음은? 이제 내일 오후에 모녀는 시험장 학교 근처에 얻어둔 숙소에 들어간다. 한 주간 모녀 합숙생활! 나는 수험생 딸 뒷바라지하는 엄마 모드다. 딸이 시험장에 가지고 갈 도시락을 싸 주고 돌아오면 같이 먹을 저녁을 준비한다. 시험 끝나면 쏘다니며 놀 거다.
다음 한 주간 모녀는 뭘 먹고 살까?
비건식 도시락과 채식 밥상, 기후미식 한 주 기대하시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