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NA-12화
Q가 묻고,
공공기관에서 정규직으로 5년 이상 근무했습니다.
당시 담당했던 업무는 다양합니다. 국제 협력, 인사, 총무, 홍보, 마케팅 등 폭넓게 경험했는데요.
회사도 싫고 일도 싫고 그냥 다 싫어져서 그만두고 싶다는 생각뿐이었습니다.
정규직이라는 허울은 빛 좋은 개살구에 불과했습니다.
남들이 보면 배부른 소리라고 하겠지만, 저는 도저히 갑갑한 그곳을 못 견디겠더군요.
이대로 직장을 다니다가는 정말 시들시들 말라갈 것 같아서 그만뒀습니다.
제 생명줄이 짧아질 것 같았습니다. 주변 사람들 모두 뜯어말렸지만 퇴사를 감행했죠.
지금에 와서 제 선택을 후회하지는 않습니다.
다만, 앞으로 어떤 일을 해야 할지는 아직 미지수예요.
이전에 너무 여러 가지 업무를 담당했다 보니 어떤 분야로 정해서 나가야 할지 고민입니다.
저는 어떤 직무로 이직해야 할까요?
흔희가 답하다.
Q님,
Q님은 그 '직장(직업적 환경)'이 마음에 안 들었던 건가요,
그 '직무(수행하는 일)'가 마음에 안 들었던 건가요?
일단 상황을 한번 정리하는 작업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
우리가 보통 퇴사 원인으로 꼽는 건 '일이 싫어서'입니다.
하지만 가만히 파고들어 보면 '일'의 탈을 쓴 '회사'가 문제인 경우가 많습니다. 사실 일은 그냥저냥 할만하지만, 직장이 너무 싫어서 일 자체가 싫어지는 거죠.
반대로 '회사가 싫어서' 퇴사하고 싶다지만, 따지고 보면 회사가 아닌 '일'이 문제일 때가 있습니다. 일이 너무 안 맞아서 덩달아 몸 담고 있는 조직까지 싫어지는 경우죠.
우리는 이 구분을 잘해야 합니다.
'회사'가 안 맞았던 건지, '일'이 안 맞았던 건지.
일단 퇴사 전에 이 고민을 하고 퇴사를 하는 게 가장 좋지만, 이미 어쩔 수 없이 퇴사한 이후라면 지금이라도 한 번 정리하고 가는 게 좋습니다. 정말 무엇이 문제였던 건가요?
생각만 해서는 쉽게 판단이 서질 않습니다. 한번 객관적으로 정리하고 넘어갈 필요가 있습니다.
정리하는 게 어렵다면 이전에 소개드린 '퇴사자 오답노트'를 만들어보는 것을 추천드립니다(이전 화 '적성에 맞는 일을 어떻게 찾아야 할까요?(경력직 편)' 참조).
본인이 다녔던 직장에 대한 장단점과, 직무에 대한 장단점을 작성해보는 거죠.
여기서의 직무는 너무 포괄적으로 쓰지 말고 세부단위로 잘라서 적어보는 것이 좋습니다. 날 잡아서 한번 쫙 정리하고 나면 본인이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이 어렴풋이 보일 겁니다.
정리해보니 담당했던 업무가 정말 맞지 않았다면 새로운 직무를 정해 구직하는 것이 맞지만, 그게 아니라면 본인의 업무 경력을 살리는 게 좋습니다. 가능하면 기회비용을 따졌을 때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것보다 있던 경력을 활용하는 편이 좋거든요. 그 업무가 그 직장에서 별로 였을 뿐, 새로운 직장에서는 괜찮을 확률도 있으니 한번 신중히 고민해보세요.
일단 한 템포 쉬어간다는 생각을 가지고 찬찬히 위에 말씀드린 대로 정리하는 작업을 진행해보세요.
운이 좋게 본인이 놓쳤던 부분을 발견할 수도 있으니까요.
Q님의 화창한 앞날을 기원합니다:)